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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교육분야 대국민 의견수렴 사례

작성자
최지선(프랑스통신원)
발행일
2020.02.26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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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교육분야 대국민 의견수렴 사례

 

프랑스에서는 국가 주요 정책의 입안을 목적으로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비교적 익숙하다. 혹자는 이러한 전통을 프랑스의 삼부회에서 찾기도 하고 더 나아가 서구 유럽의 조상격인 그리스 아테네의 아고라까지 거슬러 올라가기도 한다. 그 근원과 시작이 어떠하든 간에 프랑스에서는 빈번하게 다양한 규모의 공청회를 개최하여 정책에 대한 국민의 의견을 청취하고 반영한다.

교육분야에서도 예외가 아닌데, 그 이유는 교육 정책이 중요하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서 가장 많은 예산이 투자되는 분야가 교육부문이라는 점에서 교육정책과 국민의견 수렴의 중요성을 가늠해볼 수 있다. 또한, 교육은 학생과 학부모뿐만 아니라 교원, 잠재적 교육 서비스 수혜자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국민의 다수가 관련되어 있다는 점에서도 국민의 의견 수렴은 중요하다.

 

1. 프랑스의 교육분야 대국민 의견수렴 현황

 

프랑스에서는 중요한 교육정책 수립 과정이나 교육제도 개혁 과정 거의 대부분에서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공청회가 개최된다. 공청회 개최는 주제에 따라 그 규모와 주체가 다양하며, 참여하는 관계자의 범위도 달라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교육분야 공청회의 주체는 교육부부터 학군(académie), 지방자치단체, 교육관련 협회나 기관, 일선 학교 차원까지 다양하게 조직된다. 가장 소규모의 공청회는 학교 차원에서 학교 구성원을 위한 계획을 구성하기 위해 마련된다. 지방자치단체나 중앙정부가 추진하는 제도 개혁을 위해 교육관련 협회나 기관 등이 자리를 마련하기도 한다.

가장 큰 규모의 대국민 의견 수렴은 대국민 토론회로 이루어진다. 프랑스에서는 전국적인 차원의 의견 수렴이 자주 진행되는데, 교육정책 관련 내용이 단독적인 주제로 선정되는 것보다는 논의 중 일부에 포함되는 경우가 보편적이다. 이는 대국민 토론회의 주제가 환경, 교육 등 일부 분야로 국한되는 경우도 있지만, 국가 정체성 혹은 전반적인 국민 생활 등을 포괄한 주제가 선정될 때가 더 많기 때문이다. 2009년 니콜라 사르코지(Nicolas Sarkozy) 정부 시절 방송법 개혁과 연계하여 언론 개혁을 위한 대토론회, 환경문제 대토론회 등이 개최된 바 있고, 2018년에는 유류세 인상으로 촉발된 노란조끼(gilets jaunes)’ 시위 이후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 대통령이 대국민 토론회를 제안하여 진행되기도 하였다.

대국민 토론회는 주로 독립기관인 공공토론위원회(Commission nationale du débat public, CNDP)’가 주관한다. 공공토론위원회는 전국적으로 조직적이고 투명한 토론회가 이루어져 국민적 참여를 확대할 수 있도록 토론회를 주관하는 상설기관으로, 시민에게 정보를 제공하며 시민의 정책 참여라는 헌법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중립적으로 토론회를 구성한다. 또한, 토론회에서 논의된 결과를 수렴해 종합 의견을 제안한다.

1995년 공공토론위원회가 설립된 이후 약 350건의 토론 주제가 제안되었고, 이 중 95건에 대해 대토론회, 250건의 공청회가 개최되었다. 2000년대 이후에는 더 많은 국민적 참여를 위해 웹사이트에서 정책 정보를 제공하고 온라인 토론장을 마련하였다. 공공토론위원회 웹사이트를 통해 누구나 토론을 제안할 수 있으며, 토론회 조직이 결정되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주최 기관 혹은 토론 주제에 따라 규모가 달라지지만, 일반적으로 교육 부문에 관한 공청회나 대토론회가 개최되면 해당 분야의 전문가, 행정 담당 공무원, 교사, 학생, 학부모 등이 다양하게 참여하여 각자의 입장을 개진한다. 대체적으로 학생, 학부모의 경우 학교별로 대표를 선출하고 있으며, 이들은 정책 결정 수준과 차원에 따라 정책결정위원회 구성원으로서 공청회에 참여한다. 일반 시민이나 교사, 학생, 학부모 등은 관심 있는 사안에 대해 개인 자격으로 참여가 가능하다.

공청회 개최에 앞서 일반적으로 여론 조사가 진행된다. 여론 조사는 정부의 정책을 국민에게 알린다는 의미와 공청회 개최 이전에 다수 국민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수집한다는 의미가 있다. 최근에는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여론 조사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2. 교육분야 대국민 의견 수렴 사례

 

프랑스의 교육분야 대국민 의견 수렴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2003년 자크 시락(Jacques Chirac) 대통령의 주도 하에 이루어진 교육법 개정을 위한 교육대토론회가 있다(Ministère de l'Éducation nationale et de la Jeunesse, 2003). 당시 시락 대통령은 교육법 개정을 목전에 두고, ‘학교의 미래를 주제로 삼아 전국적으로 교육대토론회를 제안하였다. 대토론회의 주된 목표는 교육법 개정과 관련하여 프랑스 교육 시스템에 대한 진단과 대책 모색이었으며, 향후 15년간의 프랑스 교육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었다. 대통령과 총리가 주관한 국민 참여 교육대토론회는 20031117일부터 2004117일까지 약 2개월간 진행되었다. 대토론회위원회는 교육과 관련해 약 22개의 세부 토론 주제를 제안하였다. 이를 중심으로 일선학교,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약 15,000회의 공청회가 열렸고 온라인 공청회까지 포함해 100만 명 이상이 참여하였다. 당시 정부는 교육대토론회를 위한 웹사이트를 개설하여 온라인으로 공청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여 6,000만여 건의 국민 의견을 수렴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보고서를 발간하였다.

또 다른 사례로 2015년에는 교육 디지털화에 관한 전국 공청회가 있다. 해당 공청회에서도 다수의 국민이 공청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온라인 공청회를 함께 개최하였다. 당시 온라인 공청회를 통해 51,000여 건의 질문이 등록되었고, 온라인 토론방에는 600여명이 참여하였으며, 171,000명의 방문자 수를 기록하기도 하는 등 큰 성과를 이루었다(Ministère de l'Éducation nationale et de la Jeunesse, 2015).

20192월에는 장애학생 통합교육을 위한 공청회가 개최되어, 관계자들로부터의 의견수렴이 있었다. 교육부 장관과 장애인 담당 장관을 비롯해 학부모, 장애인협회 관계자, 사회의료기구 담당자, 교육 전문가 등 장애학생 교육에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120명이 참여하여 의견을 나누었다(Ministère de l'Éducation nationale et de la Jeunesse, 2019a).

이외에도 2018노란조끼시위 발생 이후, 마크롱 대통령이 국민을 설득하기 위해 2019년 초 개최한 국민대토론회도 있다. 해당 국민대토론회는 교육부문에 국한된 토론회는 아니었지만 유류세 인상 문제로 시작하여 세금, 환경 등 다양한 주제가 논의되면서 당시 추진된 고등학교 교육과정과 바칼로레아(baccalauréat) 개혁, ‘신뢰받는 학교법 등 교육에 관한 주제도 다뤄졌다. 당시 대토론회가 막을 내린 후, -미셸 블랑케(Jean-Michel Blanquer) 장관은 마크롱 대통령이 발표한 대토론회 결론을 바탕으로 초등학교 교육 우선 정책 추진, 사회 정의와 기회의 평등이라는 교육 원칙을 재확인하는 메시지를 발표하였다(Ministère de l'Éducation nationale et de la Jeunesse, 2019b).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공청회는 아니지만 교육 관련 공청회는 최근에도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프랑스 내 최고의 화두인 연금 개혁과, 이와 관련한 교원 연금 문제, 그리고 교원 연금 문제 해결을 위한 법 제정을 앞두고 교육부는 교원과의 공청회를 마련할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연금 개혁에 반발하며 파업을 하고 있는 교원의 파업 철회를 위한 대화임과 동시에 법제도 개혁을 위한 관계자 공청회라는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또한, 지난해 연말 과도한 업무로 인해 일선학교의 학교장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후, 교육부는 학교장들을 대상으로 여론 조사와 공청회를 개최하여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3. 특징과 시사점

 

프랑스에서 대국민토론회, 공청회는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가장 기본적인 절차라고 여겨진다. 대국민 의견 수렴은 정책 수립에서의 국민 참여라는 원칙, 아래로부터의 투명한 정책 결정과 같은 의미를 갖는다. 이러한 의미에 따라 프랑스의 공공정책 수립을 위한 공청회 제도는 점차 강화되는 추세다. 대국민 의견 수렴은 1810년 이해관계자의 권리 보호를 위해 시작된 공공조사에서 법률적, 제도적 기원을 찾을 수 있다. 1983년 환경보호와 공공조사의 민주화에 관한 법률에서 보다 구체화되었고, 1995년 공공토론위원회 설립, 2002년 근접성의 민주주의에 관한 법률로 이어지면서 해를 거듭할수록 민주적 필수 절차로서 굳건히 제도화되고 있다. 이와 같이 국민 의견 수렴 제도의 일상화는 신고리 5·6기 공론화위원회, 대입제도개편 공론화위원회 등으로 대국민토론회를 이제 막 시작한 우리나라에도 시사점을 준다고 할 수 있다.

다만 프랑스의 대국민토론회나 우리나라의 공론화위원회 모두 결론이 반드시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느냐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특히 대국민토론회에서 수렴된 의견이 실제 정책 수립에서 반영되는 정도 역시 일관되거나 확실하지 않다는 한계도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대국민 의견 수렴은 민주주의의 과정과 절차에 방점을 찍는 제도로써 국민적 참여에 의의를 둘 수 있다. 제도 개혁의 큰 틀은 중앙정부 혹은 지방정부가 방향성을 가지고 추진하는 것이고, 대국민 의견 수렴의 과정은 국민에게 정책을 세세히 알리는 역할을 하고 정책 수립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해관계의 충돌을 조율하고 조정하는 기능에 주안점을 두는 것이다.

 

참고문헌

 

Ministère de l'Éducation nationale et de la Jeunesse(2003). Le débat national sur l'avenir de l'École s'engage dans toute la France. Retrieved from https://www.education.gouv.fr/cid446/le-debat-national-sur-l-avenir-de-l-ecole-s-engage-dans-toute-la-france.html

Ministère de l'Éducation nationale et de la Jeunesse(2015). Analyse des résultats de la concertation Premières tendances. Retrieved fromhttp://cache.media.education.gouv.fr/file/05-mai/50/6/Concertation-nationale-sur-le-numerique-pour-l-education-analyse-des-resultats-de-la-concertation-premieres-tendances_420506.pdf

Ministère de l'Éducation nationale et de la Jeunesse(2019a). Restitution de la concertation “Ensemble pour l'école inclusive”. Retrieved fromhttp://www.education.gouv.fr/cid138920/restitution-de-la-concertation-ensemble-pour-l-ecole-inclusive.html

Ministère de l'Éducation nationale et de la Jeunesse(2019b). Conclusions du Grand débat national: Jean-Michel Blanquer s'adresse aux professeurs des écoles. Retrieved fromhttps://www.education.gouv.fr/cid141350/conclusions-du-grand-debat-national-jean-michel-blanquer-s-adresse-aux-professeurs-des-ecoles.html

 

※ 기획기사는 참고문헌을 요약·정리하여 작성되며, 교육정책네트워크, 한국교육개발원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