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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 효율적인 온라인 수업 설계와 운영 방안
- 발행일
- 2020.09.16
- 필자
- 류태호
- 소속
- 버지니아대학교 교수
포스트 코로나 시대, 교육의 뉴노멀(New Normal)
코로나19는 교육현장에서 온라인 교육이 전면적으로 확대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감염병의 세계적 유행’이라는 뜻의 팬데믹(Pandemic)이 선포되면서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전세계 교육기관에 속한 학생 중 무려 91%가 넘는 학생들이 학교 수업을 못 받는 상황이 발생하자1) 각국은 온라인 교육의 문을 활짝 열게 됐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진행된 온라인 교육은 사실상 원격강의(remote instruction) 형식으로 진행되었을 뿐 제대로 된 온라인 교육이 실시되지는 못해 교육의 질 문제뿐만 아니라 온라인 교육에 대한 오해마저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했다2).
원격강의와 온라인 교육의 차이는 흔히 PDF 방식의 전자책(e-book)과 상호작용(interactive) 방식의 전자책으로 비교해 보면 이해가 쉽다. 종이로 인쇄된 책을 PDF형식으로 전자책을 만드는 경우에는 전자책의 특성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이 종이책의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그대로 PDF로 옮기는 과정만을 진행하기 때문에 책 내용을 전달하는 매체만 종이에서 PDF로 바뀌게 된다. 반면에 상호작용 방식의 전자책을 만드는 경우에는 훨씬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종이책의 내용을 분석하고 그중 전자책의 특성에 맞춰 재구성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또한, 독자나 학습자가 추가 정보가 궁금하거나 심화학습을 하고 싶은 경우 책 내용과 연계된 다양한 콘텐츠도 함께 제공할 수 있게 설계한다. 필요한 경우에는 설문이나 퀴즈 등을 통해 독자나 학습자의 흥미나 선지식을 파악해 개인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한다.
즉, 원격강의는 PDF 방식의 전자책과 같이 면대면 강의에서 진행하던 수업 내용을 실시간 화상강의 프로그램이나 학습관리시스템(LMS: Learning Management System)과 같은 온라인 매체를 통해서 교사 중심의 지식을 그대로 전달하는 방식인 것이다. 따라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교육의 뉴노멀(New Normal)로 자리 잡고 있는 온라인 교육을 제대로 실시하기 위해서는 상호작용 방식의 전자책과 같이 온라인 교육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학습자 중심의 강의를 설계하고 개발해 학생들에게 보다 나은 온라인 학습경험과 학업성취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생중심 온라인 수업 설계
효율적인 온라인 수업 설계의 첫 단계는 코스 얼라이먼트(Course Alignment)로 시작된다. 온라인 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한 연구기관인 퀄리티 매터스(Quality Matters)에 따르면, 온라인 수업에서의 얼라이먼트는 학생들이 온라인 수업 상에서 얻어야 하는 학습결과를 성취하기 위해 학습목표, 교육용 자료, 학습활동, 평가 등 일련의 수업 구성 요소들을 온라인 교육의 특성에 맞게 재구성하고 일직선상에 나열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면대면 수업에서 1시간 일반강의를 진행했다고 해서 온라인 수업에서도 똑같이 1시간 동안 화상강의 프로그램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강의를 하는 것은 원격강의이지 제대로 된 온라인 교육이 아니라는 것이다. 면대면 수업에서도 교사의 수업을 듣는 직접 강의 시간 외에도 교과서를 읽고 시험공부를 하고 그룹프로젝트를 하고 과제물을 작성하고 제출하는 등 수업 외 학습활동도 있듯이 이 부분에 대한 종합적인 고려를 통해 온라인 수업 요소들에 대한 얼라이먼트 작업을 수행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교사의 직접 강의 시간도 온라인 수업의 특성상 실시간 화상강의 시간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교사가 제공한 동영상 자료를 시청하는 시간, 온라인 토론 상에서 교사가 학생들과 소통하는 시간, 학생들의 이메일에 응답하는 시간 등이 모두 포함된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온라인 수업 설계 시 가장 중요시해야 할 점은 온라인 교육의 본질적인 목적이 교사 중심의 지식전달이 아니라 학생 중심의 학습에 있다는 것이다. 이런 학생 중심의 온라인 교육은 학습목표, 학습방법, 평가방식 등 3가지를 변화시켜 실현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물리학의 기본 원리를 이해한다’라는 학습목표를 보면 기존 면대면 수업에서 교사의 강의를 수강하는 학습방법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평가는 지필평가를 통해 교사가 전달한 내용을 얼마나 이해했는가를 평가하게 된다.
하지만, 학습목표를 ‘물리학의 기본원리를 이해하고 그룹 협업활동을 통해 실생활 문제에 적용해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로 변경하면 학습방법과 평가방식이 달라지게 마련이다. 물리학의 기본원리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만 실생활 문제에 적용해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에 물리학의 기본원리에 대한 완전학습을 돕기 위해 교사는 짧은 동영상 강의를 제작해 학생들이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을 반복학습 할 수 있게 한다. 그런 다음에 실시간 강의에서는 개념 이해의 단계로 확장해 동영상 강의나 교과서 또는 그 밖의 읽기 자료 등을 통해 학습을 진행하는 동안 이해를 못한 부분에 대한 답을 얻고 심화학습을 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한다.
다음으로 온라인 토론을 통해 다른 학생들의 다양한 관점도 이해하고 자신이 이해한 내용에 대해 보강하는 시간도 갖고 그룹 협업활동을 하는 동안 실생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과정을 통해 물리학의 기본원리를 실생활에 적용하는 방법까지 학습하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룹이 협업해 찾아낸 해결방안을 다양한 청중을 대상으로 발표하면서 공감능력이나 소통능력도 함께 강화할 수 있게 된다.
또한 학습목표와 학습방법의 변화는 평가방식에 있어 지식에 대한 평가 비중을 크게 낮추고 온라인 토론에서의 자기의견 표현이나 그룹 협업활동, 원리 적용을 통한 해결책 제시 및 발표 등 다양한 부분에 대한 평가로 전환되어 온라인 교육에서의 부정행위에 대한 위험도 자연스럽게 낮추게 된다.
그런데 이런 학생 중심 온라인 수업의 설계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투입이 되어야 가능하다. 최소 한 달에서 6개월 이상의 시간이 교사에게 주어져야 하며 교육공학 전문가가 얼라이먼트 단계부터 수업 설계의 전 과정을 함께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교사가 동영상 강의를 제작하고 학생들의 학업성취를 위해 다양한 수업용 자료를 개발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과 기술 및 장비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학생중심 온라인 수업 운영 방안
한편 학생중심 온라인 수업의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학생이 학습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용어만 학생 중심 온라인 수업이라고 변경하고 실제로는 교사 중심의 수업을 진행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첫째, 개별 학생들의 관심과 흥미에 따라 수강할 수업을 정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좋다. 자신이 듣고 싶은 수업을 들을 때 학생들의 내재적 동기가 극대화되고 능동적인 학습자가 된다. 만약 학교 정책상 학생들이 정해진 수업을 들어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비선형 수업 진행도 대안이 될 수 있다. 교사가 정한 순서대로 수업을 진행하는 게 아니라 배울 내용을 나열해 놓고 학생들이 어떤 것을 먼저 배우고 싶은지 정하게 하는 건데 이 작은 변화로 학생들이 수업에 주인의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만드는 데 효과가 있다.
둘째, 수업목표와 수업방식, 평가방식에 대해 학생들에게 자세히 설명하고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좋다. 사실 이건 어떤 수업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내용이지만 현실 수업현장에서는 간과되는 경우가 잦다. 최소한 내가 들을 수업에서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배우게 되고 학습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에 대한 이해를 하는 것은 학생이 학습의 주체가 되게 하는 데 필요한 요소다. 참고로, 수업 운영에 있어서 교사 재량이 좀 더 보장되는 학교에서는 수업방식과 평가방식에 대해 학생들의 의견을 취합한 결과에 따라 수업을 진행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셋째, 온라인 교육에서는 학생들이 학교에 등교해 수업을 듣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수업 내 학습활동에 대한 구체적인 시간계획에 대해 명기해주는 것이 좋다. 아래 그림과 같이 월요일까지 교과서나 수업자료를 읽고 화요일에 실시간 온라인 강의를 수강해야 하며 수요일까지는 온라인 토론 주제에 대한 초기 의견을 올리고 금요일까지 다른 학생들의 의견에 댓글을 달며 토론에 참여하고 일요일에는 한 주의 학습에 대한 자기반영(Reflection)보고서를 제출하는 등 한 주간 학습활동에 대한 구체적인 시간계획을 학생들과 공유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평가를 학습의 끝이 아니라 학습의 시작점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 즉, 학기말에 치르는 기말고사의 경우에는 한 학기 동안 배운 수업 내용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가 목적이라면, 학기 초부터 지속적으로 치르는 지식점검(Knowledge Check) 퀴즈는 수업내용에 대한 학생들의 이해 수준을 파악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개별 학생별로 이해 못하는 부분을 돕기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게다가 학생들이 보이는 오답 패턴을 분석하면 개별 학생별로 어떤 부분을 이해하지 못했는지를 파악해 개별 맞춤형 학습을 진행하는 것도 가능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오답 패턴 분석은 특정과목만 해당되거나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 분석 기술이 꼭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 각 수업별로 시험문제의 보기 문항을 만들 때 학생들의 오답을 유도하기 위해 함정을 파던 방식을 뒤집어 보면 학습내용에 대한 학생들의 완전학습을 지원할 수 있는 오답 패턴 분석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와 같은 학생 중심 온라인 수업 운영 방안을 실제로 수업에 적용해 활용하는 것은 교사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쉬운 일은 아니다. 제도적인 변화와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학생과 학부모들의 의식 전환도 필요조건 중 하나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학생 중심 온라인 교육 실현을 위한 교사의 열정과 의지다. 뛰어난 역량을 가진 개별 교사들이 각자의 온라인 수업에서 실행 가능한 것들부터 하나하나 추진해 나간다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 온라인 교육은 교육의 본질을 되찾기 위한 교두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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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UNESCO (2020). “COVID-19 Educational Disruption and Response”, 출처: https://en.unesco.org/covid19/educationresponse
2) McKenzie, L., Lederman, D., & Burke, L. (2020). Taking Colleges Online: How Smart Institutions and Their Leaders Can Approach Online Education Now and in a Postcoronavirus World. Inside Higher Ed. Washington, D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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