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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소프트웨어 교육

발행일
2017.04.21
필자
정윤경
소속
교육부 융합교육지원팀 팀장

 

   제4차 산업혁명과 소프트웨어 교육

 

   세계는 지속적으로 미래사회를 준비하면서 과학기술발전을 도모해 왔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민들은 사회변화의 속도나 방향에 대해 실감을 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2016년 3월 이세돌 구단과 알파고의 대국 이후 대한민국은 큰 충격에 빠져, 인공지능(A.I.)의 발달과 앞으로의 사회변화를 실감하고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목전의 과제로 인식하게 된 것 같다. 알파고의 승리 이후 정부는 물론 민간영역에서도 인공지능 관련한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IoT), 의학기술의 발달 등 연일 쉬지 않고, 새로운 도전 과제에 대한 보도, 다큐멘터리, 토론회 등을 계속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제4차 산업혁명과 이를 준비하기 위한 우리 교육의 방향 정립과 이를 가속하는 추진동력으로서 알파고는 커다란 역할을 한 것이 틀림없는 것 같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제4차 산업혁명에서는 인공지능 기반의 디지털 혁신이 전체 산업과 사회, 국제정치 및 경제에 구조적 영향을 미칠 것이며, 이러한 변화에 수반되는 일자리 이동에 선제적으로 변화하지 않으면 국가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한다.

 

   교육부는 알파고의 승리 이전부터 미래사회를 준비하는 일환으로 2015년 9월에 지식정보사회가 요구하는 핵심역량을 갖춘 창의·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2015 개정 교육과정을 고시하였다. 특히, 2015 교육과정에서는 소프트웨어(SW) 관련 교과의 핵심역량으로 컴퓨팅 사고력, 협력적 문제해결력 등을 제시하고 공교육을 통해 모든 학생이 소프트웨어 교육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 교육을 필수교과로 지정하였다. 소프트웨어 교육은 단순한 코딩교육이 아닌 생각하는 힘,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을 교육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는 우리의 학생들이 주역이 되어 살아가는 미래사회에서 반드시 갖추어야 할 필수적인 역량인 것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소프트웨어 교육 주요 내용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소프트웨어 교육은 과거 하드웨어 중심의 정보통신기술(ICT) 활용 교육에서 벗어나 학교급 간에 내용상 위계성과 계열성을 갖춘 ‘사고력 중심 교육’으로의 변화를 의미한다. 과거 7차 교육과정에서 이루어졌던 ICT 활용 교육은 2007 개정 교육 과정을 통해서 프로그래밍을 강화한 ‘컴퓨팅 사고력’ 교육으로 전환되었지만, 학교급 간에 내용의 위계성과 계열성이 결여되었다. 즉, 초등학교에서는 여전히 ICT 활용 교육이 이루어졌고, 중학교에서는 정보 과목을 선택과목으로 운영하다 보니, 고등학교에 진학한 학생 중에는 해당 과목을 배운 학생과 배우지 못한 학생이 혼재되어, 학습 내용의 수준이 맞지 않거나 내용상 중복이 초래되었다. 그러나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그림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초등학교 ‘실과’와 중학교 ‘정보’ 과목을 통해서 소프트웨어 교육을 필수로 배우게 되고, 이를 토대로 고등학교의 ‘정보’와 ‘정보 과학’ 과목을 통해서 자신의 진로와 연계하여 더욱 심화된 내용을 배울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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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 정보과 교육과정의 학교급별 계열성과 위계성

 

   또한, 학교급 간에 내용의 수준을 고려하여,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는 놀이와 체험을 통해 쉽고 재미있게 배우고, 교육용 프로그래밍 도구를 통해 소프트웨어 제작의 기초적인 개념과 원리를 습득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고등학교에서는 보다 심화된 내용을 토대로 다른 학문 분야의 문제를 창의적으로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을 배양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렇게 학교급 간의 계열성과 위계성을 갖춘 소프트웨어 교육을 통해 미래 지식정보 사회에 적합한 정보문화 소양, 컴퓨팅 사고력, 협력적 문제해결력 등의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하였다. ‘컴퓨팅 사고력’은 ‘컴퓨터과학의 기본 개념과 원리 및 컴퓨팅 시스템을 활용하여 실생활 및 다양한 학문 분야의 문제를 이해하고 창의적 해법을 구현하여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2009 개정 교육과정과 비교하여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내용상 많은 변화가 있었다. 초등학교 ‘실과’에서는 [그림2]의 ICT 활용 중심의 내용이 소프트웨어의 이해, 절차적 문제 해결, 프로그래밍 요소와 구조 등의 내용 요소로 변경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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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2] 초등학교 실과 내용요소의 변화

 

   중·고등학교의 경우에 2009 개정 교육과정과 비교하여, 2015 개정 교육과정은 기존의 내용 체계에서 소프트웨어 교육 내용 중심으로 확대, 개편한 것이 특징이다. 자료의 이진 표현 등의 난이도가 높은 내용은 삭제하고, 운영체제나 네트워크 등의 하드웨어와 관련된 내용은 고등학교 정보 과목에만 포함하였다. 특히, 컴퓨팅 사고력을 통한 문제 해결 과정인 추상화, 알고리즘, 프로그래밍을 단계별로 제시하였으며, 실생활에 겪게 되는 문제들을 ‘실제적인 측면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피지컬 컴퓨팅’을 추가하였다. ‘피지컬 컴퓨팅’은 소리, 온도, 빛 등을 감지하는 하드웨어와 이에 반응하는 소프트웨어를 통합하여 개발함으로써 실생활의 유용한 도구를 만드는 활동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로봇의 기초적인 원리를 배울 수 있다. [그림3]은 2009 개정 교육과정과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중학교 ‘정보’ 과목의 내용 체계 변화를 나타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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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3] 중학교 정보 과목 내용체계 변화

 

 

   소프트웨어 교육의 목표와 필수화 준비를 위한 노력

 

   국내에서 소프트웨어 교육은 코딩 교육, 프로그래밍 교육, 정보 교육, 정보과학 교육, 컴퓨터과학 교육 등 다양한 용어가 혼용되어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그 핵심에는 컴퓨터 과학의 기본적인 개념과 원리를 이해하고 이를 통해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논리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력을 함양하는 것이 있다.

 

   소프트웨어는 인간의 논리적인 사고의 산출물이며, 프로그래밍(코딩)은 어떠한 원재료 없이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행위이다. 소프트웨어 교육의 목표를 발레와 스트레칭에 비교하는 내용의 강의가 인상 깊었다. 소프트웨어 교육은 발레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스트레칭을 가르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소프트웨어 전문가를 키우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학생들에게 논리적인 사고력을 기르는 기초적이고 근본적인 교육이라는 것이다.

 

   교육부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소프트웨어 교육이 중학교는 2018학년도부터 연차적으로 적용되고, 초등학교는 2019학년도에 적용됨에 따라 이를 위한 학교시설 확충, 교원의 확충 및 전문성 신장을 위한 연수, 교수·학습자료의 개발, 우수 교육모델을 위한 연구학교, 선도학교의 운영 등 다양한 정책을 통해 필수화의 안정적 안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교육을 담당하는 교원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18년까지 초등교사 6만 명(초등 전체교사의 30%)을 대상으로 직무연수를 실시하며, 중학교 정보교사 전체를 대상으로 직무연수를 실시하고, 추가적으로 필요한 정보교사를 시도교육청과 협력하여 신규 임용 또는 복수전공 연수 등을 통해서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더불어, 초·중학교 소프트웨어 교육을 위한 컴퓨터실 설치 및 노후 PC 교체 등의 인프라를 확충하여 모든 학생이 양질의 환경에서 소프트웨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추진해 나갈 것이다.


   또한 모든 학교에 적용하기 전에 우수 교수학습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서 교육부는 미래부 및 시·도교육청과 협력하여 2016년도에 900개교, 2017년도에 1,200개교의 연구?선도학교를 운영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지원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더불어 학교 교육과정을 통해 소프트웨어 교육이 다양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동아리 활동 지원, 방과후학교 확충, 창의적 체험활동 등을 지원하고 교사들의 연구 활동 지원도 꾸준히 해 나갈 것이다



   학교 중심의 소프트웨어 교육

 

   주어진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절차적으로 사고하고, 창의적이고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은 미래 지식정보사회를 살아가는 인재로서 갖추어야 할 필수 역량으로서, 소프트웨어 교육은 이러한 역량을 함양하는 훌륭한 도구이다.

 

   최근에는 소프트웨어 교육을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다양한 교수·학습과 도구들이 개발되어 활용되고 있다. 컴퓨터 없이도 다양한 놀이나 신체 활동을 통해 소프트웨어의 기초 원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언플러그드(Unplugged)’ 활동이나, 레고 블록처럼 명령문을 조립하는 교육용 프로그래밍 도구들을 이용하여 쉽고 재미있게 프로그래밍을 체험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논리적 사고력과 창의력을 기를 수 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되면 학교 교육과정을 통해 소프트웨어 교육이 지향하는 목표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한국교육학술정보원과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운영하는 에듀넷(www.edunet.net)과 소프트웨어 중심사회 포털(www.software.kr) 등 무료 교육 사이트에서 다양한 교수·학습자료를 제공하고 있으며, 민간영역에서도 양질의 무료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어서 자기주도 학습이 가능하다.

 

   그러나 일부 사교육업체에서 고가의 코딩교육을 광고하면서 학교에서 평가를 잘 받기 위해서는 사교육을 받아야 하는 것처럼 학부모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사례들이 많은 것 같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을 보면 고도의 코딩기술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컴퓨팅사고력(Computational Thinking), 즉 논리적인 사고력,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교과수업, 창의적 체험활동, 동아리 활동, 방과후 교육 등 다양한 학교 교육과정으로 충분히 교육목표를 달성할 수 있으며 사교육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수학 교육의 목적이 수학자의 양성이 아닌 것처럼, 소프트웨어 교육의 목적 또한 프로그래머의 양성이 아니다. 즉, ‘컴퓨터 사용법’이 아닌, ‘컴퓨터가 사고하는 방식’을 배움으로써 절차적이고 논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기르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능력이 지식 위주의 내용을 주입하거나 단순히 전달하는 방식으로 길러질 수 없다. 자신의 머릿속에서 ‘상상’했던 것들을 모니터 화면에 ‘실현’하는 과정에서, 그리고 동료 친구들과 ‘협업’하고 자신의 산출물을 서로 ‘공유’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길러질 수 있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교육이 사교육이 아닌, 학교의 정규 교육과정에 포함되어 다양한 교과 수업과 체험 활동 등을 통해 실시되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주요 Q&A

 

 

 

Q1.  소프트웨어 교육은 코딩(Coding)교육인가요?

A1.  그렇지 않습니다. 코딩은 소프트웨어 교육을 하기 위한 일부 과정입니다. 소프트웨어 교육은 소프트웨어의 기본적인 개념과 원리를 통해 주어진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사고력 신장 교육입니다.

 

Q2.  소프트웨어 교육은 개발자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인가요?

A2.  그렇지 않습니다. 수학 교육의 목적이 수학자의 양성이 아니듯, 소프트웨어 교육의 목적은 프로그래머의 양성이 아닙니다. 소프트웨어의 기본적인 개념과 원리에 대한 이해는 미래사회를 살아갈 청소년들이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할 기본 소양이기 때문에, 학교에서 소프트웨어 교육을 실시하는 것입니다.

 

Q3.  소프트웨어 교육은 어렵고 학습 부담이 커서 사교육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요?

A3.  소프트웨어 교육이 학습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오해는 예전의 프로그래밍 교육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알파벳으로 구성된 어려운 코드를 공부하고 그것을 키보드로 입력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지만, 최근에는 명령문을 마우스로 이동하여 조립하는 방식이므로 초등학생도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습니다

 

Q4.  소프트웨어 교육은 일시적인 유행으로, 시간이 지나면 축소되거나 없어지지 않을까요?

A4.  미래 사회는 디지털 지식 정보 사회’, ‘소프트웨어 중심사회라고 합니다. 이제 소프트웨어는 미래 사회 전반에 걸쳐 핵심 기술이자 핵심 가치가 되었습니다. 뉴욕 타임즈에서는 3R(읽기, 쓰기, 셈하기)과 더불어 코딩(프로그래밍)’을 미래 사회의 인재로서 갖추어야 할 능력이라고 보도하였습니다. 이렇듯 소프트웨어 교육은 앞으로도 계속 확대되고 중요성이 더욱 증대될 것입니다.

 

Q5.  소프트웨어 교육, 정보 교육, 프로그래밍 교육 등은 모두 다른 것인가요?

A5.  소프트웨어 교육, 정보 교육, 프로그래밍 교육 등은 비슷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 소프트웨어 교육이란 프로그래밍(코딩) 과정을 통해 소프트웨어의 기본적인 개념과 원리를 이해하는 교육으로서, 최종적인 목표는 바로 컴퓨팅 사고력 증진입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는 정보과목을 통해 소프트웨어 교육을 받게 되고, 초등학교에서는 실과에서 소프트웨어에 대한 내용을 놀이와 체험 중심으로 배우게 됩니다.

 

 



원고는 집필자의 전문적 시각으로 작성된 것으로

교육정책네트워크 및 한국교육개발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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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경 팀장은 교육부 이러닝과장, 홍보기획팀장 등을 역임하고, 충남대 재무과장, 교무과장, 총무과장 등으로 일했다. 현재는 교육부 융합교육지원팀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필자
정윤경
소속
교육부 융합교육지원팀 팀장
이메일
jyk@moe.go.kr
발행일
2017.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