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영국] 영국의 교육기부 사례와 시사점

발행일
2012.05.10
필자
서원주
소속
성공회대학교 교양학부 외래교수
‘교육기부’라는 용어는 아직 생소한 개념이다. 이 개념은 2010년 교육과학기술부가 제시한 것으로서 학생들이 “다양한 교육적 경험을 통해 창의성과 인성을 갖춘”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취지하에 “

 

 

 

    ‘교육기부’라는 용어는 아직 생소한 개념이다. 이 개념은 2010년 교육과학기술부가 제시한 것으로서 학생들이 “다양한 교육적 경험을 통해 창의성과 인성을 갖춘”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취지하에 “단체, 기관 및 개인 등이 보유한 물적·인적자원을 유·초·중등 교육활동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대가없이 제공하는 것”으로 정의되고 있으며 여기에서 ‘교육활동’이란 “교과활동 및 창의적 체험활동, 방과 후 활동, 학교 밖 활동”을 포함한다.1) 교육기부 운동의 목적은 그 주관기관이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특히 ‘창의적 인재양성’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교육기부와 유사한 개념으로는 ‘재능기부’를 들 수 있다. 재능기부란 개인이 가진 재능을 사회단체 또는 공공기관 등에 기부하여 사회에 공헌하는 것으로 비교적 지속적인 형태로 이루어진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에 비해 교육기부는 기존의 재능기부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개인은 물론 단체 및 기관이 가진 역량을 사회에 기부할 수 있는 공식적인 통로를 마련한 것으로 그 운영의 폭이 훨씬 넓다고 볼 수 있다.2) 사실 교육기부라는 용어가 사용되기 이전에도 여러 기관이나 기업에서 체험활동이나 문화행사 등의 형식을 통해 학생들의 창의력을 배양할 수 있는 교육의 기회를 확장하려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교육기부는 정부가 주도하는 사업으로서 ‘교육기부 우수기관 인증제’3)와 같이 해당 활동에 참여하는 단체 또는 기관을 인증하는 제도를 운영한다는 점에서 이전의 다른 활동과 구별된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현재 재능기부와 관련되어 사용되는 영어 표현은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donation for education(DE)’와 ‘outreach’를 들 수 있다. 이 중 donation for education은 교육과학기술부 및 한국과학창의재단 등 관련업무를 담당하는 기관과 현장에서 주로 사용하고 있고 일부 외국 국가에서도 사용하고 있다.4) 반면에 outreach는 교육기부에 대한 학술논문에서 주로 사용되고 있는데, outreach의 원래 뜻은 ‘학습자의 접근성 향상을 위한 찾아가는 교육’ 정도로 번역될 수 있지만 교육기부와 맥락이 유사한 기존의 교육활동을 살펴보기 위하여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5) 이 글에서는 창의적 인재양성을 위한 정부기관의 사업이라는 측면에서 영국의 교육기부 사례를 살펴보기로 한다.

 

 

   크리에이티브 파트너쉽 (Creative Partnership: CP) 프로그램

 

    영국 정부는 토니 블레어 수상의 노동당 정부가 집권 중이던 2002년에 창의성을 교육에 접목하기 위한 범국가적인 프로젝트로서 크리에이티브 파트너쉽 (Creative Partnership: CP)이라는 프로그램을 발족하였다. 크리에이티브 파트너쉽은 크게 ‘Inquiry Schools’, ‘Change Schools’, ‘Schools of Creativity’ 세 개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되는데 화가나 음악가, 안무가와 같은 문화예술 분야의 전문가를 교실로 직접 파견하여 학생들을 가르치는 산·학협동 형식의 교육프로그램으로서 창의력을 증진하고 모든 학생이 양질의 문화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문화예술 전문가들이 교실에서 가르치는 내용은 해당 예술과목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수학과 과학을 비롯한 모든 과목에 적용된다. 일반적으로 창의성은 예술과 관련이 깊다고 생각되지만 사실 수학이나 과학 같은 분야에도 필수적이며 정치와 경제 같이 우리 삶과 밀접한 분야와도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문화·예술분야의 전문가들과의 수업을 통해 문제해결을 위한 독특하고 창의적인 사고에 접촉함으로써 학생들이 창의성을 발휘하도록 하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목표이다.

 이 프로젝트를 위하여 영국 문화매체체육부(DCMS)는 2002년과 2003년에만 약 4천만 파운드(약 한화 720억 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했고 그 후 7년간은 1억 파운드(약 한화 1,800억 원) 이상을 지원하였다.6) 2002년부터 2011년까지 9년 동안 이 프로젝트에는 잉글랜드 지방 5천여 개 학교의 학생 백만여 명과 교사 9만여 명이 참가하였고 참여한 학생과 학교 및 정부 기관들로부터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크리에이티브 파트너쉽(CP) 프로그램의 성공적인 결과에 고무된 영국 정부는 기존의 교육기부 프로그램을 확대 시행할 수 있는 국가기관을 설립하기로 결정하였다. 이에 2008년 ‘영국창의문화교육진흥원(Creativity, Culture and Education: CCE)’7)이 잉글랜드 지방의 아동과 청소년들에게 문화 및 창의활동을 장려하기 위하여 설립되었다. 영국창의문화교육진흥원(CCE)은 창의성 및 창의성교육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창의성 개발을 위한 수업을 위해 학교와 같은 각 지역의 교육기부 수혜자들에게 예술가 및 문화예술 기관들을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해왔으며 교실은 물론 학교 외 활동에서도 학생들의 창의성을 육성하기 위하여 다양한 분야의 문화예술 활동을 경험하도록 장려해 왔다. 비록 크리에이티브 파트너쉽(CP) 프로젝트는 정부의 재정악화로 인해 2011년에 종결되었지만 현재까지도 세계 여러 나라에서 모범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영국 교육기부 사례의 시사점

 

    위에서는 영국의 국가기관인 창의문화교육진흥원(CCE)에서 운영했던 크리에이티브 파트너쉽 (Creative Partnership: CP)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영국의 교육기부 사례에 대해 살펴보았다. 우리나라에서도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한국과학창의재단이 교육기부에 대한 사업을 총괄하고 있으며 2012년 4월에는 교육과학기술부의 교육기부 정책을 보다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한국과학창의재단의 하부조직인 교육기부센터가 설립되었다. 따라서 한국과 영국의 교육기부 프로그램은 정부 주도로 시행되어 왔다는 점에서 그 공통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8) 이러한 맥락에서 영국의 교육기부제도가 우리에게 가지는 시사점에 대해 논의해 보기로 한다.

 

    우선, 개인의 교육기부활동에 필요한 여건의 조성 문제를 들 수 있다. 영국의 경우 국가기관이 교육현장과 교육기부를 희망하는 개인을 연결해주는 방식의 프로그램을 주로 운영하고 있는데 여기에 참여하는 개인들은 현역 또는 은퇴한 문화예술인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퇴직자와 같은 고령자의 경우 생계문제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않으면 교육기부 활동에 대한 동기 자체가 낮아지거나 활동에 제약이 따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실질적인 수준에서 생활이 보장되는 연금체계를 가진 영국과 노후의 생계보장이 불확실한 우리나라의 경우 이러한 제도를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개인의 교육기부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복지제도가 우선적으로 확충되어야 한다고 볼 수 있다.

 

   둘째, 단체 및 기업 차원에서의 교육기부를 장려하기 위한 추가적인 조치가 고려될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개인적 차원에서의 교육기부 활동에 대한 사회적 여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하다면 단체 및 기업차원에서의 교육기부활동의 중요성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물론 교육기부의 기본 취지가 “대가없이 제공하는 것”에 있고 일부 기업의 경우 오랜 기간 동안 자발적으로 교육기부활동을 해 오고 있으나 이윤추구라는 기업의 기본 목적을 고려할 때 우수기관 인증이라는 상징적인 인센티브 이외에 세제 감면 등 보다 실질적인 장려책이 고려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교육기부 활동의 자생력을 기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영국의 경우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창의문화교육진흥원(CCE)이라는 정부기관이 교육기부 프로그램을 주도해왔다. 그러나 2008년의 세계경제위기 이후 영국 정부의 재정상황 역시 급격히 악화되었고 2010년 5월에는 보수·자민당 연립정부로 정권이 교체되었다. 새 정부는 세계적인 경제 위기 상황을 반영하여 정부의 모든 예산을 대폭 감축하기로 결정하고, 그 결과 2011~2012년 신학기부터 크리에이티브 파트너쉽 (Creative Partnership: CP)에 대한 예산을 전액 삭감하기로 발표하였다. 이러한 영국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정부주도의 교육기부 사업은 정부의 재정상황 변화 및 정권의 교체 등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그 근간이 크게 훼손될 위험성을 안고 있다. 따라서 교육기부활동이 자생력을 가지고 우리 사회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교육기부를 포함한 기부행위가 보편적인 문화로 우리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인식의 변화가 필요할 것이다.

 

 

 


1) 교육기부 포털 싸이트. http://교육기부.kr/donation.do?todo=intro

2) 그러나 언론보도를 살펴보면 재능기부와 교육기부의 의미를 혼용하는 경우도 발견된다.

3) 교육기부 우수기관 인증제란 “정부가 기업, 공공연구기관, 대학 등 이 보유한 우수한 지적 재산을 교육에 활용하기 위하여 인증기준을 설정하고 심사를 통하여 이를 달성한 기관을 교육기부 우수기관으로 인증하여 인증마크를 부여하고 이를 공개하는 것을 말한다.” 교육기부 우수기관 인증제 운영규정 [교육과학기술부고시 제2011-16호, 2011.3.14, 제정], 제3조 (용어의 정의).

4)Donation for Education in India. http://www.tkf.org.in/donation-for-education-in-india.php

5) 다음의 글을 참조 할 것. 김영순 (2010) 「교육기부와 창의적 체험활동의 자리매김」, 『2010년 인천교육 심포지움』, 인하대학교 교육연구소: 33~44; 장신호 (2011) 「교육기부의 개념, 운영사례, 해결과제 탐색」, 『Issue Paper』, 한국교육개발원.

6) 매일경제 (2009. 7. 13).

7) 영국의 국가기관인 ‘Creativity, Culture and Education(CCE)’에 대한 적절한 한국어 번역을 찾기 어려운 관계로 이 글에서는 CCE를 그 성격과 임무를 고려하여 ‘영국창의문화교육진흥원’으로 번역하였다.

8) 주관부처의 측면에서 보자면 영국창의문화교육진흥원(CCE)은 교육부(DfE)가 아닌 문화매체체육부(DCMS) 산하 잉글랜드 예술위원회(Arts Council England)에서 예산을 받아왔다는 점에서 한국과는 차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