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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북유럽 교육환경: 학교는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배우는 현장이다.

발행일
2019.10.21
필자
안애경
소속
아트디렉터

 


   필자는 여러 해 동안 북유럽의 많은 학교를 돌아보며 북유럽 교육환경에 대해 살필 수 있는 기회를 가졌었다. 물질보다는 정신이 우선하는 북유럽 사회를 경험하며 북유럽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갖는 생활철학, 그 이면에는 북유럽 문화권에서의 교육환경은 우리와 다르다는 점을 인식하게 되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민주적인 사고방식은 어떤 교육적 환경에서 이루어지는 걸까? 현대 북유럽 사회에서 나타나고 있는 관대함, 인간애, 민주주의 개념은 북유럽 교육환경에 잘 반영되어 있다. 아이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학교에 갈 수 있도록 아이들의 신체와 행동을 배려하고 규제하지 않는 교육은 북유럽 사람들이 구현하는 민주적인 학교 교육환경이다.

  북유럽에서의 교육은 공통적으로 모든 학생에게 균등한 교육의 기회를 보장하는 공교육이다. 북유럽 교육에서는 통합교육시스템을 통해 학생들은 학교에서 이미 사회를 경험하게 된다. 학교는 단순 지식을 전달하는 곳이 아니라 가정의 연장선으로 아이들이 사회를 경험하는 중요한 환경이라는 교육철학의 관점에서, 북유럽 학교건축은 오랫동안 전문 건축가나 학자들에 의해 연구되어 왔고 현재 혁신적인 교육환경에 대한 의미를 담고 있다. 이 글에서는 핀란드 예술교육의 주요 경과를 살펴보고 북유럽 전반의 공통된 예술교육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핀란드의 기본적인 예술교육 배경

  핀란드에서 예술교육은 어린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교육이라고 말한다. 공통적으로 북유럽 예술교육은 공예와 같은 전통적인 요소들과도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 예술교육은 일상에서 자연 그리고 지구 환경을 생각하는 요소들이 통합적으로 연계되어 아이들이 즐겁게 체험하는 활동으로 이어진다.

  1960년대와 1970년대의 핀란드 예술교육은 수동적으로 기술을 향상시키는 교육이거나 크게 예술에 중점을 두는 교육은 아니었다고 한다.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지원되는 제한적인 예술교육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후 1987년에는 예술부에 자금을 분배할 책임이 있는 교육부 자문 기관인 핀란드 예술위원회가 어린이들을 위한 문화 진흥 부서를 설립했다. 같은 해, 핀란드 교육부는 휴빈까라는 작은 도시에 어린이들을 위한 국제문화센터를 개설하였다. 이 센터는 대중을 위한 장소로 국제 미술 코스, 경연 대회 및 어린이 미술 전시회를 열기도 하며 예술가들과 어린이집, 학교, 어린이 보호소 및 어린이 병원 사이를 연결하는 직접적인 다리 역할을 했다.

  이후 1993년에는 핀란드에서 기초 예술교육활동이 본격화되었다. 핀란드의 문화 정책에 관한 보고서에 의하면 예술교육에 대한 실험적인 프로젝트가 발표되기도 했다. 그중 하나는 학교와 전문 예술가의 공동 프로젝트로 학생들이 영화를 직접 만들어보고 결과를 분석하여 영화와 텔레비전의 기술적 잠재력을 실험하는 것이었다. 다른 학교와의 공동 프로젝트에서는 현대 예술에 대한 표현방법이나, 인간이 자연과 도시 생활에서 어떤 관계를 갖는가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기도 했다. 또한 학생들을 위한 실험적인 워크숍이 전국적으로 열리기도 했다. 음악가와 학생들과의 관계에서 수화를 사용하는 학생들이나 다양한 연령대의 어린이들에 대한 시각적 이해도를 살피며 예술교육을 탐구하는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가들과 협력하는 등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면서 핀란드에는 어린이 건축학교나 환경학교가 설립되기도 했다. 한편 교사들은 아이들을 위해 교사들이 함께 소통하는 클럽을 만들어 활동하기 시작했다. 교사단체에 의해 만들어진 교사 클럽은 교육자로서 다양한 문화와 예술활동에서 그 역할을 향상시키기 위한 목적을 갖고 있다.

  핀란드 예술교육에서 다루게 된 주제는 단순히 익히기만 하는 예술교육의 틀에서 벗어나 예술가와 어린이, 가족 및 성인 사이의 창조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예술교육을 통해 문화와 자연을 체험하고 창의성을 기르는 행동은 곧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을 증진시킨다는 것이다.

 

  예술을 기반으로 한 놀이와 같은 북유럽 예술교육

  다음은 북유럽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경험하면서 살펴본 내용을 정리해보았다. 북유럽 교육에서 가장 강조하는 철학은 어린이들이 가지고 있는 서로 다른 생각을 인정해 주고 그 개성을 표출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점이다. 따라서 100명의 어린이가 모이면 100가지의 서로 다른 개성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어린이 각자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이끌어 가기 위해서 낙오자 없이 모든 아이들이 스스로 과정에 참여하도록 격려한다. 모든 어린이들이 즐겁게 참여하도록 다양한 재료에 대한 이해와 응용력, 상상력 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대화하고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사전에 모델은 제시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어린이들만의 생각과 표현 방법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예술교육에서 다음 몇 가지 관점에 따라 다양한 방법의 놀이 같은 예술교육 활동이 이어지고 그에 따른 교육목표를 갖기도 한다.

 

 - 주변 환경을 생각한다.

 상업적이고 물질 만능인 주변 환경을 생각한다. 대부분 미술 재료는 주변 생활 속에서 스스로 발견하고 준비하게 된다. 폐품이나 쓰던 물건들을 이용하여 자신의 예술적 표현의 재료로 활용한다. 이를 통해 물질에 대한 올바른 가치 개념을 이해하게 된다. 이러한 주변 환경 자료는 창의력 개발을 위한 훌륭한 교육 자료이며, 다양한 자료의 가치에 대한 통찰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준다.

 

 - 직접경험을 통해 배운다.

 아이들은 자신이 직접 만져보고 경험하면서 배우는 과정이 중요하다. 실질적인 경험을 통해서 다음 과정으로 두려움 없이 이어갈 수 있다. 직접 공들여 만든 물건에 대한 가치를 알게 되고 개성 있는 작업에 보람을 갖게 된다. 직접 경험하는 예술활동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생각의 자유와 자신감 그리고 개성을 발견한다. 아이들만의 세계를 인정하는 것, 그 속에는 인간에 대한 존엄성과 창의적으로 세상을 열어 갈 의지가 담겨 있다.

 

 - 동등함을 배운다.

 누구나 동등하게 창의적 행위에 참가하는 기회를 갖는다. 예술활동은 어느 특정인을 위한 것이 아니며 어릴 때 누구나 동등한 기회를 갖고 또래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며 사는 작은 사회를 경험한다. 작업 과정에서 어떤 아이는 느리게 또 어떤 아이는 더 느리게 반응한다.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경험했던 시간들을 기억하며 미래를 살아갈 어린이들에게 용기를 주고 가능성을 일깨운다.

 

 - 창의성-스스로 생각하고 관찰력을 기른다. 

 예술은 더 이상 주어진 모델을 묘사하는 연습이 아니다. 각자의 시각으로 사물을 관찰하고 상상하며 각자 좋아하는 것을 표현하면서 안정감을 갖게 한다. 잠재된 자신의 독창성을 발견하고 창의적인 활동에 적극 참여한다.

 

 - 자연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갖는다.

 자연과 인간이 서로 미치는 영향에 대해 자연스럽게 경험하고 이해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자연을 관찰하면서 예술적 감성과 유기적 현상들에 대해 자연과 함께 하는 생활, 환경을 폭넓게 이해하는 시간을 갖는다. 자연과 인간의 관계는 오늘날 북유럽 문화를 들여다보게 하는 시작점과도 같다. 자연과 문화유산에 대한 깊은 존경심이 있으며 다음 세대를 위해서 이를 지키고자 하는 강한 의지로 실천한다. 자연을 모티브로 자연을 표현하는 많은 북유럽 예술가들을 볼 수 있다. 어릴 때부터 예술교육활동에서 자연재료를 사용하고 자연에서 활동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영감을 얻는 과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목제품과 목제 놀이터를 경험한 아이들은 자연 친화적 사고를 불러일으키게 된다.

 

 - 놀이를 통한 교육. 즐거운 시간을 갖게 한다.

 예술교육은 그 과정에서 얼마나 아이들이 흥미롭게 참여하는가에 따라 자연스럽게 좋은 결과물로 나타난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즐기는 마음으로 참여하는 북유럽 예술교육은 놀이와 같은 시간 속에서 결과보다는 흥미 있는 참여활동으로 이어지도록 격려한다. 아이들은 놀면서 몸의 균형 감각을 스스로 터득하며 독립성을 키운다. 혼자서 하는 작업보다는 협동작업으로 유도하는 과정에서 협업에 대한 중요성을 터득한다. 아이들은 이러한 놀이를 통해 자신의 욕망을 표현하기도 한다.

 

 - 전통을 이어간다.

 북유럽 예술교육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공예교육은 옛 조상들이 지혜롭게 살아온 흔적을 현대생활에서 재조명해보는 일이다. 결코 변형되지 않는 옛 선인들의 작업 속에는 최첨단으로 따라갈 수 없는 내공과 인간의 마음이 담겨있다. 아이들에게 획일화된 공간보다는 원형의 생태적 환경이나 할머니, 할아버지가 사용했던 흔적을 살피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아이들은 역사를 자연스럽게 인식하도록 배려하는 공간에서 흥미롭고 자유로운 예술적 표현을 하게 된다.

 

 - 예술교육은 즐거운 일상생활을 위한 연습이다.

 북유럽 예술교육은 무엇보다 일상을 살아가는 데 응용되고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활동으로 이어진다. 학교에서의 예술교육활동은 누구나 남녀 차별 없이 일상생활과 연계된 바느질, 뜨개질, 음식만들기, 연극, 스포츠 등등 실용적인 활동이다. 예술분야의 전문가를 길러내는 교육보다는 보편적인 예술 활동에서 누구나 행복한 기분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감각을 살리는 연습을 한다. 따라서 북유럽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술감상을 할 때에도 가이드 없이 스스로 느끼고 발견하는 태도를 엿보게 된다. 예술에 있어 지나친 설명이나 가이드를 따르지 않아도 자신만의 느낌과 표현이 솔직하고 적극적이다. 창의적인 예술교육을 통해 각자의 개성을 표현하며 자란 아이들이 이루는 사회 현상은 그 사회의 문화 수준의 척도를 가늠케 한다.

 

   북유럽 예술교육이란? 놀며, 실수하며, 체험을 통해 배우는 과정이다.

   지금 우리가 예술교육에서 강조하는 철학적 의미는 무엇인가? 지난 수년간 북유럽 여러 나라의 예술교육현장을 체험하며 과연 예술은 무엇이고 예술가는 누구인가라는 의문을 갖게 되었다. 북유럽 예술교육환경에서는 전문가를 길러내는 일보다는 예술이 일상에서 삶의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하도록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예술교육은 사람과 사람이 신뢰하며 자유로운 사고방식으로 다음 세대에게 철학과 사랑을 자연스럽게 터득하도록 하는 매개체라는 생각을 한다.

 

  북유럽 예술교육활동은 단순히 예술가를 길러내는 이론이나 기술을 습득하는 과정이 아니다. 인간이 가진 가장 기초적이고 유희적인 본능을 자극시키는 일이다. 예술교육활동을 통해 아이들이 서로의 관계에서 장벽 없는 환경을 만들어 가며 자연스럽게 자신을 표현하고 자존감을 찾아가도록 분위기를 형성한다. 더불어 아이들은 예술교육활동을 통해 사회생활에 잘 적응하도록 배려한다. 예술활동은 어린이 각자 개성을 찾아가기 위한 과정에서 호기심을 유발해 스스로 활동하기 위한 동기부여가 되도록 해야 한다. 준비된 테크닉을 가르치는 일보다 아이들 각자 다른 생각과 형태로 나타나는 현상들을 인정하고 격려한다.

  결과물보다는 과정에서 얼마나 흥미를 가졌는가에 따라 아이들은 또 다른 과정에 참여하고 싶은 동기를 부여받는다. 북유럽 교육환경에서는 서로 다른 감각기능을 가진 아이들이 예술활동을 통해 자신감을 갖고 독립적인 사고방식으로 사회에 적응하게 될 것으로 믿고 있다. 예술교육활동을 통해 아이들이 좀 더 유연하고 자유로운 환경에서 사회를 알아가도록 격려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에게서 잠재된 예술적 감흥을 꺼내는 일은 지금까지 우리가 받아온 교육의 척도로는 가늠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경직된 사회는 늘 기준점이 있어왔고 그 기준점으로만 평가하는 방법에서는 개별성을 나타내는 일이 쉽지 않아 보인다. 이 시점에서 예술의 개념이나 예술이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고 어떤 가치로 사회를 반영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인간 내면으로부터 나오는 예술적 표현의 다양성에 대한 존중과 예술적 감성을 교육의 잣대로 제한하거나 함부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아이들은 실수를 통해 배우고, 직접 경험하고 놀면서 배워 간다. 창의적이고 감성적인 인간의 내면을 우선으로 하는 북유럽 교육환경에서는 무엇보다 자율적인 선생님과 학생 간의 관계가 중요해 보인다. 교사의 자율성에는 교사의 경험과 열린 마음으로 아이들 세상을 관찰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예술교육활동은 이론보다는 실질적인 행동과 몸 감각을 살리고 몸 균형을 이루는 현장 활동이다. 예술교육이 단순히 한 개인의 기술향상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한편으론 공공예술로 이어지기도 한다. 아이들이 서로 협동하면서 나타나는 결과물들을 공공장소에서 어떤 쓰임이 있는지 살핀다. 전문가와 아이들이 직접 환경을 이해하며 이웃 사람들과 어떻게 나누며 사용할 수 있는지 연구하는 과정에서 공공예술교육 활동은 어린이들의 사회참여를 위한 성취감을 불러일으키는 데 큰 격려가 된다.

 

원고는 집필자의 전문적 시각으로 작성된 것으로

교육정책네트워크 및 한국교육개발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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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애경 작가는 핀란드에 거주하며, 북유럽 여러 나라의 예술, 디자인, 교육기관과 협력하는 쏘노안(SONOANN)을 통해 다양한 전시, 공연, 교육프로그램을 기획 및 진행하고 있는 아트 디렉터이다. 주요 저서로는 「핀란드 디자인 산책」, 「북유럽 디자인」, 「소리없는 질서 노르웨이 핀란드 교육에서 배우다」 등이 있다.

필자
안애경
소속
아트디렉터
발행일
2019.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