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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수업이 성공하려면: 하이브리드형 수업의 시대

발행일
2020.09.16
필자
조은순
소속
목원대학교 교수


학교에서 인터넷 기술 활용의 역사는 20여 년이 되었다. 1996년 교육정보화를 통해 학교에 테크놀로지가 도입되었고이후 부분적으로 교사들은 수업에서 심화 보충자료로 활용해왔다그 사이 인터넷 속도가 5G로 올 때까지 교실은 여러 이유로 인터넷 사용이 원활하지 못했다. 올해의 비대면 온라인 수업이라는 특수한 상황 이전까지 교실에서 교사들이 수업시간 전체를 온라인으로 운영할 이유는 딱히 없었다반면고등교육과 평생교육은 급격한 사회변화와 테크놀로지 발전과 함께 학습자 편이성을 위해 온라인 수업을 적극 활용해 왔다. 그런데 이제는 모든 학교에서 운동장과 신발장교실과 연단교사와 학생책상과 걸상교재와 필통같은 우리에게 익숙했던 장면들과 이별할 때가 되었다.

 

  그동안 교실수업은 기술 발전과 더불어 외형적으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했다블렌디드 수업플립러닝액션러닝프로젝트 수업갤러리워크같은 생소했던 용어들이 교실수업에서 익숙하게 사용되고 있다기술발전이 없었다면 불가했던 수업방법이겠지만어쨌든 교실에서 교사가 직접 관찰하고 일일이 간섭하던 학습활동들이다학생들은 수업에서 못 다한 나머지 활동을 숙제나 과제로 부여받았다모든 수업활동들이 네모난 교실을 기본으로 설계하고 운영되었다코로나19로 인해 지금처럼 학교와 교실에 물리적 접근이 불가하게 될 줄은 전혀 몰랐다.

 

  이러한 시점에서 현재의 기술 발전이 4차 산업혁명까지 오게 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올해 초처럼 전면적인 온라인 수업을 위해서는 기술과 시스템의 뒷받침이 필수인데우리나라 IT 기술이 우수하기 때문에 우선은 이리저리 융통해서 쓸 수 있는 소프트웨어와 기계들이 있었다딱 들어맞지 않았던 이런저런 문제들은 임시방편이라는 단어에다 파묻을 수도 있었다그런데 진짜는 이제부터다앞으로 예전같은 교실의 모습을 되찾기는 힘들어 보인다교실교사학생교재상호작용시험처럼 학교생활의 일상을 이제 인터넷상에서 많이 공유해야 할 것이다따라서 미래의 수업은 교실과 인터넷을 세트메뉴로 설계해야 한다우리는 이러한 하이브리드형 수업에 빨리 적응해야 한다.

 

  하이브리드 수업 준비는 사람부터 움직여야 한다온라인 원격수업의 출현 목적이 무엇이었든지 핵심은 사람이다가르치는 교수자와 배우는 학습자 모두 필요한 기술을 제대로 쓸 줄 알아야 한다필자도 엉겁결에 근처에 있던 손에 잡히는 대화 툴과 몇 가지 소프트웨어를 가지고 비대면 온라인 수업을 운영해봤지만분석결과 수업효과도 만족도와 성취도도 사용 이전만 못했다모두가 낯설고 불편했을 것이다무엇보다 교사와 학생들에게 학교와 교실 역할을 할 플랫폼이 마땅치 않았다기술 준비를 마치고 교실에 맞는 기능들을 맞춤형으로 첨가하고 나면 교직원들이 원활히 활용하도록 자세한 안내가 필요하다학교급별 운영지침서교사용 활용지침서학생용 안내가이드학부모용 자녀수업 안내서를 제대로 준비해야 한다.

 

  학교급별 온라인 수업 운영지침서에는 관련 법 규정과 조직교과/비교과 운영지침학생생활지도에 대한 내규와 지침이 필요하다교직원과 학부모가 원칙으로 삼아야 하는 내용이 설정되어야 한다초등교육부터 고등교육까지 학교급에 따라 교육과정이 다른 것처럼 비대면 온라인 수업을 운영하는 전략도 달라야 한다조직과 인력기자재와 활용정도교사와 학부모의 협업체제 등 학사운영과 관리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학교급별로 구성되어야 한다.

 

  교사용 지침서의 핵심은 기존의 대면 수업과 온라인 비대면 수업이 하이브리드형으로 전환되는 운영전략을 포함해야 한다한 학기 수업내용을 교실대면과 온라인 비대면 간 순간 전환이 가능하도록 하이브리드형 수업설계안으로 바꾸어야 할 것이다이를 위한 기술활용수업방법학생활동시스템 지원이 지침서에 잘 설명되어야 하며 교사들에게 관련 연수가 실시되어야 한다.

 

  학생용 안내 가이드에는 디지털과 친숙한 MZ(Millennial Generation) 세대에게 맞는 자기주도 학습형 지침이 제공되어야 한다임시로 제공된 온라인 비대면 수업은 학생들에게 극기 훈련과 같았다연령이 어릴수록 혼자서 학습을 수행하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재미와 흥미동기와 격려성취와 도전을 스스로 쌓아갈 수 있도록 학생들을 설득해야 한다디지털과 친숙한 MZ 세대는 멀티미디어 콘텐츠로 모든 것을 배운다종이와 활자로 교육을 받은 교사와 학부모 세대와는 DNA부터 다르다학생들이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하이브리드형 인재로 성장하도록 교사도 학부모의 이해도를 먼저 높여야 한다.

 

  학부모 자녀수업 안내서는 자녀의 생활지도와 학습지도를 구분해야 한다비대면 원격수업 이후 학력 중간층이 줄고 상위권과 하위권 격차가 커졌다는 이야기를 감안할 때비대면 수업에 대한 학부모의 조바심이 학생의 자기주도학습 능력을 제한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어린 학생들이 변화에 익숙해지려면 적응 시간이 필요하다지금같은 전환기 수업이 제자리를 찾으려면교사와 학생학부모를 포함한 대부분의 국민이 온라인 수업에 대한 학생지원 안내를 받아야 한다학생들이 학교 밖에서도 생활 관리를 잘하도록 어른들이 먼저 모범을 보이고 도와주어야 한다온라인 비대면 수업을 통해 전국민이 학교교육 리콜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시점이 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학교 밖 전문가들에게 온라인 수업 환경 구축을 위해 부탁할 일이 있다비대면 실시간 수업시스템을 해외 기술이 아닌우리 기술로 우리 문화를 반영한 것을 사용하게 개발과 수정을 서둘러 주면 좋겠다각기 다른 수업에 따라 자유롭게 고치고 응용해서 사용할 수 있어야 수업 콘텐츠가 우리 것으로 남을 것이다그리고 온라인 원격수업 실행을 위한 규정과 더불어 운영의 자율성이 필요하다행정가들은 교과목별학문별 실제 수업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일일이 알 수 없어 표준안을 만들겠지만현장에서는 변수가 정말 많다학습자와 학부모가 만족하고 의미 있는 수업이라면 교수자는 움직이게 되어 있다그런데 규정으로 벽이 막히면 할 수 없이 뒤돌아가게 된다수업에 필요한 인력조직예산시간배분업무내용들이 그러하다자율성을 보장하면 대부분의 교수자들은 바빠진다그 결과는 학습자의 만족도와 성취도로 연결될 것이다이러한 하이브리드 수업을 통해 학력 격차 감소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끝으로 국민들이 지금의 교육에 한 마디씩 격려해주시면 우리 학교는 지금보다 더 잘하려고 매일 즐겁게 고민할 것이다온라인 교육 분야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대학교수인 필자도 수업이 이렇게 힘들어보긴 처음이다비대면을 대면수업처럼멀티미디어 콘텐츠를 내 눈과 입으로 설명하듯이만들고 다듬어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데 인터넷과 컴퓨터의 상태가 항상 언제나 최상일 수 있겠는가그래서 감히 부탁드린다세계에 자랑할 만한 K-에듀를 만들려면 온 마을이 온 국민이 도와주어야 한다그러면 나를 비롯한 교수자들관계자들이 합심해서 온라인 수업이 연착륙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어려울 때 힘을 합치는특히 교육에서는 우리 모두가 당사자인 대한민국의 힘이 교육에서 팡팡 샘솟길 잔뜩 기대해본다.



원고는 집필자의 전문적 시각으로 작성된 것으로 

교육정책네트워크 및 한국교육개발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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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순 교수는 미국 코네티컷대학교에서 교육공학 박사학위(Ph. D.)를 받았다. 미국 AETNA 종합연수원 연구원, 포스코 경영연구원 교육컨설팅 팀장, KDI 지식기반 신산업 발전위원회 총괄위원, 경기도 평생교육진흥원 인사위원, 교육부 사이버대학(원) 설립 심사위원 등을 역임하였다. 현재는 목원대학교 사범대학 교수로 있으면서 대전교육청 정책자문위원, 한국교육공학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교육공학탐구(2016), 원격교육론(2012), 원격교육활용론(2007), 교육과 정보화(2006) 등이 있다.

필자
조은순
소속
목원대학교 교수
발행일
2020.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