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초·중등학교에서의 역량 중심 교육 정착을 위한 제언

발행일
2017.01.18
필자
송해덕
소속
중앙대학교 교수

 

 

   미래사회의 변화와 역량 중심 교육의 도입

 

   2017년에도 미래사회와 미래 교육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2016년 1월 다보스 경제포럼에서 “오늘날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의 시작에 직면해 있다”라는 말이 제시된 이후 미래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하면서 교육부에서는 2016년 12월에 대한민국의 미래교육을 이끌어 갈 지능정보사회 대비 중장기 교육방향을 발표한 바 있다. 미래교육에 대한 높은 열기는 기실 현재의 우리 교육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2015 OECD 국제 학업성취도평가 결과 우리나라는 읽기 3~8위, 수학 1~4위, 과학 5~8위의 성취도로 세계 상위권에 이르고 있으나, 과목에 대한 흥미는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는 한국의 중·고등학교 학생들은 학교와 학원에서 미래에는 쓰이지도 않을 지식을 공부하는 데에 하루 15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와 같은 미래교육에 대한 높은 관심과 그동안의 획일화된 우리 교육에 대한 반성에 대한 대안으로 역량 중심 교육이 제시되고 있다.

 

   역량 중심 교육에 대한 강조는 이미 주요 선진국인 핀란드, 영국, 프랑스 등에서 미래 핵심역량을 도출하고 이를 반영한 교육과정을 추진하는 데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교육 강국인 핀란드에서는 2020년까지 전통적인 수업과정을 4C(소통능력, 창의력, 비판적 사고력, 협업능력)를 강조하는 교육으로 대체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우리나라 역시 이러한 추세에 부응하여 창의융합형 인재양성을 목표로 하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을 확정 발표하였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창의융합형 인재가 갖추어야 할 핵심역량으로 자기관리 역량, 지식정보처리 역량, 창의적 사고 역량, 심미적 감성 역량, 의사소통 역량, 공동체 역량의 6개 역량을 제시하고 교과별로 연계하여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핵심역량의 함양이 가능한 교육과정을 마련하고자 하였다(교육부, 2015.9.23). 우리 교육의 패러다임 변화를 위해 지금까지 국가적인 측면에서 역량 중심 교육을 위한 기반 마련에 힘을 쏟았다면 이제는 학교현장에서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한 노력이 요구될 때이다. 이에 본 글에서는 역량 중심 교육이 초·중등 학교현장에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한 과제들을 제시하고자 한다.

 

 

   학교 교육에서 역량 중심 교육 정착을 위한 과제

 

   학교 교육에서의 역량 중심 교육 정착은 단위 학교별 특성화된 역량 비전과 체계 수립, 역량 중심 교육을 위한 교수학습방법 및 평가의 개발과 확산, 그리고 역량 중심 교육 실현을 위한 학습생태계 구축이 유기적으로 연계될 때에 가능할 것이며 각 측면에서 구체적인 고려사항들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1. 교육단위별로 특화된 인재상과 역량에 대한 비전수립

   역량 중심 교육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서는 교육청, 학교, 교사 등 교육 주체별로 역량에 대한 자율적인 해석과 구체화가 요구된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상과 일반 역량들을 제시하고 있으나 이는 일반적인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으로 교육단위별 특성을 고려하여 재해석되거나 추가 보완되어야 한다. 일례로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인지적 영역 중 창의적 사고역량만이 포함되어 있으나 2016년 다보스 포럼에서는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인재로 복잡한 문제를 푸는 능력과 비판적 사고 역량을 창의적 사고보다 우선해서 들고 있다. 실제 학교 교육에서는 인지적 영영 중 가장 고차적인 사고단계인 창의적 사고 역량보다는 분석하기, 논리적 추론하기, 가설 검증하기, 적용하기 등과 관련된 비판적 사고가 우선적으로 길러질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대학에서는 추구하는 인재상으로 창의·창조를 주로 강조하는 반면에 외국에서는 사회공헌이나 정의, 파트너십 등의 역량이 함께 강조되는 것도 눈여겨봐야 한다. 미래사회에서는 사회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책임 있는 시민의식과 함께 윤리 역량이 각별히 요구되기 때문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제시된 공동체 역량이 보완될 수 있는 부분이다. 이처럼 단위학교에서 자체적으로 특성화된 인재상을 수립하고 이에 따른 역량을 구체화한 후 교육프로그램에 반영하여야 한다.

 

   2. 학교급별 학교특성별 교과 간 역량 중심 교육의 유기적 연계 방안수립

   2015 개정 교육과정은 초·중·고등학교의 학교급별로 배워야 할 핵심개념과 원리를 중심으로 학습내용을 정선하여 제시하고 있다. 그렇지만 학생들의 역량은 학교 교육과정을 통해 계속적으로 발달되는 진행의 개념임을 고려할 때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간의 유기적인 연계를 고려한 역량지원 방안수립이 요구된다. 이와 함께 초등학교 이전인 유치원 단계에서 길러야 할 기초 역량과 고등학교 졸업 이후인 대학에서의 강조되고 있는 역량을 어떻게 연계할 것인지도 고려해야 한다. 학교 특성별로 다르게 보일 수 있는 역량 중심 교육접근 방법도 구체적으로 연계되어야 한다. 현재 특성화고와 산업수요 맞춤형 고등학교에서 적용되는 NCS 기반 교육과정의 경우 역량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나 산업현장의 직무 관점에서 역량을 준비하도록 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를 지닌다. 직무역량 관점의 NCS 기반 교육과정 내에서도 2015 개정 교육과정의 6대 핵심 역량을 고르게 신장시킬 수 있는 접근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 또한, 역량이 특정 맥락에서 나타나는 행동들의 총합임을 고려할 때, 어떻게 하면 역량을 여러 교과와 연계하여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방안도 수립되어야 한다. 미국의 공통 핵심기준이 언어 영역에 속한 읽기 기능을 역사, 사회 과학, 기술 교과와 연계하여 제시하고 있는 것처럼 교과 간 연계방법들에 대한 구체적 고려가 요구된다.

 

   3. 역량 중심 교육을 위한 교수학습방법의 개발과 확산

   역량기반 교육을 위해서는 지식을 전달하는 강의식 수업이 아니라 학습자들이 스스로 의미 있는 역할을 수행해 볼 수 있도록 하는 교육방법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거꾸로 수업, 프로젝트 기반학습, 문제 중심 수업, 사례기반 학습, 과제학습, 주제 중심 접근, 현상 중심 학습 등 학습자 중심적 교육방법이 학교의 주된 수업방법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들 학습자 중심적인 교육방법들은 실제 세계의 문제들을 학생들이 스스로 조사하고 조사결과를 다른 친구들과 협의하면서 해결책을 직접 만들어 본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학생 중심적 교육방법은 학습자나 교사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새로운 교육방법에 대한 관심이 없이는 성공이 어렵다. 학습자 측면에서는 거꾸로 수업과 같은 새로운 수업방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해서 어떠한 학습기능이나 전략들이 요구되는지를 알려주는 것과 함께, 교사에게는 새로운 수업방법을 시도하고 적용해 볼 수 있도록 보다 많은 자율성을 부여하고 다양한 교수·학습방법 자료들을 지원해 주어야 한다. 예를 들어 학생들에게 핵심역량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뉴질랜드의 경우, 국가교육과정문서에 핵심역량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데에 비해 교실수업에서의 적용 부분은 교사들이 실제적 맥락에서 자율적으로 역량을 풍부히 반영하여 적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과 자료들을 지원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임유나, 2016). 특히 2016년도부터 전면 시행되고 있는 자유학기제 역시 역량 중심 교육과 연계된 지도가 가능하도록 역량기반 진로체험 모델과 학습 자료가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4. 핵심역량에 대한 평가방법의 개발

   역량 중심 교육에서의 평가는 전통적인 평가의 관점과는 다른 관점과 방법들을 모색해야 한다. 역량은 다양한 맥락이나 상황에서의 행동들에 기초하여야 판단이 가능하다. 평가방법으로는 학습일지나, 일기, 포트폴리오 등을 활용한 과정 중심의 평가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역량 중심 교육을 통한 개별 학습자들의 역량향상 과정을 평가할 수 있기 위해서는 현재 미국의 캘리포니아나 텍사스 주의 일부 학교에서 시범 적용되고 있는 서미트 학습 플랫폼(Summit Learning Platform)과 같이 교실수업에서도 개별 학습자별로 학습목표를 설정하고 자신의 학습속도에 따라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학습결과를 분석 점검받을 수 있는 학습관리 시스템 등의 지원이 함께 요구된다.

 

   5. 역량 중심 교육의 학교 정착을 위한 학교장, 교사, 학부모, 지역사회의 역할 변화와 유기적인 협력

   학교장은 단위 학교에서 역량 중심 교육을 실현하는 리더로서 이를 학교장 리더십의 우선 조건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학교장부터 미래 학습자의 역량을 이해하고 교육과정이나 수업에서 특화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교사들 측면에서는 학교 교육의 새로운 방향으로서 역량 중심 교육이 왜 중요한지를 이해하고, 학습자의 역량향상을 위해 학습과정을 관리하고 촉진하며, 전문가들 간의 협력 체제를 구축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역량 중심 교육에 대한 교사의 인식제고와 이해를 위한 연수와 함께 신임교원을 위한 교원양성기관의 교육과정 변화가 요구된다. 학부모는 학교에서 역량 중심에 대한 교육이 가정이나 일상에서도 연계되어 일관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교과 지식에 대한 이해를 강조하기 보다는 실제 생활에서 이들 역량이 어떻게 행동으로 습관화되고 구체화되는지에 대해 관심과 지원을 제공하여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역량 중심 교육은 학교에서의 형식학습뿐만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비형식 학습까지 연계되어 실시되어야 하며, 거꾸로 지역사회에서 역량 중심 교육을 위한 다양한 접근들이 학교 교육을 지원하는 풍토의 조성도 요구된다. 미국의 비영리 단체인 ‘프로젝트 리드 더 웨이(Project Lead the Way)’가 STEM 교육과정을 제공하면서 가장 폭넓은 공학교육 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는 것이나, 호주의 빅픽처(Big Picture) 학교 프로젝트에서 지역사회 인턴십 학습경험을 제공하는 것처럼 학습생태계 관점에서 학교 밖 활동이 학교 교육과 연관되어 통합적 학습활동이 일어날 수 있도록 지역사회·기업·지방자치단체에서 역량 중심 교육을 위한 자발적인 지원이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참고문헌]

교육부(2015.9.23). 2015 개정 교육과정 총론 및 각론 확정·발표. 보도자료.

임유나(2016). 교육패러다임의 변화와 뉴질랜드의 역량교육. 교과서연구(86), 133-142.

 

 

 

원고는 집필자의 전문적 시각으로 작성된 것으로

교육정책네트워크 및 한국교육개발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MZ00020149I.jpg

송해덕 교수는 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에서 교육공학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미국 뉴욕주립대 올바니 교육학과 교수를 역임하였다. 현재는 중앙대학교 교육학과에 재직하면서 BK21플러스 중앙대 「국가역량표준(NCS) 전문인력양성사업팀」 팀장과 중앙대 한국HRD연구소 소장, 한국교육공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주요 관심분야는 미래교육, 역량 중심 교육, 학습 및 업무 몰입 증진을 위한 이러닝과 문제기반학습의 설계개발 등이다.

필자
송해덕
소속
중앙대학교 교수
발행일
2017.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