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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코로나19 시대 교육평가 동향

작성자
최지선(프랑스통신원)
발행일
2020.12.23
첨부파일
pdf파일프랑스의 코로나19 시대 교육평가 동향.pdf

프랑스의 코로나19 시대 교육평가 동향

 

코로나19는 전례 없이 인류의 삶을 바꾸어 놓았다. 기술이 뒷받침되었음에도 관성처럼 머뭇거려져 왔던 재택근무, 원격수업은 반강제적으로 갑작스레 도입되었다. 회의나 수업이야 화상회의 시스템을 통해 진행한다고 해도 공정성, 형평성, 엄정함 등이 담보되어야 하는 시험이나 평가에 대한 준비는 한순간에 이루어지기 어렵다. 대면 상황을 전제로 해왔던 모든 평가방식은 비대면 상황에서 적용될 수 없다. ··, 대학의 일상적인 평가는 물론, 입시와 같이 중요한 시험은 더더욱 그러하다. 영국, 프랑스, 미국 등 대학입시를 위한 시험들이 대거 취소되는 사태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코로나19가 쉬이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상황에서 여러 나라는 교육평가를 위한 방법들을 찾기 위해 고심 중이다. 본 기사는 2020학년도 고등학교 졸업시험이자 대입자격 시험인 바칼로레아(Baccalauréat) 지필고사를 전면 취소하였던 프랑스의 코로나19 사태 속 교육평가 동향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1. 교육평가 대상 및 기준

 

. 교과 중심 평가 및 학년 평가

 

··고 교육과정에서 교사들은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측정을 위해 교과목에 대한 수시 평가를 실시한다. 이는 교사의 재량으로 이루어지므로 정해진 바가 없다. 졸업자격 시험이나 입시를 위한 평가가 아닌 전국 단위의 학년 평가는 전국학력평가가 있다. 이는 학생들의 기초학력 평가를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교사들이 학생들의 학업 어려움을 인지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실시된다. 해당 시험은 매년 초등학교 1, 2학년, 중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학기가 시작되는 9월에 치러진다. 2020/2021학년도에도 등교수업이 이루어지면서 전국학력평가는 차질 없이 실시되었다.

 

. 중등교육과정 및 고등교육 입학을 위한 국가고시

 

프랑스에서는 중학교 졸업시험, 고등학교 졸업시험인 바칼로레아, 고등기술자격시험(Brevet de Technicien Supérieur) 등 입시와 관련된 시험이 국가고시로 치러진다. 해당 시험들은 중학교, 고등학교 졸업자격 시험인 동시에 진학을 위한 시험이라는 점에서 중요하게 취급된다. 가장 일반적이고, 가장 많은 학생이 응시하는 두 시험을 중심으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중학교 졸업시험(DNB)

 

중학교 졸업시험(Le diplôme national du brevet, DNB)은 학생들이 가장 처음 경험하게 되는 국가고시이자 학위시험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시험은 중학교 교육과정을 이수하였다는 증명을 하는 중학교 학위시험이지만, 고등학교로의 진학을 위한 시험은 아니다. , 중학교 졸업시험 결과가 고등학교 진학에 조건이 되는 것은 아니다.

중학교 졸업시험은 중학교 교육과정에 대한 평가로서 중학교 4년 동안 평가된 내신 성적 50%와 중학교 4학년이 끝나는 해 6월에 치러지는 최종시험 50%로 평가가 구성된다. 내신 성적 평가는 총 400점으로, 8개 필수 교과과정에 대한 학업성취도를 평가한다. 가장 높은 학업성취도 50점부터 가장 낮은 학업성취도 10점까지 점수가 분포된다. 중학교 4학년 말 6월에 치러지는 최종시험도 총점 400점으로 구성된다. 국어와 수학 과목이 각각 100, 역사/지리, 과학 과목이 각각 50, 구술시험이 100점으로 배분되어 있다. 각 학생은 선택 시험(라틴어, 외국어, 지방어, 직업탐방 등)을 치를 수 있는데, 1020점 사이로 보너스 점수를 받을 수 있다. 두 평가를 합쳐 총점 800점 만점으로 구성되는 평가에서 400점 이상 획득하면 중학교 졸업학위를 받게 된다. 이 중 480560, 561640, 640점 이상은 각각 학위증에 충분’, ‘우수’, ‘매우 우수와 같은 평가 등급이 함께 표기된다.

 

(2) 고등학교 졸업시험(Le Baccalauréat)

 

바칼로레아로 알려진 프랑스의 고등학교 졸업시험은 고등학교 과정을 이수하였다는 학위시험인 동시에 고등교육기관 입학 자격시험이다. 교육부는 최근 고등학교 교육과정과 바칼로레아 시험을 개편하였다. 고등학교 과정은 크게 일반계열, 전문계열, 기술계열(대분류)로 나뉘어 있고, 일반계열은 다시 문학계열, 이과계열, 사회/경제계열(세부 계열 분류)로 구분되어 있다. 개편안에 따르면 대분류는 그대로 유지하는 대신 일반계열의 세부 계열 분류는 폐지하고 선택과목 제도로 바꾸었다.

이에 일반계열 바칼로레아 시험 방식도 변화를 겪게 되었다. 지필고사 60%, 내신 성적 40%로 구성되며, 내신 성적은 과학, 역사/지리 등 공통과목과 1학년까지 이수한 특별과목에 대한 성적과, 내신 성적을 위한 공통 평가 시험으로 이루어진다. 참고로, 해당 공통 평가 시험은 2학년에 두 차례, 3학년에 한 차례 치러진다. 지필고사는 한꺼번에 시험이 치러지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고등학교 3학년 3월과 6월에 나누어 시행된다. 3월에는 선택과목들에 대한 지필고사, 6월에는 국어, 철학 지필고사와 구술고사가 시행된다. 국어 시험의 경우 고등학교 36월에 치러지는 시험 이외에 고등학교 2학년 과정 중에 한 차례 시험이 더 시행된다.

 

2. 코로나19 사태로 변화된 교육평가 현황 및 사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수업방식은 변화하였지만, 평가방식은 수업방식의 변화와는 비교되지 않을 만큼 준비 기간이 필요하고 신중해야 한다는 점에서 갑작스러운 변화를 보이기 쉽지 않은 부분이다. 그러한 이유로 코로나19 상황에서 중요한 교육평가는 방식의 변화가 아니라 취소대체형태로 진행되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전면 봉쇄 조치가 시행되었던 3월 한 달간 학교의 대면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원격수업으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제대로 수업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연락이 닿지 않게 된 학생들의 비율도 58%에 이르게 되었다. 이후 교육부는 등교를 최우선으로 하여 최근까지도 등교수업을 원칙으로 하였고, 11월 제2차 봉쇄 기간에도 등교수업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내신 성적 평가 혹은 각 학년에 치러지는 평가는 등교수업을 통해 진행되어왔다.

고등교육에서는 초··고에 비해 상대적으로 원격수업이 원활하게 이루어졌다. 그러나 평가에 대한 공정성 문제를 둘러싸고 코로나19 사태 초기에는 대학들의 시험 역시 대거 취소된 바 있다. 또한, 별도의 입시 제도를 구축하여 입학시험을 시행하고 있는 고등교육기관들 역시 기관별로 일정을 재조정하거나 시험을 취소하는 방식을 택하였다.

문제는 여러 학생이 한꺼번에 이동하여 이루어지는 국가고시이다. 다수의 학생이 밀집하여 같은 공간에 머물게 되는 상황에서 방역을 철저히 해야 함과 동시에 비대면 강의로 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평가의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부담으로 인해 2020년도 중학교 졸업시험, 바칼로레아를 비롯한 국가고시가 연이어 취소되었다. 6월경에 예정되었던 지필고사와 구술고사 역시 취소되었고, 해당 평가들은 내신 성적 평가로 대체되었다. 그 결과 중학교 졸업시험 및 바칼로레아는 예전에 없던 높은 합격률을 보였다. 중학교 졸업시험 합격률 90.5%로 전년 대비 4 % 상승한 수치를 보였고, 바칼로레아 합격률 역시 95.7%에 이르며 역대 최고 합격률을 기록하였다(Le journal des femmes, 2020).

2021년 중학교 졸업시험, 바칼로레아, 직업능력증명시험(Certificate d'Aptitude Professionelle, CAP.), 직업교육학위(Brevet d'études professionnelles, BEP)의 시험은 아직 취소되지 않았으며, 교육부는 지난 11월 각 시험의 방식과 일정을 발표하였다. 중학교 졸업시험은 시험 방식의 변경 없이 2021628, 29일 양일간으로 최종시험 일정이 확정되었다. 직업능력증명시험과 직업교육학위시험 역시 각각 67, 8, 64일로 시험 일정이 확정되었고 현행 방식대로 시행될 계획이다(Service-public.fr, 2020. 11. 13).

고등학교 2, 3학년 재학 중에 시험이 치러지는 바칼로레아는 좀 더 복잡하지만, 그 일정과 방식도 정해졌다. 2021학년도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의 시험 일정은 다음과 같다. 일반계열 국어 및 철학 지필고사는 2021617, 일반계열과 기술계열의 선택과목 지필고사는 202131517, 일반계열 학생들의 과학 시험은 32326, 일반계열, 전문계열의 역사/지리, 경제/, 문화예술 등의 교과목 지필고사는 61623일로 각각 정해졌다. 면접고사 역시 621일부터 72일까지로 확정되었다. 2022학년도 바칼로레아 대상자이자 2021년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의 국어 시험 역시 617일로 예정되었다. 반면, 3월에 예정되어 있던 고등학교 2, 3학년의 내신 성적 평가를 위한 필수과목 공통 시험은 취소되어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수행 평가 등의 평균으로 내신 성적 평가를 대신하기로 하였다(Service-public.fr, 2020. 11. 13.).

결과적으로 현재 상황에서는 코로나19 확산이 특별한 조치를 필요하지 않은 한, 6월에 예정된 국가시험들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방식을 유지하여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일선 학교에서는 당장 3월 일반계열 학생들의 과학 시험에 대해 수업 진도가 다소 늦어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또한, 6월 시험 일정도 발표되었지만 변동 가능성 때문에 여전히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3. 특징과 시사점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프랑스는 새로운 평가방식을 모색하기보다는 눈앞에 닥친 시험들을 취소하거나, 이미 이루어진 평가들로 대체하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이는 공정성을 담보하는 평가방식을 시간적 여유를 갖고 신중하게 마련해야 하는 여건이 조성되지 않아 차선책으로 선택한 방법이라고 여겨진다. 한편 코로나19 종식이 여전히 요원한 가운데 2021학년도 국가고시에 대한 대처가 아직도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은 우려할 만하다. 이는 새로운 방식을 고민하기보다는 현재 상황을 이례적인 것으로 인식하여 장기적인 방안을 마련하지 않고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2021학년도 국가고시 일정이 가까워졌을 때 코로나19 재확산이 일어날 경우, 다시 취소대체의 방식이 반복된다면 학생들에게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엄정한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는 문제를 답습하게 될 수도 있다. 이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원격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엄정하고 공정한 평가방식 시스템 도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참고 자료

 

Idiart, M(2020. 3. 31). Coronavirus: Nous avons perdu entre 5 et 8% des élèves, constate Blanquer. https://www.bfmtv.com/societe/coronavirus-nous-avons-perdu-entre-5-et-8percent-des-eleves-constate-blanquer-1885157.html에서 2020. 12. 7 인출.

Le journal des femmes(2020. 11. 6). Bac 2021 : pas d'épreuves communes, bac en contrôle continu. https://www.journaldesfemmes.fr/maman/guide-des-parents/1444813-bac-2021-controle-continu-epreuves-specialite-epreuves-communes-annulee-lycee-confinement/에서 2020. 12. 7 인출.

Ministère de l'Éducation nationale, de la Jeunesse et des Sports(2020a). Le diplôme national du brevet. https://www.education.gouv.fr/le-diplome-national-du-brevet-10613에서 2020.12.7. 인출.

Ministère de l'Éducation nationale, de la Jeunesse et des Sports(2020b). Le baccalauréat général. https://www.education.gouv.fr/le-baccalaureat-general-10457에서 2020.12.7. 인출.

Service-public.fr-Le site officiel de l'administration française(2020. 11. 13). Brevet, baccalauréat, CAP et BEP: les dates des examens 2021. https://www.service-public.fr/particuliers/actualites/A14444에서 2020. 12. 7 인출.

 

※ 기획기사는 참고 문헌을 바탕으로 작성되며, 교육정책네트워크, 한국교육개발원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