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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안문제진단

유네스코 가입 70주년의 의미와 과제: 교육 분야를 중심으로

발행일
2020.06.17
필자
조우진
소속
유네스코한국위원회 교육본부장

 

 

   금년은 우리나라가 유네스코에 가입한지 70주년이 되는 해이다. 유엔 회원국이 아니었기에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심의와 유네스코 총회 투표라는 쉽지 않은 절차를 거쳐 1950614일 우리나라는 유네스코의 55번째 회원국이 되었다. 1945년 광복을 맞이하고 1948년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하여 공식적으로 국제사회에 참여하려는 첫걸음이었다 할 것이다. 1991년에야 남북한이 유엔에 동시 가입한 것을 생각하면, 유네스코는 지난 70년간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와 소통하고 교류하며 협력한 가장 오래되고 광범위한 창구였다. 그러므로 유네스코 가입 후 70년 발자취를 돌아보는 것은 오늘날 세계 속의 대한민국을 이해하고 미래를 준비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지면의 성격과 한계를 고려해, 가입 이후 이룬 수많은 활동과 성과를 나열하기보다 유네스코 교육의 특징을 바탕으로, 유네스코 교육 협력 70년의 의미를 국가 수준에서 살펴보며, 향후 논의하고 추진해야 할 과제를 간단히 정리해보고자 한다.

 

 

유네스코 교육의 특징

   유네스코 교육의 특징이란 유네스코 교육 활동의 근간을 이루는 특정한 원칙이나 이념/목적을 말한다. 첫째, 유네스코 교육은 평화, 정의, 인간의 존엄성, 형평성 등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지향한다. 특히 유네스코는 인류의 지적·도덕적 연대에 기반을 둔 평화를 추구하며, 이때 평화란 단지 전쟁의 부재만을 뜻하지 않는다. 이것이 가장 우선적인 유네스코 교육의 이념이자 특징이다. 이런 점에서 참혹한 양차 세계대전 후 설립된 유네스코는 태생적으로 기능적인 목적보다 윤리적 목적이 우선하는 조직이라 할 수 있다.

 

   둘째, 유네스코 교육은 교육권 보장을 추구한다. 이것은 1948년 세계인권선언 제26조와 같은 맥락에서, ‘모두를 위한 교육(education for all)’이란 상징적인 사업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교육권은 그 자체로서 하나의 기본권인 동시에 다른 권리를 향유하기 위한 권리이기도 하며, 교육권은 개인의 자아실현과 더불어 공동체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발전을 위한 필수적인 요건이기 때문이다.

 

   셋째, 유네스코는 소통과 연대를 통해 국제교육의제를 발굴하고 성찰하며, 국제교육개발협력을 선도한다. 유엔의 교육 분야를 대표하는 전문기구이자 정부간기구로서, ‘교육학습에 대한 철학적 논쟁을 포함하여 시대의 요청에 따라 혹은 시대를 만들어가기 위한 핵심적인 교육 의제를 지속적으로 생성하거나 전환하며 다듬어 가고 있다. 이것은 시대적 과제 해결과 인류의 미래를 준비하는 유네스코의 교육적 노력이라 할 것이다.

 

   넷째, 유네스코 교육은 개방적인 태도로 학제간 대화와 교류를 추진한다. 유네스코 교육은 교육학적 측면에만 국한되지 않고, 평화와 인류 공영이라는 이상을 추구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학제간 대화와 교류를 시도하고 있다. 특히 유네스코 교육은 유네스코의 다른 활동 영역인 인문사회과학, 자연과학, 문화, 커뮤니케이션 등의 다양한 학문 분야 접촉을 통해 서로 많은 영향을 주고받는다.

 

 

유네스코 교육 협력 70년의 의미

   첫 번째 의미는 유네스코 교육 활동이 지난 70년 동안 평화교육을 비롯한 다양한 가치교육의 중요성을 한국사회에 소개하고 확산하는데 기여했다는 점이다. 피터스(R. S. Peters)는 『윤리학과 교육』(1966)에서 이미 교육(education)’이란 말의 핵심적 뜻에 내포되어 있는 사용기준을 제시하며 가장 먼저 교육은 가치 있는 일을 전달함으로써 그것에 헌신하는 사람을 만든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지식과 기술 등을 길러주는 것은 그다음이다. 우리나라는 격동의 현대사를 겪으며 권위주의적 군사정부와 소모적인 정치적 이데올로기 논쟁 그리고 경제개발 우선주의가 지배적인 상황 속에서 심도 있는 보편적 가치에 관한 논의와 정책을 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런 여건에서 유네스코가 평화, 인권, 문화 간 이해, 환경 등에 관한 교육을 국내에 소개하고 제한적으로나마 보급한 것은 우리 사회에서 교육이 가치 무비판적인 도구적 기능에 머물지 않도록 하는데 기여했다고 평가할 만하다. 특히 대표적으로 국제이해교육은 앞서 언급한 여러 가지 보편적 가치에 관한 교육을 포괄하며, 이론적 탐구와 논의뿐 아니라 학교 현장의 실천으로 이어지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19614개교가 유네스코학교 네트워크에 가입하여 활동을 시작하였고, 2020년 현재 전국에서 600여 개 초··고등학교가 참여하여 유네스코 이념과 구현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한 이런 가치 지향적 흐름은 지속가능발전교육과 세계시민교육으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두 번째로는 교육권확대를 통해 한국의 산업화와 민주화에 기여했다는 점이다. 그러한 기여는 한국전쟁 이후 국가재건 활동에서 시작되었다. 1953년 유네스코-운크라(국제연합한국재건단, UNKRA) 교육사절단의 한국의 교육재건보고서와 1954년 유네스코와 운크라가 지원한 국정교과서 인쇄공장 설립은 전후 교육재건에 정책적 지침과 물리적 기반을 제공하였다. 1959년 수립된 아시아 초등의무교육 확대 계획인 카라치 플랜(Karachi Plan)의 도입 및 확산, 1970년대 평생교육 개념의 소개부터 1980년 헌법 명문화 그리고 1999년 평생교육법 제정까지 한국에서 유네스코 활동은 전후 국가재건을 위한 목적으로 시작하여, 전 세계적으로 교육권 확산을 기반으로 국가발전을 이룩한 성공적인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어쩌면, 교육권 확산이 갖는 가장 큰 의미는 무엇보다 교육자체를 인간의 기본권이라 생각하고 누구나 교육받을 권리가 있음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된 인식의 전환일 수도 있다.

 

   세 번째 의미로는 우리나라 국제교육협력 역량 강화에 기여했다는 점이다. 지난 70년 동안 유네스코의 국제교육의제와 관련 논쟁을 우리 상황에 맞게 수용하고 발전시키면서, 이제 우리가 국제교육의제를 발굴하고 논의하고 설정하는데 선도적인 역할을 맡을 수 있는 역량과 자격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1960년대 후반 기존 질서에 대한 청년들의 도전에 응답하려는 지적 작업의 하나로 평가되는 『존재하기 위한 학습: 오늘과 미래의 교육 세계』(1972)와 냉전체제 이후 교육에 요구되는 세계문제의 흐름과 대응 방안을 검토한 『21세기 교육을 위한 새로운 관점과 전망』(1996)은 교육계 전반에서 자주 인용되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당시 우리나라는 대체로 이런 논의를 제기하거나 참여하기보다 논의의 결과물을 공유하는 단계에서 받아들이는 입장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1980년대부터 아태지역 개발도상국 교육지원 사업을 펼치며 점진적으로 키워온 우리 교육계는, 1999년 제2차 세계직업기술교육회의, 2013년 유네스코학교 네트워크 60주년 기념 국제포럼, 2015년 세계교육포럼 등 중요한 국제회의를 개최하고, 능동적으로 참여하며, 새로운 의제 발굴을 선도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재정기여 규모 면에서도 한국은 2019년 기준으로 정규분담금이 193개 유네스코 회원국 중 10위이며, 비정규예산으로 지원하는 신탁기금 등 자발적 기여 규모 역시 10위권에 오른 지 오래이다. 더욱 의미 있는 것은 유네스코 사무국과 다른 회원국들의 평가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다.

 

   네 번째 의미는 유네스코 교육이 독자적인 영역을 유지하면서도 다른 분야 활동의 성과와 연계하여 풍부한 소재를 제공함으로써 한국 교육 발전에 기여했다는 점이다.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보면, 인문사회과학 분야에서는 1990년대 21세기 역사 교과서 국제포럼과 동북아 인권교육 워크숍, 이어 2000년에는 인권교육 체계화 방안연구 수행 등이 있으며, 자연과학 분야에서도 1978년 당시 서울대학교 생약연구소(현 천연물과학연구소)가 유네스코로부터 동남아지역 천연물화학 연구센터로 지정받았고, 1970년대부터 환경교육의 도입과 확산, 1990년대 지속가능한 지역 발전을 위한 지역사회 지도자 환경교육 등이 있다. 또한 중고생을 위한 교육 자료인 과학, 기술, 사회(1994), 가치를 꿈꾸는 과학(2001) 발간 및 보급하는 등 영유아교육부터 중등교육, 고등교육 그리고 성인교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성과를 교육에 활용하였다. 그 외에도, 세계문화유산, 무형문화유산, 세계기록유산 제도 등과 연계한 문화다양성 또는 다문화교육, 미디어 및 정보 리터러시 활동과 연계한 미디어교육, 과학기술윤리 활동과 연계한 과학기술교육 등 유네스코의 인문사회과학, 자연과학, 문화, 커뮤니케이션 등 다른 학문 분야의 연구 및 활동 성과와 접목하면서 유네스코 교육은 우리 교육이 보다 풍성한 이론과 효과적인 실천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하였다.

 

 

유네스코 교육 협력을 위한 향후 과제

   우선, 교육정책이나 제도와 관련하여 우리나라의 교육 이념과 유네스코 교육 이념을 다시 깊이 성찰하고 반영할 필요가 있다. 모든 정책이나 제도는 이념을 배경으로 한다. 이념을 이상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생각이나 견해라 할 때, 목적이나 가치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미 교육기본법 제2조에 교육 이념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교육에서 중요한 정책이나 제도를 논의할 때 그 교육 이념은 별로 언급되거나 고려되지 않는 것 같다. 개인적 또는 사회적 차원에서 여전히 경제개발을 위한 도구로서의 가치 혹은 입시제도와 같은 사안이 중심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향후 유네스코 교육 협력뿐 아니라 우리 교육 현안을 해결하고 바람직한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도, 복잡하고 추상적이라며 교육 이념을 회피할 것이 아니라 국가의 교육 이념과 국제사회의 교육 이념을 곱씹어가며 다듬고 구현하려는 과정을 거치는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하기(leaving no one behind)’ 위한 교육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 유네스코는 교육권 보장을 위한 교육 사업을 크게 두 가지 갈래에서 노력하고 있다. 하나는 교육의 일반화(the generalization of education)이고 다른 하나는 약자를 위한 우선적인 관심(priority attention to disadvantaged)이다. 즉 교육에 대한 접근을 일반화하는 노력과 긴급한 요구가 있는 국가나 인구 집단에 우선적인 관심을 기울이는 것을 말한다. 한정된 자원을 생각하면,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질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역량과 상황에 따라. 이 두 가지 갈래의 실행과 협력에 대해 모두 고민해야 한다. 이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그동안 산업선진국이라 불렸던 많은 국가에서도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신체적으로 가장 취약한 개인과 집단이 가장 큰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하고 행동해야 할 것인가? 이런 점에서 1960년 유네스코 총회가 채택한 교육차별금지협약가입 여부와 그에 따른 쟁점들은 여전히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라 할 수 있다.

 

   셋째, 유네스코를 포함한 모든 국제교육협력에서 파트너십(Partnership)’에 대한 더 많은 이해와 신뢰 구축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졌다고 우리가 국제협력을 선도적으로 쉽게 추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지금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을 보며, 국제사회의 협의와 합의를 무시하고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다자주의의 위기와 국수주의의 폭력적인 모습을 목도하고 있다. 물론 국익을 버리고 헌신하거나 우리의 위상을 일부러 낮게 평가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국익을 고려하면서도 국제사회가 형성하고 있는 지적·도덕적 연대와 학문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이념을 존중하고, 우리의 국제교육정책과 국제사회가 합의한 국제교육의제 간 정합성을 신중히 검토하며 정책과 사업을 수립해야 한다. 훌륭한 리더십은 훌륭한 멤버십을 전제로 한다. 그리고 이것이 우리가 고민해야 한 차원 높은 교육 국제화의 과제일 것이다.

 

   넷째, 교육의 미래를 위하여 더 적극적인 학제간 대화와 협력이 요청된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전염병을 극복하는 데 얼마나 많은 분야의 지식과 협력이 필요한지 실감하고 있다. 여러 미래학자들이 관계의 복잡성과 상호의존성이 미래 사회에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따라서 교육 역시 다른 분야와 더욱 적극적으로 대화하며 교육정책과 제도를 마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2015년 유엔은 2030년까지 추진할 17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채택했다. 유네스코도 17개 모든 목표를 위한 지속가능발전교육(ESD for 2030)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17개 목표는 다음과 같다. 빈곤, 기아, 보건, 교육, 양성평등, 물과 위생, 에너지, 일자리와 경제, 산업, 불평등, 도시, 소비와 생산, 기후변화, 해양, 육상 생태계, 평화와 정의, 파트너십. 우리 교육은 국제사회가 합의한 이런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 그리고 국가와 지역사회 차원에서 교육이 다뤄야 할 시급한 현안은 다른 것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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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유네스코한국위원회(2004). 유네스코한국위원회 50년사.

유네스코한국위원회(2014). 대한민국 발전의 초석에서 지구촌 나눔의 주역으로: 유네스코한국위원회 60년사.

이태수(2014). 교육의 이념과 제도. 네이버 열린 연단 제46.

Peters, R. S.(1980). Ethics and Education. 이홍우 역. 윤리학과 교육. 교육과학사.

International Commission on Education for the Twenty-first Century(1997). Learning: The Treasure Within. 정두용 외 3인 역. 21세기 교육을 위한 새로운 관점과 전망. 오름.

International Commission on the Development of Education(1972). Learning to Be: the World of Education Today and Tomorrow. UNESCO.

UNESCO(1997). 50 Years for Education.

 

원고는 집필자의 전문적 시각으로 작성된 것으로 

교육정책네트워크 및 한국교육개발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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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진 본부장은 고려대학교에서 교육철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1995년부터 유네스코한국위원회에서 교육, 청소년, 문화교류, 과학, 개발협력 분야 업무를 담당했으며, 2020년 현재 교육본부장으로 재직 중이다.

필자
조우진
소속
유네스코한국위원회 교육본부장
발행일
2020.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