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호주] 호주의 학교예술교육과정과 시사점

발행일
2019.10.21
필자
정현주
소속
강원대학교 연구초빙교수

 


  호주 예술 교육과정(Australian Curriculum: the Arts)2011년에 취학전-10학년(Foundation-Year 10) 초안이 개발되었고, 교사, 학자, 전문교사 협회, 교육청, 예술 산업과 공동체 등으로부터 의견을 수렴하여 개정되어 20157월에 출간되었다. 호주 예술 교육과정은 특별히 관련되는 춤(dance), 드라마(drama), 미디어아트(Media Arts), 음악(music), 시각예술(Visual Arts) 등의 다섯 가지 주제에 대한 교육과정을 담고 있다. 호주의 모든 학생들은 취학 전(Foundation)부터 초등학교 기간 동안 이들 다섯 가지 예술 과목을 배우도록 하고, 중고등학교 저학년단계에서 더 깊이 예술교과를 경험하게 되며, 9학년과 10학년에서 하나 이상의 예술교과에 특화될 기회를 제공하도록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20118월 발간된 호주 예술교육과정의 모양(Shape of the Australian Curriculum: The Arts)(www.acara.edu.au)에서 제시하고 있는 호주의 예술 교육과정과 몇 가지 추진 사례를 살펴보고, 우리나라 학교 문화예술교육 정책에 주는 시사점을 정리하고자 한다.

 

   교육과정 개발 기관

  호주의 교육과정은 호주 교육과정평가보고청(Australian curriculum, assessment and reporting authority, 이하 ACARA로 통칭)에서 개발된다. ACARA2008128일 호주 교육과정평가보고청법(Australian Curriculum, Assessment and Reporting Authority Act)에 따라 설치되었다. 독립된 법적 기구로 호주 전역의 교육부 장관으로 구성된 호주 연방주정부협의회(Council of Australian Government’s, 이하 COAG) 교육위원회의 지시감독을 받는다. 중앙정부 기관인 ACARA는 교육과정 개발 외에 국가평가프로그램(https://www.nap.edu.au/)을 운영하며, 호주 학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관리하는(https://www.myschool.edu.au/) 업무를 주관한다.

 

   호주 예술 교육과정의 목적과 내용

  호주 정부는 학교 교육을 통해 예술을 진흥한다는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호주 정부는 예술교육이 학습자가 혁신적인 사상가 및 지도자와 교류하고, 청중과 예술가로서 예술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극대화하며, 창의성과 상상력뿐만 아니라 예술이 가져올 수 있는 문화적 이해와 사회적 조화의 가치를 강조하여 기본적으로 개인과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학생들의 성공에 필수적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National Education and the Arts Statement, 2007). 이러한 신념을 기반으로 호주 예술 교육과정은 우선 학생들에게 자신감을 높여주는 예술 활동과 반응을 통해 창조성, 비판적 사고, 심미적인 지식, 그리고 예술 실천에 관한 이해를 개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예술 지식과 기술, 개인과 집단 세계에 관한 생각, 상상, 관찰을 제시하고 표현하는 유의미한 방식으로 소통함으로써 예술과 사람의 경험에 대한 가치를 부여하고 공유하도록 교육한다. 다양한 관점에 대한 공감을 표현하고 이를 위해 기술공학을 혁신적인 예술 실천에 사용하도록 개발한다. 또한, 호주 원주민과 토레스 해협 섬 주민에 대한 전통적이고 현대적인 예술작품과 실천에 관여하는 예술을 통해 호주의 역사와 전통에 대해 이해하고, 예술가, 작품, 청중, 예술인과 함께 하면서 국가적, 지역적, 그리고 지구촌 문화에 대해 이해하고 그들의 예술에 대한 역사와 전통을 이해하도록 개발하고자 한다.

 

    호주 예술 교육과정은 모든 학생들이 다섯 가지의 예술 과목에 참여하여 각각의 특별한 지식과 기술 기반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가정에 기초를 둔다. 모든 학생들은 취학 전부터 초등학교 말까지 다섯 가지 예술 과목을 공부하고, 중등학교 1학년(7학년 또는 8학년)부터 일부 예술 과목을 보다 깊이 경험하며, 하나 이상의 예술 과목을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9-12학년에서는 하나 의상의 예술 과목을 전공할 수 있게 된다. , 각 예술 과목의 교육과정은 다음과 같이 6개 밴드로 구성되는데, 즉 취학 전-2학년, 3-4학년, 5-6학년, 7-8학년, 9-10학년, 11-12학년 등으로 묶어 놓았다. 예술 학습과 미적 지식의 발달은 순차적이며 누적적이라는 생각에서 각 밴드에서 지정된 새로운 내용, 기술 및 프로세스는 후속 밴드에서 복잡성과 정교함의 수준을 높여 반복 학습하게 된다. 예술 학습 영역을 가르치기 위한 시간 할당은 학교의 결정사항이지만 각 학교 밴드의 정규 시간은 다음과 같이 권고하고 있다: F2학년 120시간; 3-4학년 100시간; 5-6학년 100시간; 7-8학년 160시간, 9-10학년 160시간이다.

 

    학습 내용에 있어서 예술 학습은 만들기(making)와 반응(responding)을 포함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학생들은 자신이 만든 예술 작품을 통해 청중과 소통하는 예술가처럼 학습하면서 동시에 예술에 비판적으로 반응하는 청중의 입장에서 배운다. 학생들은 예술 형태의 요소들을 사용하여 예술 작품을 제작하고 그들의 감각, 사고, 감정을 통해 예술 작품에 반응하게 된다. 예술 실천(practice)을 구성하고 조성하는 것들은 형식(forms), 사회(societies), 문화(cultures), 역사(histories), 철학과 이념(philosophies and ideologies), 비판적 이론(critical histories), 제도(institutions), 심리학(psychology), 평가(evaluations), 의미(meanings) 등으로 이러한 것들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을 하면서 학습이 이루어진다. 다음 <>의 예시와 같이 초등교육에서는 학생들이 예술 작품을 기술과 해석에 관한 즉각적인 질문에 초점을 맞추고, 중등교육에서는 이러한 질문이 확장되도록 한다.

 

<> 예술 실천의 구성요소와 예술교육에서 내포하고 있는 질문의 예시

예술 실천의 요소

질문 예시

의미

예술가의 의도는 무엇이고 청중이 무엇을 이해하길 바라는 것일까?

형식

요소, 미디어, 도구는 어떻게 조직되고 배열되는가?

사회

어떻게 사회적 문맥에 관련되고 어떻게 그 관객의 사회와 관련되는가?

문화

문화적 문맥은 무엇이고, 무엇을 의미하는가?

역사

역사적인 힘과 영향의 관점에서 그 자리는 무엇인가?

철학과 이념

철학적, 이념적 그리고 정치적 관점은 무엇인가?

비판적 이론

어떤 중요한 이론이 내포되어 있는가?

제도

그 창조를 제도적 요인들이 어떻게 가능하게 하고 제한하고 있는가?

심리

생각이나 감정의 어떤 과정들이 수반되는가?

평가

청중, 문맥, 예술가의 의도적 측면에서 어떻게 성공적인가?

 

  이러한 질문을 내포하도록 호주예술교육과정의 모양에서는 5개 예술 과목의 교육과정에 대한 기본적인 범위와 수준을 밴드 수준별로 제시하고 있다.

 

   호주 예술교육의 사례

  호주 정부는 2019-20년 지역학교 공동체 기금으로 A$30.2백만(250억 원)의 예산을 책정해 놓았다. 이 기금은 지역학교 수준에서 장비, 개선, 또는 프로그램 제공을 통해 학생에게 직접 혜택을 제공하게 된다. 또한 예술교육에 대한 접근성 향상을 위해 A$3.3백만(27억 원)을 지원할 방침인데 원거리 지역학교나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지역의 학교에 중점을 둘 계획이다. 기금은 ‘Music Australia’, ‘the Song Room’, ‘Bell Shakespeare(벨 셰익스피어)’통해 학교 학생들에게 예술교육 프로그램이 제공되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한다(https://www.education.gov.au/budget-2019-20). 이 프로그램들의 공통된 특징은 민간 주도의 전문적이고 특화된 예술적 프로그램을 지역 공동체를 기반으로 하여 일반인이 함께 참여하고 그들이 접근하기 쉽게 개발하며 이를 학교 교육에 연계하고 보급을 확대하는 것이다.

    ‘Music Australia1994년 호주음악협회(Music Council of Australia)에 의해 세워졌다. ‘Music: Count Us In’(MCUI)는 학교 교육과 연관된 주요 프로젝트로 연간 3,400학교와 연계하여 745,000여명의 학생들이 교육에 참여한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큰 학교 음악 참여 프로그램으로 성장하고 있는데, 호주 음악 교육의 양과 질, 그리고 전체 프로파일이 향상되도록 음악 교육 영역 및 주요 이해관계자와 함께 작업을 한다.

    ‘the Song Room은 국가 비영리 조직으로 호주 전역의 학교들과 함께 대부분 장애 아동들이 양질의 음악과 예술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한다. 음악 교육을 통해 아이들의 문해율이 100% 향상되었고, 결석률을 65% 낮추었으며, 집중력과 학습 참여율 개선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밝히고 있다.

    Bell Shakespeare(벨 셰익스피어)'1990John Bell이라는 사람에 의해 세워졌으며 영국의 셰익스피어 작품을 특화한 호주 극장 회사이다. 연령, 지리적 위치 혹은 사회 경제적 상황에 관계없이 호주인 전체가 셰익스피어를 접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창립 비전이다. 그에 따라 매년 호주 주와 준주 전역에서 학생과 교사에게 학습 경험을 통해 이러한 비전을 구현하고 있는 배우들에 의해 운영되는 학교내 공연(In-School Performances)으로 시작하였고, 1991년 이후 지금까지 학교에서 셰익스피어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워크숍, 마스터반 등을 통해 지역 주민이 함께 참여하여 학생들이 더 몰입하고 재미있게 셰익스피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교사를 위한 전문 교육도 실시하고 있고 교사와 학생을 위한 장학금을 제공하기도 한다.

 

   시사점

   호주 학교예술교육과정의 개관과 주요 사례가 우리나라 학교예술교육에 시사하는 방향은 아래와 같다.

   첫째, 호주 학교예술교육과정과 같이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에 이르는 통합적인 학교 예술교육에 대한 교육과정을 마련해야 한다. 대학 입시 등의 현실적인 문제 등의 상황을 반영하되 학생들의 발달 수준에 맞추어 호주에서 밴드로 구분하였듯이 발달 단계별로 예술교육이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진행되도록 구성해야 한다. 인지적인 영역의 주요 교과를 토대로 한 입시 중심의 교육이 아니라 예술교육과정을 포함한 균형 있는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둘째, 추진에 있어서 관 주도의 교육과정 설계가 아니라 호주 사례에서 벨 셰익스피어와 같이 예술분야의 전문가 및 전문단체가 주도적으로 교육의 운영을 추진하도록 해야 한다. 예술교육은 분명히 예술분야 전문가의 참여가 없이는 그 본질적인 특성이 교육에 제대로 반영되기 어렵다고 본다. 호주에서는 사회 전반에서 예술에 대한 일상적인 관심의 발전이 학교 교육과 자연스럽게 연동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지역사회 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각 지역사회의 전문 예술인 및 기관이 학교 예술교육과 꾸준히 연계될 수 있는 방안들이 필요하겠다.

 

    마지막으로 학교예술교육의 운영 방법을 제고해야 한다. 30년 넘게 아이들을 가르쳐 온 퇴직 교사가 방과후교실에서 예술교육을 운영하면서 교육이 무엇인지 새삼 고민하게 된다고 한다. 학교에서는 정형화된 틀 안에서 수업을 원하지만 그것을 맞추려다 보면 아이들은 금방 흥미를 잃는다는 것이다. 인위적으로 뭔가 가르치려 하지 않을 때 아이들은 품고 있는 끼를 발산하며 스스로 수업에 참여한다고 한다. 호주에서는 놀이 기반 학습(Play-based learning)을 예술의 중요한 부분으로 보고 있다. 놀이와 예술이 근본적으로 관련되어 있고, 구조화된 놀이는 도전감을 고취하고 예술적 기교를 키워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술에 대한 경험이 적은 교사들에게 놀이 기반 학습의 철학은 대안적인 학교예술교육 접근 방법이 될 것이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참고자료>

Australian Curriculum, Assessment and reporting Authority(2011). Shape of the Australian Curriculum: The Arts.

Ministerial Council on Education, Employment, Training and Youth Affairs(2007). National education and the arts statement.

https://australiancurriculum.edu.au/

https://musicaustralia.org.au/

https://musicaustralia.org.au/discover/music-education/

https://www.acara.edu.au/curriculum/foundation-year-10/learning-areas-subjects/the-arts

https://www.bellshakespeare.com.au/learning/inschools/

https://www.education.gov.au/budget-2019-20

https://www.songroom.org.au/about/

_________

  

원고는 집필자의 전문적 시각으로 작성된 것으로

교육정책네트워크 및 한국교육개발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정현주.jpg

정현주 교수는 현재 강원대학교 교육혁신원에서 연구초빙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전 경주시의회 의원, 전 경주대학교 조교수 등을 지냈다.

필자
정현주
소속
강원대학교 연구초빙교수
발행일
2019.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