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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코로나19 시대 교육평가 동향

작성자
김지혜(미국통신원)
발행일
2020.12.23
첨부파일
pdf파일미국의 코로나19 시대 교육평가 동향.pdf

미국의 코로나19 시대 교육평가 동향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많은 지역에서 학교 시설이 폐쇄되고 대면 수업이 원격수업으로 전환되었다. 이는 수업 현장뿐만 아니라 다양한 학교교육 요소에 있어서 변화를 가져왔으며, 특히 교육평가에 대한 고민을 깊어지게 만들고 있다. 학생들이 학교 시설에 모이지 못하는 현 상황에서 타당하고 효과적인 교육평가를 실시하는 방법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모든 학생이 최대한 유사한 환경에서 시험에 응시해야 하는 대규모 학업성취도평가의 경우 그 고민이 더 크다. 학생들이 학교라는 공통의 공간이 아닌 개별 공간에서 시험을 치를 경우 공정성에 대한 논란 뿐 아니라 시험 환경의 차이가 극대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가령 인터넷 접속 환경이 불안정한 가정에서는 학생이 시험에 제대로 응시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있는데, 이러한 경우에는 해당 시험이 응시 학생들의 능력을 정확하게 측정하지 못할 수 있다.

미국에서도 코로나19 사태 가운데 교육평가를 어떻게 실시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깊은데, 특히 최근 국가학업성취도평가(National Assessment of Educational Progress, 이하 NAEP)를 둘러싼 논란이 치열하였다. 개별 교사 및 학교에 따라 자율적으로 시행되는 학교 내 교과 평가의 경우 각각 처한 상황에 맞추어 평가를 조정할 수 있지만, 전국 표본 학생 대상 학업성취도평가는 각 지역 여건에 맞추어 조정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연방 교육부는 현 상황에서는 타당하고 효과적인 전국단위 평가 시행이 불가능하다는 판단 하에, 2021NAEP를 다음 해로 연기하기로 결정하였다. 이에 본 기사는 NAEP란 무엇이고 그간 어떻게 시행되어 왔으며, 어떻게 변경되어 시행될 예정인지에 대하여 중점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1. 국가학업성취도평가(NAEP)

 

NAEP는 초·중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의 교과 지식 및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시행되는 전국 단위 표준화시험이다. 1969년 처음 시행되었으며, 연방 교육부 교육과학연구소(Institute of Education Sciences, IES) 산하의 국가교육통계센터(National Center for Education Statistics, 이하 NCES)가 평가 전반을 주관한다.

구체적으로 NAEP는 공·사립학교에 재학 중인 4학년, 8학년, 1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수학, 읽기, 과학, 기타 교과의 지식 및 능력을 각각 평가한다. 특히 핵심 평가 영역은 4학년과 8학년(연도에 따라 12학년 추가)을 대상으로 치러지는 수학, 읽기, 과학 평가이다. 그리고 NEAP2년을 주기로 시행되는데, 지난 평가는 2019년에 시행되었으며 다음 주기는 2021년 봄학기이다. 이 외에도 수학, 읽기, 과학 평가가 시행되지 않는 연도에는 예술, 시민교육, 경제, 지리, 역사 등의 교과 평가를 실시한다.

NAEP는 지역, 인종/민족, 사회경제적 배경을 고려하여 일부 학생을 표집하며, 표집된 학생들은 재학 중인 학교에서 일과 시간 중 시험에 응시하게 된다. 한 과목당 약 90120분 동안 시험을 치르게 되며 시험에 필요한 물품은 NAEP 관계자가 직접 개별 학교로 준비해 간다. 심지어 관계자는 시험을 치를 책상이나, 디지털 기반 평가의 경우에는 해당 학생이 재학 중인 학교로 휴대용 컴퓨터를 준비해 간다.

평가 결과는 NAEP에서 설정한 성취 기준에 따라 기본(basic), 숙달(proficient), 우수(advanced)의 세 단계로 표시되며, 대체로 주 단위로 공개되지만 일부의 경우는 학군 단위로 공개되기도 한다. 구체적으로 읽기 및 수학 과목은 전국 수준뿐만 아니라 주와 학군 단위로도 결과를 보고한다. 반면 과학, 읽기 교과는 국가 수준과 학군 단위 결과가 보고되며(일부 연도는 주정부 단위로도 보고), 이 외에 예술, 시민교육, 지리, 경제, 역사와 같은 기타 교과는 국가수준 결과만 보고된다. 또한, 특정 인구통계학적 특성을 가진 학생 집단별 성취도 추이 역시 함께 보고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미국 내에서 NAEP미국 공교육의 성적표(Nation's Report Card)’로 불리기도 한다.

 

2. 코로나19로 인한 국가학업성취도평가(NAEP) 연기

 

지난 1125, NCES는 코로나19로 인해 2021년 예정되었던 NAEP 읽기 및 수학 평가를 2022년으로 1년 연기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정부는 교육과학개혁법안(Education Sciences Reform Act, 이하 ESRA)에 의거하여 2년마다 타당하고 신뢰할 수 있는(valid and reliable)’ 방법을 통해 NAEP를 시행해야 하는데, 현재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이와 같은 조건을 만족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부분 지역에서 대면수업을 제대로 시행하지 못하고 있으며, 외부자의 방문을 최소화하고 있다. 아울러 NAEP의 주요 목표 중 하나는 공교육의 성과를 최대한 정확하게 측정하여 시간에 따른 성과 추이를 살펴보는 것인데, 현재 상황에서 무리하게 평가를 강행할 경우 평가 결과가 크게 왜곡될 수 있다(Woodworth, 2020).

NEAP를 연기하기 위하여 NCES는 표집 학생들이 재학 중인 학교의 코로나19 감염 수준과 평가 대상 학생에게 접근 가능 여부 등을 면밀히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대부분의 표집 학생들이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한 지역(해당 지역 인구 10만 명당 감염자가 25명 이상)의 학교에 재학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표집 학생들이 속한 학교 대부분이 대면수업을 원격수업으로 전환하여 진행하고 있거나 혹은 방문자 제한 조치를 취하고 있었기 때문에 시험 관계자가 평가 대상 학생에게 접근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에 놓여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실태 조사 결과와 더불어 다음의 네 가지 이유 때문에 NAEP를 연기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이 제기되었다(Woodworth, 2020).

첫째, ESRA가 요구하는 평가의 타당성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

둘째, 평가에 소요되는 시간 및 비용의 낭비를 막을 수 있다. 2년을 주기로 NAEP를 시행하는 데에는 큰 시간·경제적 비용이 소요되는데, 2021년 평가를 강행하기 위하여 평가 대상 학생과 무리하게 접촉하기 위해서는 평균치보다 훨씬 더 많은 비용이 소요될 수 있다.

셋째, 평가 연기를 통해 현재 혼란스러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학교의 부담을 낮출 수 있다. 2021년 봄학기에 각 학교는 NAEP 외에도 주정부 수준의 표준화시험과 학교 수준의 교과별 평가도 치러야 하는데,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NAEP까지 강행한다면 학교와 지역 교육당국의 평가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연방 교육부는 그간 주정부 차원의 표준화시험과 비교 가능한 결과를 산출하기 위해 같은 시기에 NAEP를 시행해왔지만, 이번에는 각 지역 당국의 평가 부담을 완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였다.

넷째, 무엇보다 중요한 요인은 평가 대상 학생과 담당자들의 안전이다. NAEP는 최대한 모든 학생의 시험 환경을 동등하게 마련하기 위해 시험 관계자들이 직접 평가 대상 학생을 찾아가는 방법을 사용하는데, 이는 평가 대상 학생과 학교 구성원, 그리고 평가 담당자의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높이게 된다.

 

3. 관련 논의 및 시사점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현재 미국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전국 단위로 실시되는 표준화 시험인 NAEP1년 연기한 상태이다. 당초 2021년 초에 해당 평가를 시행할 예정이었지만, 학생들이 학교 시설에서 동등한 조건으로 시험을 치르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2022년 초로 연기되었다. 연방 교육부는 이번 결정이 평가의 타당성과 신뢰성 확보, 비용 낭비 예방, 그리고 무엇보다도 코로나19 상황에서의 학생들과 관계자들의 안전을 위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결정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NAEP는 해당 시점의 미국 공교육의 성과를 보여주는 자료이니만큼, 2021년 평가는 코로나19가 학교교육에 미친 영향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중요한 자료라는 것이다. 연방 교육부는 주정부 차원에서 시행되는 평가를 통해 코로나19로 인한 학습 손실을 파악할 수 있다고 발표하였지만, 많은 주정부가 평가를 취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주정부 수준에서 시행되는 평가는 평가의 내용, 방법, 대상 선정 등에 있어 각기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어 주정부 간 면밀한 비교 분석은 불가하다. 이에 비해 NAEP는 전국의 모든 평가 대상 학생들을 동일한 방법으로 동일한 내용을 평가함에 따라 지역 간 비교가 가능하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현재 미 전역의 공교육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제한적으로나마 NAEP를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Sawchuk, 2020).

연방정부와 주정부 간 평가를 둘러싼 갈등 역시 논란이 되고 있다. 연방 교육부는 모든 학생 성공법(Every Student Succeed Act, ESSA)’을 근거로 매년 주정부 차원의 표준화시험을 실시하여 학생들의 학업 성과 추이를 보고하도록 하고 있는데, NAEP1년 연기하면서도 2021년 평가를 면제해달라는 주정부들의 요청을 거절한 바 있다. 연방 교육부는 지역별 코로나19 상황이 다르므로 전국 단위 평가를 실시하는 것은 불가하며, 각 주정부가 처한 상황에 맞추어 평가를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주정부들은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학교가 혼란스러운 상황이기 때문에 주정부 차원의 표준화시험을 치르는 것 역시 큰 부담이라고 주장하면서, 올해 의무 평가를 면제해줄 것을 연방정부에게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조 바이든(Joe Biden) 당선인이 정권 인수 이후에 주정부 학업성취도평가에 대한 면제를 허가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하여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Ujifusa, 2020).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코로나19 사태는 수업 현장을 변화시킬 뿐 아니라 교육평가 시행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NAEP와 같은 국가 수준의 학업성취도평가는 학생들의 시험 응시 조건을 최대한 동등하게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점에서 더욱 큰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인상적인 점은 NCES2021NAEP2022년으로 연기하는 결정에 앞서 면밀한 실태 분석을 실시했다는 점이다. 예컨대 평가 대상 학생들이 재학 중인 학교가 대면수업과 원격수업 중 어떤 형태의 수업을 운영하고 있는지, 해당 학교는 방문자 제한 조치를 어느 정도로 시행하는지 등을 면밀히 조사하였다. 그리고 해당 내용을 수합하여 평가 대상 학생들에게 시험 관계자가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실사하고, 이를 토대로 평가 연기를 결정하였다. 평가를 강행하는 것과 연기하는 것 중 어느 것이 정답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해당 결정을 위해 면밀한 실태 파악을 선행하는 것은 최선은 결정을 내리기 위한 시작점일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사례는 유용한 시사점을 줄 수 있다.

 



참고 자료

 

Sawchuk, S.(2020. 11. 25). It's official: National test is postponed due to COVID-19 concerns. Education Week. https://www.edweek.org/teaching-learning/its-official-national-test-is-postponed-due-to-covid-19-concerns/2020/11에서 2020. 12. 3 인출.

Ujifusa, A.(2020. 11. 20). States push to ditch or downplay standardized tests during virus surge. Education Week. https://www.edweek.org/teaching-learning/states-push-to-ditch-or-downplay-standardized-tests-during-virus-surge/2020/11에서 2020. 12. 3 인출.

U.S. Department of Education & National Center for Education Statistics(2019). An overview of NAEP (NCES 2019-153). https://nces.ed.gov/nationsreportcard/subject/about/pdf/NAEP_Overview_Brochure_2018.pdf에서 2020. 12. 3 인출.

Woodworth, J. (2020. 11. 25). Due to COVID pandemic, NCES to delay National Assessment of Education Progress (NAEP) assessment. https://nces.ed.gov/whatsnew/commissioner/remarks2020/11_25_2020.asp에서 2020. 12. 3 인출.

 

※ 기획기사는 참고 문헌을 바탕으로 작성되며, 교육정책네트워크, 한국교육개발원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