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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3R 교육 현황

작성자
최지선 (프랑스통신원)
발행일
2021.01.26
첨부파일
pdf파일프랑스의 3R 교육 현황.pdf

 

프랑스의 3R 교육 현황

 

 

프랑스의 교육제도와 관련해 일반적으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파리 1대학, 리옹 2대학과 같이 숫자로 이름 붙여진 대학과 학교 간 서열이 없고 바깔로레아에 합격하면 어렵지 않게 대학이 입학하는 것 등이다. 그러나 이는 오래 전 프랑스 사회를 소개하는 과정에서 한국사회에 시사점을 주기 위해서 특정한 프레임(frame)으로 강조한 것에서 비롯된 오해다. 실제로 그랑제꼴이라는 제도를 통해 엘리트 교육을 시행하고 있으며, 그랑제꼴 합격률이 높은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위한 상위권 학생의 노력은 영재고, 과학고에 입학하고자 하는 우리나라 학생의 노력 못지않다. , 최근에는 프랑스 대학들도 QS, ARWU, US NEWS 등이 선정한 세계 대학 순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기 위해 이전의 방식에서 벗어나 대학의 이름을 되찾고 경쟁력을 높이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프랑스 교육제도가 갖는 강점이자 다른 나라에 줄 수 있는 시사점은 엘리트 교육 이전에 사회적 불평등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교육에서 찾고 있으며, 공평한 출발선 구축에 교육이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토대로 그에 부합하는 교육 목표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인식에 기반하여 프랑스의 교육제도, 특히 초등교육제도는 모든 학생의 성공을 목표로 가정환경의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평등하게 시민으로서 최소한의 역량들을 갖출 수 있도록 마련되어 있다. 최근에 의무교육연령을 만 6세에서 만 3세로 하향 조정한 것, 우선교육지역의 학급 및 교사 1인당 학생 수 줄이기 등의 제도는 이러한 맥락에서 도입된 것이다. 소득에 따라 접근성 차이가 나타날 수 있는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고, 초등학교를 졸업하면서 갖춰야 하는 숙련된 역량으로서 읽기, 쓰기, 셈하기, 타인 존중하기를 기초 공통과목으로 마련한 것도 같은 취지에서 도입된 제도라 할 수 있다.

 


1. 3R 교육 현황

 

교육부는 2017년 장-미셸 블랑케 교육부 장관 취임 이후, ‘모든 학생의 성공이라는 원칙하에 초등학교 중심으로 읽기, 쓰기, 셈하기, 타인 존중하기라는 네 가지 항목으로 구성된 기초공통과목을 마련하였다. 이는 그 동안 OECD 국제학업성취도 비교 평가(PISA)에서 프랑스 학생의 국어, 수학 성취도가 계속 하락세를 보이는 것에 대한 반성과 시민으로서 갖춰야 할 최소한의 역량에 대한 필요에 바탕을 두고 있다. 2017년 장-미셸 블랑케 장관 취임 시기를 기준으로 약 20%의 학생이 읽기, 쓰기, 셈하기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조사되었다(Ministère de l'Éducation nationale et de la Jeunesse, 2020).

기초공통과목에 대한 교육은 초등학교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중에서도 읽기와 셈하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 이유는 쓰기는 유창한 읽기가 우선되어야 가능하다는 점, 사칙연산을 기본으로 하는 셈하기가 능숙해야 수학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이다. 쓰기 교육은 읽기와 동반되어 이루어진다. 같은 맥락에서 기초공통과목은 학년별로 교육 중점사항이 다르다. 가령, 초등학교 1학년의 경우 파닉스(phoenix)를 중심으로 유창한 읽기, 발음과 연결한 철자쓰기가 주요 과제가 되고, 그 이후 중학교까지 어휘와 문법, 동사변화 등을 중심으로 교육내용이 구성된다. 이에 맞춰 교육부는 교사에게 초등학교에서는 매일 받아쓰기, 중학교에서는 매일 글쓰기를 진행하도록 권고하였다. 또한, 읽기, 쓰기, 셈하기 교육을 위해서 교사를 위한 교육 지침을 발행하였다.

읽기와 쓰기 교육은 국어 교과목 시간에, 셈하기 교육은 수학 교과목 시간에 주로 각각 이루어진다. 타인 존중하기는 도덕과 시민성 교육과 체육 교과 등 다양한 교과 전반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교육부는 이러한 기초공통과목들의 교육은 초·중학교 전학년에서 매주 규칙적으로 실시하는 것을 중요한 원칙으로 삼고 있다. 읽기 교육은 학생들이 즐거움을 느끼고 스스로 읽기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쓰기와 연관되어 있는 어휘와 문법 교육에서는 규칙적인 반복은 이해와 암기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에서 초등학교에서는 최소 주당 3시간 이상, 중학교에서는 4시간 30분 이상 이루어질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다(Ministère de l'Éducation nationale et de la Jeunesse, 2018).

기초공통과목의 평가는 수시 평가와 초등학교 1, 2학년, 중학교 1학년에 치러지는 학력평가를 통해 이루어진다. 전국학력평가의 기본적인 목적은 학생의 기초학업능력을 확인하고, 이를 바탕으로 학생들이 겪는 학업상의 어려움과 필요를 파악하여 이에 부합한 교육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특별히 중학교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학년 초에 치러지는 학력평가는 읽기, 쓰기, 셈하기, 타인 존중하기 영역에서 성취수준을 확인하는 목적도 있다고 할 수 있다.

 


2. 미래교육을 위한 3R 교육정책 및 지원 사례

 

SNS, 블로그 등 격식이나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구어체 혹은 줄임말 등이 빈번하게 사용되는 온라인 글쓰기에 익숙한 학생을 위한 글쓰기 교육이 교육부 차원에서는 아직 강조된 바는 없다. 이는 교사의 자율성이 중요한 프랑스 교육 현장에서 교사들이 개인적으로 교수(teaching)활동을 할 수 있지만, 학생들의 형식파괴적 글쓰기 문제가 대두되는 상황에서도 교육부의 공식적인 권고나 지침을 제공하는 경우는 없었다는 뜻이다. 물론 교육부에서 글쓰기 교육 시행을 공식적으로 권고하더라도 교육 내용이나 교수법에 있어서 교사의 자율적인 선택이 가능한 프랑스의 맥락에서는 반드시 교육부의 권고가 시행된다는 보장도 없다.

대신 교육부는 초등학교 저학년 이후, 읽기는 물론 쓰기를 포함한 프랑스어 숙련을 위해 매우 중요한 주제로서 어휘와 문법을 교육할 것을 강조한다. 교육부는 어휘 능력은 주어진 글을 이해하고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핵심적인 요소라고 인식하고 있으며, 또한 동사변화를 이해하기 어려운 프랑스어 특성상 문법교육은 특히 쓰기에서 중요하다고 여긴다(Ministère de l'Éducation nationale et de la Jeunesse, 2018). 교육부는 교사들이 매일 반복적으로 각급별 수준에 맞춰 철자법과 문법 교육을 실시하여, 학생들이 문법을 이해하고 문장을 문법에 맞춰 구성 하고, 암기하고, 자동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네 단계에 맞춰 교육하도록 권고하고 있다(Ministère de l'Éducation nationale et de la Jeunesse, 2018)


 

3. 특징과 시사점

 

프랑스 3R 교육의 특징은 받아쓰기, 암송, 암산 등의 고전적인 방식을 고수한다는 점과 이를 매일 규칙적으로 반복한다는 점이다. 20184월 장-미셸 블랑케 장관이 초등교육을 중심으로 읽기, 쓰기, 셈하기, 타인 존중하기라는 기초공통과목 교육을 권고할 당시, 프랑스 언론을 비롯해 여러 교사들로부터 매일 15분씩 받아쓰기와 암산하기, 연간 5~10권 권장도서, 강요된 읽기 등 과거 교육 방식으로의 회귀이며 교사 자율성에 대한 지나친 간섭이라는 비판을 많이 받았다(Sénécat, 2018). 사실 기초공통과목 교육의 세부적인 방식으로서 받아쓰기와 암산은 이미 이전 교육부 장관 체제하에서도 유지되었고, 핵심은 다음 단계의 지식 습득과 학습을 위한 최소한의 기초능력이자 시민으로서의 최소 능력을 보다 효과적으로 함양한다는 것에 있다는 점이다. 한편, 교육부 장관의 권고에 대한 비판과 달리 실제 교육 현장에서 초등학교 저학년은 글씨 연습과 받아쓰기 위주로,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학교까지는 어휘 및 문법교육과 이를 확인하는 받아쓰기 위주로 쓰기 교육을 각각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Cnesco, n.d.) 이러한 기초공통과목에 대한 교육부의 기조는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으며, 최근 장-미셸 블랑케 장관은 기초공통과목에 집중한 결과 학생의 학업 성취도가 향상되고 있다는 내용도 발표한 바 있다.

프랑스의 3R 교육의 또 다른 특징은 쓰기보다는 읽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특별히 기초공통교육과정에 읽기, 쓰기가 모두 포함되어 있지만 읽기는 모든 학습의 기본이며 상기한 것처럼 쓰기에 앞서 유창한 읽기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인식 때문에 쓰기보다는 읽기에 중점을 두고 있다. 발음과 철자가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 프랑스어의 특성상 발음 중심으로 교육이 이루어지는 읽기 교육은 쓰기와 동반되기 어려운 점이 있다. 따라서 초등학교 1학년을 중심으로 읽기 교육이 우선되고, 그 이후에는 어휘와 철자, 문법 등의 영역에서는 쓰기 교육이 동반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읽기, 쓰기, 셈하기, 타인 존중하기라는 기초공통과목에 대한 교육부의 권고는 있지만 실제 교육 현장에서의 교육 내용과 교수법은 교사 자율에 맡긴다는 점이다. 앞서, 2018년 교육부 장관의 권고 사항에 대해 많은 교사들이 자율성 침해의 여지가 있다고 반발하기도 할 만큼 교사들은 교육 내용과 교수법을 자신들의 영역으로 여긴다. 정해진 교과서가 없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교육부에서는 교사들을 위한 웹사이트를 마련하고 다양한 교육자료와 지침을 제공하고, 교사도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만 교사에게 특정한 교수법이나 교육 내용을 강제할 수 없다.

 

 


참고 자료

 

Cnesco(n.d.) Écrire et rédiger - Pratiques enseignantes.
http://www.cnesco.fr/fr/ecrire-et-rediger/pratiques-enseignantes/ (2021.01.16. 인출)

Ministère de l'Éducation nationale et de la Jeunesse(2018). Enseignement de la grammaire et du vocabulaire : un enjeu majeur pour la maîtrise de la langue française. Bulletin officiel spécial n° 3 du 26 avril 2018.
https://www.education.gouv.fr/bo/18/Special3/MENE1809041N.htm?cid_bo=128707 (2021.01.15. 인출)

Ministère de l'Éducation nationale et de la Jeunesse(2020). Année scolaire 2017-2018 : pour l'École de la confiance.
https://www.education.gouv.fr/annee-scolaire-2017-2018-pour-l-ecole-de-la-confiance-9101 (2021.01.16. 인출)

Sénécat, A.(2018.4.27.). Lire, écrire, compter à l’école : un « retour aux fondamentaux » tout relatif. Le Monde.fr.
https://www.lemonde.fr/les-decodeurs/article/2018/04/27/lire-ecrire-compter-a-l-ecole-un-retour-aux-fondamentaux-tout-relatif_5291706_4355770.html (2021.01.15. 인출)

 

 

※ 기획기사는 참고 문헌을 바탕으로 작성되며, 교육정책네트워크, 한국교육개발원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