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전기 중등 교육과정에서의 서술형 평가 실태

  독일 전기 중등 교육과정에서의 학생 성적평가는 우리나라와 매우 다르게 시행된다. 우선 성적평가가 지필평가와 구두평가로 이루어지며 지필평가는 전체 주관식 서술형이다. 성적은 학점1)으로만 평가되고 등수를 매기지 않는다. 초등과 전기 중등 교육과정에서는 주요과목인 독일어, 수학, 영어와 그 외 외국어 과목에만 지필평가가 있고, 이 외 과목에서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지필평가가 없으며 교사가 학기 내 수업을 통해 보여준 학생의 학업능력과 태도를 평가한 구두평가로만 학점을 준다. 지필평가가 있는 주요과목의 경우에도 필기평가와 구두평가가 함께 이루어진다.

1. 서술형 평가의 비중 및 문항 유형

  독일 초·중등학교 지필평가는 전부 주관식 서술형이다. 간혹 영어 듣기 평가에서 객관식 문항이 출제되기도 하지만 독일인 모두가 학교 시험이라고 하면 당연히 서술형이라 인식하고 있으며 객관식을 오히려 생소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연방 전체 학생 학력비교고사 또는 국제학력비교고사 정도에서만 객관식 평가가 시행되고 있는데, 독일 학생들이 객관식 문항에 익숙하지 않아 2003년 시행된 PISA 테스트의 경우 참여한 학생의 8.1%가 2개 이상의 답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Wuttke, 2007, p.66).

  서술형 평가 문항은 단순히 기본지식을 평가하는 수준이 아니며, 기본지식을 토대로 문제를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종합하여 논리적·창의적으로 답변을 서술할 수 있는 사고능력이 전반적으로 요구된다.

2. 서술형 평가의 절차 및 방법

  각 주 교육부에서 학교 형태와 학년에 따라 교육과정을 제시하지만 각 교과의 수업목표와 이를 가능하게 할 포괄적 방침만을 제시할 뿐이라 수업 운영에 관한 세부사항은 교사의 자율에 맡겨진다. 교사 스스로 한 학기 교육목표를 세우고 이를 위한 수업 운영을 자율적으로 조직하기 때문에 같은 학교의 동일 학년 학생이라도 교사에 따라 수업내용과 평가내용이 다르다. 따라서 개별 교사가 수업내용에 따라 평가문항을 제작하고 이를 평가한다. 교사는 평가를 위해 주로 학교 내부 교사 회의를 통해 과목별로 제작한 문항과 평가 기준을 참고하고 이외 주 교육부 또는 다양한 교과서 출판사의 자료를 참고하기도 한다.

  지필평가 성적과 구두평가 성적을 합산하여 전체 성적이 도출된다. 구두평가는 한 학기 수업 전반을 통해 이루어지며 교사는 수업 중 교사가 질문하는 것에 대한 학생의 답변, 발표,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의 태도, 과제준비, 동료들과의 협력 등을 전반적으로 평가한다. 지필평가가 있는 주요과목의 경우도 수업시간의 학습능력과 태도에 따라 성적에 변동이 있을 수 있다.

① 중등학교 시험문항과 평가 기준의 예

  독일 전기 중등교육 과정의 서술형 평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실제 독일 김나지움 9학년(중학교 3학년) 영어시험 문항과 채점표를 살펴보고자 한다. 영어시험 문항은 전체 서술형이며 문항 또한 전체 영어로 제시되었다. 시험시간은 90분으로 대부분 학생이 A4 노트 4쪽 분량의 답안을 작성하였다. 

· 영어시험 문항

· 평가양식: 채점표

위에 언급한 영어시험의 평가 기준이 되는 채점표는 아래와 같다.

출처 : Sekretariat der Standige Konferenz der Kultusminister der Lander in der Bundesrepublik Deutschland(2014)

  학생이 획득한 점수에 따라 학점을 주며 성적표에는 학점만 표기된다.

3. 서술형 평가 관련 지원정책

  독일 학교의 학생 평가가 전체 주관식 서술형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특별히 서술형 평가만을 위한 교사교육과정과 지원프로그램이 따로 존재하지는 않지만 학생 평가와 관련한 교사교육과정 및 지원 프로그램 전반이 서술형 평가와 관련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주 교육부 장관회는 교사가 교사교육과정(1차 대학교육, 2차 학교에서의 교사 예비 근무)을 통해 갖추어야 할 능력과 자질을 교사교육 표준을 통해 제시하고 있는데 교사교육 표준에 따르면 교사는 수업, 훈육, 평가, 혁신 분야 전문가로서의 능력을 함양해야 한다. 이에 따르면 교사는 학생 평가를 책임의식을 가지고 정의롭게 수행하기 위해 첫째, 학습전제조건과 학습과정을 진단하여 학생을 목표 지향적으로 지원하고 학생/학부모와 상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하며 둘째, 투명한 평가 기준에 따라 학생들의 능력을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사는 1차 대학교육과정을 통해 다음의 자질을 함양해야 한다.

· 다양한 학습 전제조건이 교습과 학습에 주는 영향에 대해 알고 이를 수업에 고려하는 방법을 안다.

· 영재성, 특별한 재능, 학습 관련 장애의 형태를 안다.

· 학습 과정 진단의 기본원리를 알고 있다.

· 학생, 학부모 상담 이론과 원칙을 안다.

· 능력평가의 다양한 형태에 대해 알고 이러한 평가의 장·단점과 기능에 대해 안다.

· 능력평가와 관련한 다양한 기본체계에 대해 알고 이를 신중히 검토한다.

· 능력평가 피드백 원리에 대해 알고 있다.

  2차 교사예비근무를 통해서 교사는 학생 평가를 위한 다음의 능력을 함양해야 한다.

· 발달상황, 학습 잠재력, 학습장애, 학습 진도를 알 수 있다.

· 학습의 출발점을 알고 특별 지원방안을 실시한다.

· 재능을 인지하고 재능을 지원할 방법을 알고 있다.

· 학습 필요와 학습 가능성을 상호 합의한다.

· 상황에 적합한 상담을 하고 상담과 평가의 기능을 구별한다.

· 상담과 진로 지도를 위해 동료와 협력한다.

· 상담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외부기관과 협력한다.

· 기준이 정당한 문제를 출제한다.

· 교과와 상황에 적합한 평가모델과 기준을 이용한다.

· 동료와 평가 기본원칙에 대해 합의한다.

· 평가의 근거를 제시하고 앞으로 학습에 대한 관점을 제시한다.

· 능력평가를 자기 수업에 대한 건설적인 피드백으로 활용한다.

  각 과목의 교사는 학교 회의 및 교내 연수를 통해 평가문항 및 평가 기준에 대해 합의하고 있으며 주 교육부도 평가의 기준이 될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교사의 평가능력 제고를 위한 지원 센터를 따로 두고 있지는 않지만, 각 주 교육부는 주 교육부 산하 교사교육 연구소와 학교청을 통해 교사의 평가 능력 향상을 위한 다양한 연수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평가 관련 연수 프로그램은 지필평가보다는 구두평가 관련이, 전기 중등교육과정보다는 후기 중등교육과정 대상이 더 많은 편이며, 평가문항 또는 채점표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내용보다는 평가의 원칙 및 원리와 관련된 프로그램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4. 서술형 평가에 대한 학교구성원들의 인식

  앞서 여러 차례 언급한 바와 같이 독일 학교의 지필평가가 전체 주관식 서술형으로 시행되고 있어 모든 학교구성원이 다른 평가방법을 고려하지 않을 정도로 서술형 평가를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또한 독일 교육이 대부분 공교육이고 사교육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아 모든 교육이 학교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교사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신뢰가 높다. 주 교육부에서 문항과 평가 기준에 대한 토대를 제공하고 이에 대한 학교 내 과목별 교사 간 합의가 있지만, 결국은 교사 개인이 문항을 출제하고 평가하는 것이므로 서술형 평가는 교사의 권위나 교사에 대한 신뢰가 전제되지 않으면 어려움이 많다. 물론 독일에서도 교사 개인의 주관적 평가로 성적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불만과 항의가 간혹 있으나 사회 전반에서 학생 평가에 대한 공정성 논란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이는 서술형 평가가 보편적 평가의 방법으로 독일 학교에서 전통적으로 시행되어 왔고 교사의 권위와 신뢰가 전제되기 때문일 것이다.

참고자료

· Fortbildungen fur Lehrkrafte in NRW.

· Interview mit Frau Ohly(Gymnasium Lehrerin). 2016.2.3.

· Sekretariat der Standige Konferenz der Kultusminister der Lander in der Bundesrepublik Deutschland(2014). Standards fur die Lehrerbildung Bildungswissenschaften.

1) 독일의 학점은 6단계로 1(sehr gut: 매우 우수), 2(gut: 우수), 3(Befriedigend: 충분함), 4(ausreichend: 적당함), 5(mangelhaft: 부족), 6(ungenugend: 매우 부족)으로 5부터는 과목낙제로 유급의 위험이 있음. 주요과목에 5를 받거나 주요과목 이외의 과목에서 5를 두 개 받으면 다음 학년 진급에 어려움이 있음.

집필자명 : 정수정(독일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