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신학기 교육준비 현황

2019년 말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에서는 3월 한 달간 휴교에 들어갔다. 일본에서 3월은 사무적인 업무가 특히 집중되는 시기인데, 졸업식, 입학시험, 그리고 4월 신학기 준비로 인해 교원이 가장 분주한 기간이다. 하지만 올해는 급작스러운 휴교로 일선 학교에서 혼란이 빚어지고 있으며, 휴교가 장기화될 경우 4월의 입학식과 신학기의 시작도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본 기사에서는 곧 시작될 일본의 신학기를 교원과 학생, 그리고 학부모가 어떻게 맞이하고 있는지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1. 일본의 신학기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인식

일본에서는 ‘초1의 벽’, ‘초1 문제’라는 표현이 있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자녀가 보육 시간이 긴 보육원을 다닐 때에는 부모가 퇴근 후 직접 마중을 나갈 수 있지만,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자녀의 하교 시간이 부모의 퇴근 시간보다 빠르게 된다. 따라서 방과 후 돌봄 프로그램을 이용하지 않는다면, 자녀의 하교 시간부터 부모의 퇴근 시간 사이에 자녀를 돌봐 줄 사람의 부재로 곤란해지는 상황이 발생하는데, 이러한 상황을 ‘초1의 벽’이라고 지칭한다. 다행히 이는 방과 후 돌봄 프로그램이 확대되면서 조금씩 개선되고 있는 추세이다.

‘초1 문제’란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어린 학생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것을 지칭하는 말이다. 예를 들어 단체 활동에 참여하지 못하거나, 수업 중 가만히 앉아있지 못 하고 교실을 배회하거나, 교사의 말을 듣지 않는 것 등이 이에 속한다. 이러한 문제는 유아교육과 초등교육의 교육과정과 방법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일본의 유아교육은 경험 중심 교육과정으로, 아동 개인의 생활과 경험을 중시하고, 개인이나 소수 집단의 놀이를 통해 종합적으로 지도한다. 하지만 초등학교는 교과 중심 교육과정으로 학문의 체계를 중시하며, 학급과 학년을 중심으로 교과의 목표와 내용에 맞게 선정된 교재로 학습을 전개하기 때문에 유아교육과 격차가 크다. 문부과학성(文部科学省)은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2011년도부터 ‘스타트 커리큘럼’을 도입하여, 보육원이나 유치원 단계에서 초등학교와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초등학교에서는 수업 시간 단축, 소인수(少人數) 수업, 놀이 등 보육원에서의 생활을 바탕으로 한 지도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

2. 신학기 학교·학급 운영 준비 사례

일본은 4월 첫째 주에 입학식을 실시하며, 교사는 4월 1일부로 ‘지령’을 받고 신학기를 시작하게 된다. 신학기를 맞이하는 다양한 준비 가운데, 본 기사는 초등학교 담임을 맡은 교사가 4월에 하는 업무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학생의 준비물, 학부모 관련 활동인 ‘학부모 교사 연합회(Parent-Teacher Association, 이하 PTA)’를 중심으로 소개한다.

1) 담당교사의 신학기 준비

담당교사는 4월 1일부터 첫 수업을 시작하기 전까지 학급 편성을 하고 각종 문서를 작성·확인한다. 구체적으로는 우리나라의 생활기록부에 해당하는 지도요록(指導要録), 학생명부, 출석부, 연락망, 건강진단표, 치아검사표 등이 있다. 또한, 운동장이나 음악실 등의 사용 상황을 확인하고, 준비물이 필요한 과목을 고려하여 시간표를 편성하며, 학급 통신의 기본 틀을 구성하기도 한다.

학급 편성이 완료되면 담당 학생에 대한 정보 파악이 중요하다. 학생의 기본 인적사항, 학력, 장애, 음식 알레르기, 교우관계 등을 파악하며, 이를 위해 보육원이나 전 담임교사와의 정보 교환도 이루어진다.

학생이 사용할 교실의 책걸상의 수와 상태를 확인하고, 좌석, 신발장, 사물함에 학생 이름표를 일일이 부착하는 것도 담임교사의 일이다. 일본은 같은 한자라도 읽는 법이 다양하기 때문에 학생의 이름을 부를 때 실수하지 않도록 학생 명단을 반드시 미리 확인하며, 각 좌석에 앉는 학생을 미리 외워두는 교사도 있다.

담임교사가 학급 운영을 위해서 학급 목표, 규칙(학교 시설이나 물품의 사용 규칙, 등하교 규칙 등), 연간 행사, 학습 계획 등과 같은 학급 경영안을 작성한다. 또한, 부서 활동, 대표 위원, 당번 활동 계획을 짜고, 연락장의 활용이나 일기장 작성 등에 대해서도 미리 계획한다.

교과 지도와 관련해서는 연간지도계획이나 지도 내용을 확인하고, 교과서와 지도서를 확인한다. 그리고 시험지나 문제집, 자료집과 같은 보조 교재를 학년별로 상담하여 결정하고 주문해야 한다.

4월의 가장 중요한 행사인 입학식 준비와 관련된 업무도 여러 가지가 존재한다. 입학식을 마치면 각 학급별로 인사, 출석 체크, 좌석 지정, 교과서 배부, 과제물 제출 방법 확인 등으로 첫날 수업을 보낸다. 이후에는 도구를 두는 장소와 방법, 조례와 종례, 당번 활동, 청소 방법, 쉬는 시간, 위원회 조직, 학급회 실시, 급식 방법과 급식 당번, 수업 방법 등에 대해 설명·실시한다. 또한, 교장에게 제출하는 학급경영계획(학급목표, 특별히 지도가 필요한 학생, 지도 방침 등)을 작성하고, 지도요록에 학급, 출석 번호, 교장 이름, 담임교사 이름 등을 기재한다.

2) 초등학생의 신학기 준비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학생이 준비해야 할 물품으로는 책가방, 책가방 커버, 비옷, 방재(防災) 두건, 방범벨, 이름표 스티커, 문구류(연필, 지우개, 노트, 색연필, 크레용, 자, 가위, 풀, 점토, 조각도, 각도기, 컴퍼스, 물감 등), 실내화, 체육복, 휴대용 가방(도구, 문구 등 이동 시 사용), 도서 가방, 급식옷, 급식 주머니(급식 받침 수건, 마스크 등), 양치 도구, 물통, 손수건 등이 있다.

3) 학부모의 신학기 준비

자녀가 입학하면 학부모는 PTA에 가입하게 된다. 대부분 교육위원회는 PTA 가입에 의무성을 부여하고 있지는 않지만, 자녀의 입학과 동시에 학부모의 PTA 가입이 자동으로 이루어지며 가입을 거부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PTA 회원은 회비를 부담하며, 등하교 통학 지도, 순찰, 분리수거, 바자회, 연간 2회 정도의 학교 청소 등 다양한 활동에 동원된다. 또한, 학기 초에 진행되는 수업 참관 이후 학부모 간담회에서 각 학급의 PTA 임원을 선출한다. PTA 임원은 학교 홍보지를 제작하거나 음악회, 강연회 등을 기획·운영한다.

3. 특징과 시사점

2000년대에 진입하면서 일본에서는 ‘초1 문제’, ‘초1의 벽’ 등 신학기를 맞이하는 학생 중에서도 특히 초등학교에 진학하는 학생을 둘러싼 문제가 이슈화되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유아교육과 초등교육의 연계, 돌봄 프로그램의 확대 등과 같은 대응책은 우리나라의 상황과 연관시켜 살펴볼 만하다.

교사가 새로운 학생을 맞이하고 학급을 원활하게 경영하기 위해서 분주하고 꼼꼼하게 준비한다는 것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이다. 다만 업무에 있어 정보기술(IT) 활용도가 아직 낮고 수작업이 많은 만큼 교사의 부담이 큰 편이다.

교사뿐만 아니라 초등학생에게도 부담이 있다. 준비해야 하는 물품이 비교적 많은 편인데, 예를 들어 교실 배식을 위한 급식옷과 급식 받침수건, 마스크, 이동 수업 시 필기구 등을 넣고 다닐 손가방, 체육복을 넣는 가방 등도 있다. 일본 초등학생은 많은 준비물로 항상 무거운 책가방을 메고 학교에 다니는데, 한 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이 짊어지는 책가방의 무게가 평균 5킬로그램이나 된다고 한다. 비가 올 때나 더운 여름, 통학 거리가 먼 학생에게는 특히나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학부모 역시 자녀가 새 학기를 맞이하면 PTA 임원 선출과 여러 가지 활동으로 부담을 느낀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의무 가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동 가입이 대부분이며, 자녀를 위해, 그리고 다른 학부모의 동조 압력 때문에 가입을 거부하기 어려운 분위기이다. 더군다나 최근 들어 학생을 위한 PTA가 아니라 조직을 위한 조직이 되었다는 지적과 함께, 불필요한 활동이 많고, PTA 활동 참여를 위해 직장인 학부모는 휴가를 내야하는 경우도 있어 비판과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 기대감을 가지고 신학기를 준비하지만, 각각 다양한 부담을 안고 있으며, 앞으로는 이를 경감하기 위한 방안도 필요하다.

참고 자료

∙ 文部科学省(2010). 幼児期の教育と小学校教育の接続について. https://www.mext.go.jp/b_menu/shingi/chousa/shotou/070/gijigaiyou/__icsFiles/afieldfile/2010/06/11/1293215_3.pdf에서 인출.

∙ 国立教育政策研究所(2015). スタートカリキュラム　スタートブックPTA. https://www.nier.go.jp/kaihatsu/pdf/startcurriculum_mini.pdf에서 인출.

∙ 東京新聞(2017. 9. 25). PTAは曲がり角　改革の動きが続く. https://sukusuku.tokyo-np.co.jp/work/2094/에서 인출.

∙ FNN PRIME(2018. 9. 3). “重すぎランドセル”問題で文科省が通知へ…そもそも何で「置き勉」はだめだった？. https://www.fnn.jp/posts/00358200HDK에서 인출.

※ 기획기사는 참고문헌을 요약·정리하여 작성되며, 교육정책네트워크, 한국교육개발원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