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내용 바로가기
  • HOME
  • 발간물
  • (월간)교육정책포럼
  • 교육시론

교육시론

<각계 전문가의 목소리> 학교예술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

발행일
2019.10.21
필자
남인우
소속
극단 북새통 예술감독

 


   학교예술교육은 왜 필요한가?
   지금 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큰 변곡점에 와있다. 10년이면 강산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생각과 사고의 개념 자체가 완전히 다른 신인류가 살아갈 신세계가 달려오고 있다. 십년 전 컴퓨터의 안면인식기술, 홍채 인식 등은 공상과학 영화에나 볼 수 있는 기술로 당시 많은 전문가들은 향후 이십년 안에는 상용화될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누구나 작은 개인 모바일 폰에서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 되었다. 이것은 단순히 컴퓨터가 할 수 있는 일의 영역이 넓어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고유한 영역이 변화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한때 육체적 노동이 인간의 가장 성스럽고 고유한 가치로 평가받던 시대에서 기계가 이제 그것을 대신해주고 지식 축적과 활용이 가장 효율적이며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가치로 평가받던 한 시대가 이제 허물어져가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인지하고 인식하고 사고할 수 있는 컴퓨터의 시대가 바야흐로 우리 앞에 놓여있다. 다시 말하면 이제 인간의 고유한 영역은 무엇인가? 어떤 것이 미래 사회에 가치를 가지게 될 것인가를 우리가 살펴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육체노동의 가치가 하락하던 시기에는 교육현장에서도 육체노동 중심으로 가르치지 않았던 것처럼 이제 지난 시기 지식의 효율적 축적을 기반으로 하는 근대교육으로는 미래를 살아갈 세대들에게 미래의 삶을 예비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우리의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는 교육은 어떠한가?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한다며 코딩을 공부한다. 지난 IT 혁명시기 워드, C++, 컴퓨터 알고리즘을 학교현장에서 유행처럼 가르쳤던 것과 비슷하다. 기술은 빠른 변화와 발전 앞에서 유행처럼 지나간다. 기술이 아니라 기술적 개념을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을 학교가 품어야 하는 것이다. 이미 많은 선진국에서는 근대 교육의 형식에서 인간의 새로운 가치를 탐구하고 질문할 수 있는 새로운 교육의 시스템을 실험하고 진행하고 있다. 그것은 IT 기반으로 하는 공학적 시스템의 교육, 하드웨어를 활용한 교육이 아니다. 인공지능 세상에서도 인간의 독창성을 질문할 수 있는 동력을 만드는 교육, 세상을 감각하고 삶을 연습하게 하는 교육, 나와 타인의 관계를 성찰하는 감각, 일상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 감각을 경험하는 교육, 바로 ‘예술교육’이 그것이다.

 

   학교예술교육의 과거, 현주소는?
  물론 우리학교가 예술교육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예술교과도 있었고, 예술담당 교사도 있다. 그러나 우리의 예술교육이 근대교육의 영향 아래서 단순히 장르의 기능을 답습하거나, 미적 체험을 중심으로 하는 교육이기보다는 시험교과의 한 부분으로 전락한 것 또한 사실이다. 앞서 말했듯이 예술이 교육현장에서 교육적 가치를 갖는 것은 ‘삼도화음’이 다음 중 무엇인지를 맞추는 능력이 아니다. 5가지 보기 중에 ‘님’이 아닌 것을 찾아내는 능력도 아니다. 일상의 소리가 ‘음악’이 되는 경험, 내 삶의 ‘님’을 발견하고 타인의 삶 속에서도 ‘님’이 동일하게 그리고 다양하게 있다는 사실을 미학적 테두리 안에서 경험하는 그 자체가 바로 교육적 가치를 지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겐 미적 경험을 안내할 공간도 전문가도 없다. ‘무슨 소리! 예술교과 교사들이 있다고 말하고 싶은가?’ 죄송하지만 아니다. 대부분의 모든 예술교과 교사들, 심지어 예술가들조차 이러한 안내를 통해 미적 체험으로 예술과 만나본 경험이 불행히도 우리나라에서는 극히 드물다. 그러니 뭔가 열성적으로 시작하게 되더라도 다시 커리큘럼 안에 갇혀서 예술정보, 지식을 학습하는 수업으로 회귀하게 되는 것이다. 예술 강사들이 학교에 파견되어 수업을 하게 된다고 해도 마찬가지 일이 반복된다. 애써 일선의 교사들의 변화가 시작되더라도 학교 시스템이 지원해주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물론 그 반대 경우도 많이 봤다. 학교 교원 관리자 연수를 진행하면 일선의 교사들이 귀찮아한다는 불평도 듣는다. 이유가 어찌되었건 학교 안에서도 큰 그림을 그려주고 뒷받침해줘야 하는 관리자들과 실제 실천을 해야 하는 교사들 사이에 공유된 예술교육도, 그 방향도 아직 제대로 잡혀있지 않은 것은 확실하다.

 

   학교예술교육의 대상과 방향은?
  좀 더 세밀한 설계가 필요하다. 감각을 만나는 수업이므로 기존의 수업방식과는 전혀 다르게 설계되어야 한다. 먼저 공공재로서의 예술교육이 강조된다. 즉 누구나 언제나 지속적인 미적 체험 예술교육, 각 연령과 지역의 특성에 따라서 섬세하게 설계된 예술교육(예술교과 교육이 아니다.)이 있어야 한다. 이것은 예비 예술가를 양성하기 위함이 절대 아니다. 앞으로 미래사회를 살아갈 동력, 삶을 위한 기초 체력을 배양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핀란드의 ‘아난딸로(안나의 집)’이 바로 좋은 모델이다. 헬싱키의 초등학생들은 반드시 이곳에 와서 필수프로그램을 경험해야 졸업이 가능하다. 학교라는 공간을 학교 건물에만 가두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 지역의 교육이 가능한 다양한 공간으로 확대한 좋은 예라 할 수 있겠다. 28년 전 OECD 국가 중에 청소년 자살률이 1위였던 핀란드는 다양한 방식으로 삶의 생존을 위한 프로그램을 설계했고 그 중의 하나가 예술을 경험하게 하는 ‘아난딸로’이다. 이뿐 아니라 예비예술인, 엘리트 예술가 육성을 위한 예술교육도 다시 설계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 엘리트 예술교육을 육성하는 예술교육이 현재는 기능과 기술 위주로 한정되어 있다. 여전히 입시위주와 콩쿠르 위주의 영재교육에 치우쳐있는 것이다. 엘리트 교육도 미래의 예술을 대비해야 하는데 20세기 장르 중심의 예술행위에 집중해 있다 보니 기능 위주의 예술가들의 육성은 성공적이나 다른 파트의 예술가는 육성되지 못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악기연주자, 발레리나, 발레리노의 육성은 성공적이나 작곡가나 미술가들, 연출가, 작가들의 육성은 과연 어떤지 살펴봐야 한다.

 

   학교예술교육이 활성화방안과 과제는 무엇인가?
  - 감각중심의 미적 체험 예술교육으로 전환하라.
  자 그럼 어떤 예술교육이 학교에서 이루어져야 하는가? 먼저 교과중심의 교육이 아니라 감각 중심의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예술교과수업에 전문성을 가진 교사들을 다시 재교육시키는 일이 필요하다. 다음으로는 예술을 단순히 학습의 도구로 사용하는 결합을 지양하고 예술의 본질인 삶을 통찰하고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방식의 예술교육 접근을 타 교과와 결합하도록 시도해야 한다.

 

  - 예술 교과 교사와 예술인 강사들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라.
  예술교과 교사들을 위한 재교육이 제공되고, 전문성을 드러낼 수 있는 수업의 방식을 보장해야 한다. 또한 학교예술교육의 중요한 한 축인 예술강사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열악한 환경과 학원수업의 연장 같은 수업 내용 강조, 학교 안에서 예술강사를 대하는 태도 등 반성해야 할 부분이 많다. 영국과 독일 등 유럽의 학교에서는 이들을 ‘스페셜리스트’라고 부르며 별도의 휴게공간, 연구공간을 제공한다. 보수도 상당히 높다. 학교가 귀찮아하는 일을 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학교에서 할 수 없는 특별한 일을 전문가들이 하고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물론 예술 강사들의 질적 관리 및 향상 시스템도 도입해야 한다. 그래야 도태되지 않고 정체된 학교에서 할 수 없는 새로운 질문과 감각을 몰고 오는 ‘제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관리자와 교사들이 함께 예술교육 워크숍 혹은 연수를 경험해라.
  예술은 단순히 교과안에서 교육 가치를 지니는 것이 아니다. 수평적 대화, 서로를 인식하고 타인의 삶을 경험하는, 허구의 안전함 안에서 삶을 경험하는 것, 정서를 공유하는 것, 서로를 발견하는 것 등 예술이 가지는 본질적 요소들은 학교 조직 안에서 경직된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아주 중요한 동력이 될 것이다. 그러기에 예술은 단순히 학생들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교사들에게도 학교 시스템 그 자체에도 미래를 위해서, 아니 지금 당장 현재를 위해서 필요한 것이다.

 

  - 학교 공간의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네모난 사각형의 회색빛 학교, 더럽혀지고 뒹굴 수 있는 학교, 위험하지만 안전한 실험실 같은 학교, 학교에 가면 새로운 상상력이 펼쳐지는 묘하고 이상한 곳이 학교가 되어야 한다. 구글이나 애플 등 실리콘 벨리의 회사에서 인테리어를 옛 방식의 사무실처럼 만들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책상이 과장님 중심으로 배열된 옛 방식은 효율적일 수는 있어도 창조적일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 학교 공간 자체도 예술교과뿐 아니라 지식정보 교과안에서도 대대적인 변화를 주어야 한다. 공간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공간에 지대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 정책지원기관의 올바른 설계와 지원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의 조언을 듣고 실천하라.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정책의 지원이다. 작년 교육부에서 학교예술교육 활성화 방안을 수립하여 발표하였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정책이 학교의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어디에서든 새로운 예술교육이 소소하게 일어나야 한다. 그리고 공공기관과 관리기관에서는 예술교육에 대해 아낌없이 지원해야 한다. 다소 쓸모없다고 여기더라도 반드시 그래야 한다. 무엇보다 정책입안자들은 미래를 내다보고 읽어낼 수 있어야 하며, 정치적 이유, 지금 당장의 사회분위기에 휩쓸려 백년지대계를 설계해서는 안 된다. 당장의 눈앞의 입시를 위한 대중의 입맛에 흔들려서도 안 된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의 조언을 듣고 실천하기를 바란다. ‘경직’과 ‘효율’, ‘효과’는 예술과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그 조직의 분위기, 그 일의 목표, 성과중심적 사고를 정책기관에서 버려야 예술교육이 활성화될 수 있다.

 

  - 미적 체험을 중심으로 한 예술교육 더 이상 늦추지 말자!
  지금의 1초가 미래의 10년을 좌우할지도 모른다. 우리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세상을 새롭게 만나게 할 준비를 교육 안에서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암담하다. 서로를 혐오하고 그로 인해 상처 받고 혼자 고통스럽고, 생명을 포기하는 일이 더 이상 반복되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_________ⓔ

 

 

원고는 집필자의 전문적 시각으로 작성된 것으로

교육정책네트워크 및 한국교육개발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남인우.jpg

남인우 감독은 연극 연출가, 작가, 판소리, 창극, 어린이 청소년극, 현대무용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제주도 신화를 바탕으로 연출한 <가믄장아기>로 호주 에들레이드, 독일, 일본, 루마니아, 카메룬, 러시아노보그라드 등을 투어하였으며, 브레이트(Brecht)의 희곡을 바탕으로 한 이자람 판소리 극 <사천가>, <억척가>등으로 폴란트 콘탁페스티발, 영국 런던 엘리자베스 홀, 프랑스 리옹 국립극장, 파리시립극장, 시카고, 뉴욕, LA, 브라질 등 다수의 국가에서 공연하였다. 또한 예술교육은 예술창작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장하며 서울문화재단예술총서 ‘예술이교육이다.’ ,‘미적체험과예술교육’ 등의 저서를 공저하였다.

필자
남인우
소속
극단 북새통 예술감독
발행일
2019.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