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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국 마그넷 스쿨이 ‘교육과정 거점학교’ 운영에 주는 시사점

발행일
2016.12.14
필자
김현준
소속
교육정책네트워크 해외통신원

 

 

   들어가는 말

 

   한국의 교육과정 거점학교와 미국의 마그넷 스쿨(magnet school)은 발생 배경에는 차이가 있으나, 실제 운영 목적 및 운영 방식에 있어서는 여러 측면에서 유사하다. 마그넷 스쿨은 음악, 미술, 과학, 외국어, 진로적성교육 등 특정 교과에 집중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며, 학생들이 교육활동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마그넷스쿨이 우리의 교육과정 거점학교와 유사하다. 본 글에서는 60여 년가량 된 미국의 마그넷 스쿨 발생의 역사적 배경과 현황 및 정책효과에 대한 평가연구들을 살펴보면서 한국 교육과정 거점학교 운영에 줄 수 있는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마그넷 스쿨 발생의 배경 및 발달과정

 

   미국의 마그넷 스쿨(magnet school)은 1960년대 말에서 1970년대 초, 민권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던 미국 사회의 흐름 속에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고 소수인종 학생의 학업 성취도를 높이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등장한 새로운 형태의 공교육 학교체제이다. 당시 미국 사회가 직면한 학교제도의 문제에 대한 시대적 대안으로 대두된 마그넷 스쿨의 발생 배경은 다음의 세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마그넷 스쿨은 인종차별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제시되었다. 기존 흑백분리로 운영되던 학교체제가 법원의 명령으로 인해 인종 간 통합학교운영이 강제화되었다. 이에 White Flight 현상이 발생했는데, 이 현상은 도심지에 위치한 백인학교에 등교하던 백인 중산층 가족의 학생들이 인종통합 학교정책에 반발하여 도심지 학교 버스 구역을 벗어난 교외 지역으로 이사를 하면서 도심의 백인 중산층 가정이 급속히 또는 서서히 교외로 이주해 나가는 현상을 의미한다. 그 결과 학교가 정책적으로 입학 사정에서 인종 차별을 하지 않더라도 거주지에 따라 자연스럽게 도심지 교육구의 학교들은 흑인 중심의 학교가 되었고 교외 교육구의 학교들은 백인 중심의 학교가 되면서 또다시 학교를 통한 인종차별이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이러한 문제를 강제적 방식이 아닌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 해결하고자 도입된 것이 마그넷 스쿨이다. 마그넷 스쿨은 도심지 흑인 중심 교육구에 당시 새롭게 부상하던 대안적 교수법을 적용한 교육과정 특성화 학교를 운영하여 자연스럽게 교외 백인 학생들이 이 학교를 찾아오게 하여 흑백통합을 이루고자 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학교 이름이 자석(magnet)인 이유는 도심지에 위치한 매력적인 학교에 인종과 사회경제적 배경이 차이가 나는 학생들이 자석처럼 끌려온다고 하여 붙여졌다.

   둘째, 마그넷 스쿨은 당시 미국 공립학교에 대한 대안교육운동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1960년대부터 획일적 또는 관료제적 공립학교 운영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 시작한 대안적 학교운동으로, 독특한 교육과정 및 교수학습방법을 도입한 다양한 형태의 실험학교들이 자발적으로 발생하게 되었다. 학생 스스로 학습목표와 학습내용 및 방법을 결정하는 자유학교(free), 교실디자인을 개방한 열린 학교, 그리고 몬테소리학교 등이 대안사립학교 형태로 등장했다. 대안적 교수학습법의 하나로 제기된 방법이 학생 개인의 흥미 및 소질에 따른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는 개별화 교육운동이었다.

   이 영향으로 마그넷 스쿨은 학생들은 모두가 태어나면서부터 호기심을 갖고 있는 타고난 학습자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학생의 흥미에 맞는 과목에 집중한 교육방법을 주요 교수법으로 채택하게 된다. 이에 따라 마그넷 스쿨은 음악, 미술, 체육, 과학, 기본 학습 소양, 학생 특성에 맞는 진로직업교육, 영재교육 등의 심화교육과정을 특정하여 운영하게 되었고, 이와 같은 대안적 교수 방법 및 교육과정에 매력을 느낀 학부모들이 교육구 관할구역과 상관없이 자신의 자녀들을 마그넷 스쿨에 지원시키고 입학시키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대안적 학교에 관심을 가진 많은 수의 학부모가 백인 중산층 배경이었기 때문에 도심지 흑인밀집지역에 위치한 마그넷 스쿨이 자연스럽게 인종통합, 사회경제배경통합학교가 될 수 있었다. 한편, 낭만적 교육운동을 추구했던 대안사립학교들은 대부분 운영비 부족 및 교사수급에의 어려움, 그리고 비싼 등록금 문제 등 재정적 문제로 1980년대 이후 그 수가 크게 줄어들었다.

   셋째, 마그넷 스쿨은 학교선택권 강화를 하나의 학교개혁 수단으로 사용한 정책이었다. 연방법원의 인종차별금지 판결에 따른 강제적 조치로서의 인종통합학교 정책은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거주지를 흑백통합학교의 통학 버스 지역 바깥으로 옮기는 학부모들의 반응으로 인해 유명무실하게 되었다. 그러나 마그넷 스쿨 정책은 더 좋은 학교에 자녀들을 보내고 싶은 학부모의 필요에 따른 자발적 선택을 지역 교육구가 유도하여 결과적으로 인종통합학교라는 정책과제를 간접적인 수단을 통해 달성할 수 있었다. 마그넷 스쿨을 처음 도입한 주들에서 여러 성공사례가 알려지면서 인종통합학교 운영을 법원에 의해 강제적으로 명령받지 않은 다른 주에도 확산되었다. 현재 미국 대부분의 교육구에 마그넷 스쿨이 한 개 이상 존재하게 될 정도로 자발적으로 크게 확산되었다. 1981~1982학년도 1,019개교였던 마그넷 스쿨은 1991~1992학년도에는 2,433개교, 2001~2002학년도에는 3,100개, 2012~2013학년도 현재 3,151개교로 확대되었다.

   이와 같이 마그넷 스쿨이 성장할 수 있었던 원인으로는 일반 공립학교 재정에 더하여 연방정부의 지원금이 지속적으로 지원되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기본적으로 마그넷 스쿨은 일반 공립학교 재정과 동일한 재정을 분배받지만, 1972년부터 1981년까지는 연방정부의 인종차별금지를 위한 특수 지원금을 받았고, 1985년 이후에는 마그넷 스쿨 지원정책기금(Magnet School Assistance Program)이 제정되어 재정지원을 받았다. 또한, 2001년 낙오학생방지법(No Child Left Behind)은 학부모 선택권 확대와 혁신교육 기금이라는 이름으로 마그넷 스쿨의 재정이 추가적으로 지원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연방정부의 추가 재정지원이 마그넷 스쿨을 일반 공립학교와 차별화할 수 있는 물적 자원이 되었다.

 

 

   마그넷 스쿨의 운영 현황

 

   미국 전국교육통계센터(the National Center for Education Statistics)의 전국교육통계자료(Digest of Education Statistics 2014)에 의하면, 2012~2013학년도 전국 초·중등학교는 98,454개였으며, 학생 수는 49,474,030명이었다. 이 중 마그넷 스쿨로 분류되는 학교는 3,151개로 전체 학교의 3.2%였으며 마그넷 학교 학생 수는 2,479,188명으로 전체 학생의 5.0%에 해당한다. 차터 스쿨(charter school)은 6,079개교로 전체 학교의 6.2%, 학생 수는 4.6%에 해당한다. 2016년 현재, 연방교육부는 9천1백만 달러(약 1,065억 원)에 달하는 마그넷 스쿨 지원 기금(MSAP)을 학교 간 경쟁을 통해 선발된 학교에 지원하고 있다. 학생 선발방식은 교육구 또는 학교마다 다른데 추첨에 의한 방식, 선착순 방식, 입학시험을 보는 방식 등이 있으며, 소수인종 비율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규정의 유무 또한 학교마다 각기 다르다.

   마그넷 스쿨과 차터 스쿨의 유사점은 두 학교제도 모두 바우처 제도와 함께 학부모의 학교선택권을 확대하는 정책이며, 경직된 공립학교 체제에 자극을 줄 수 있는 대안으로서 기능한다는 것이다. 차이점으로는 마그넷 스쿨은 전적으로 공립학교로 공립학교 교육구 교육위원회 지도감독을 받으며, 공립학교 교사와 공교육재정을 사용해 운영되는 반면, 차터 스쿨은 영리 또는 비영리 민간 주체에 의해 운영되며 교육구의 지도감독을 받지 않고 자체 교육위원회를 갖고 있으며 재정 또한 공적 자금에 더해 민간 자원을 사용할 수 있다. 차터 스쿨은 성취도 향상경쟁에 있어 공립학교보다 앞서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으나, 마그넷 스쿨은 성취도 향상보다는 인종통합에 궁극적 목적이 있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마그넷 스쿨의 유형은 크게 세 가지로 1) 모든 학생이 특정 교과 심화과정을 선택하여 속해 있는 유형, 2) 일반 학교 안 마그넷 스쿨로, 일반 학교 안에 마그넷 프로그램을 선택한 해당 학교 학생과 교육구 바깥에서 마그넷 프로그램을 선택하여 이동해 수업을 듣는 학생이 있는 유형, 3) 지역의 모든 학생이 한 학교에 속해 있어 지역 인종구성 그대로 해당 학교의 학생 인종구성이 반영되지만, 교육구 구분 바깥에서도 입학할 수 있는 유형 등이 있다. 가장 많은 유형은 두 번째 유형으로 우리나라의 교육과정 중점학교 운영방식과 유사하다.

 

 

   마그넷 스쿨의 정책 효과성에 관한 연구결과

 

   마그넷 스쿨의 정책 목표를 인종 간 통합과 학생성취도 향상 등 크게 두 가지로 나누고 각 정책목표 달성에 대한 정책평가 연구결과를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인종 간 통합에 대한 평가에 대해 Davis(2014)는 마그넷 스쿨의 인종통합 효과가 일반 공립학교와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다만, 교실 단위에 있어서는 마그넷 스쿨의 고급과정(honors classes)에 백인/히스패닉 통합 비율이 공립학교에 비해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Saporito(2003)의 연구는 부유한 백인 학부모는 학교가 어떤 특징(성적, 안전도, 빈곤율 등)이든지 상관없이, 백인이 아닌 학생 비율이 높은 학교를 피해 학교를 선택하고 있는 것을 밝히고 있다. 따라서 학교선택권의 확대가 학교 차원의 인종 간 분리현상을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Roda와 Wells(2013)의 질적 방법론을 사용한 연구는 뉴욕시의 부유한 백인 학부모들은 학교의 인종 간 분리현상을 걱정하면서도 자신의 자녀가 최고의 학교에 입학하기를 바란다고 보고하면서, 다양한 교육과정 및 학교운영 방식을 허용하되 인종 간에는 통합된 학교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Ayscue와 Orfield(2015)는 인종 간 거주 지역 교육구 설정을 더 세밀하게 한 도시일수록 인종통합 비율이 낮았다고 밝히면서 인종통합을 위해서는 도시 교육구 지역 설정을 광범위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마그넷 스쿨의 일차적 정책 목표였던 인종통합은 이미 크게 양극화된 거주지역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으며, 마그넷 스쿨을 포함한 학교선택권 확대 정책은 전반적으로 인종 분리 현상을 심화시키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둘째, 소수인종 및 저소득층 학생의 학업성취도의 향상에 있어서는 언론의 평가와 연구자들의 평가에 차이를 나타낸다. 먼저, US News와 News Week 등의 언론사는 전국 공립학교 상위 100개 순위를 발표하는데, 이 중 상당수가 마그넷 스쿨이다. 한편, 개별 학교 차원에서도 일반 공립학교에서 마그넷 스쿨로 전환한 학교들의 경우, 학교 평균 학업성취도 평가 점수는 향상되었지만, 그 효과가 마그넷 스쿨 교육과정의 효과라기보다는 학생선발 효과가 더 큰 것으로 보는 견해(Kitmitto, Levin, Betts, Bos, & Eaton, 2016)가 있다.

 

 

   마그넷 스쿨이 교육과정 거점학교 운영에 주는 시사점

 

   현재 한국의 일반고는 미국의 일반 공립학교가 사립학교, 차터 스쿨, 마그넷 스쿨, 대안학교, 홈스쿨링 등과 경쟁하듯이 자사고, 특목고, 특성화고, 자율고 등 다양한 형태의 학교와 경쟁하는 형국이다. 이러한 일반고의 혁신을 위해 도입된 교육과정 거점학교 정책은 일반 공립고등학교의 학생 수업 선택권 확대와 학교 만족도를 높인다는 정책 목표를 세우고 있는데, 이는 일견 마그넷 스쿨과 매우 유사하다. 마그넷 스쿨 정책에 대한 검토가 한국 교육과정 거점학교 운영에 줄 수 있는 시사점은 다음과 같이 도출할 수 있다.

   첫째, 교육과정 거점학교의 원활한 운영을 위한 사회 및 학교의 배경여건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마그넷 스쿨의 도입 및 확산이 성공적일 수 있었던 이유는, 인종차별에 대한 전 사회적 반대운동과 함께 대안적 교육운동의 저변확대라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교육과정 거점학교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많은 예산과 행정력, 그리고 학교교육공동체 전반의 이해와 협조가 필요하다. 이를 뒷받침해주고 지지해줄 수 있는 대안적 교육방법 및 심화교육과정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둘째, 행정적 지원 차원에서는 재정안정성과 교육과정 거점학교 관련 교사 전문성 교육이 확보되어야 한다. 마그넷 스쿨의 안정적 확장에는 연방정부의 마그넷 스쿨 지원법 제정 등을 통한 재정의 안정적 공급이 크게 기여를 했다. 일반 공립학교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마그넷 스쿨의 넉넉한 재정은 질 높은 교사의 확보와 새로운 교육과정 개발 및 운영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교육과정 거점학교에 시도교육청 차원에서 추가적 재정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교육재정을 둘러싼 정치적 환경 변화에 덜 민감한 재정확보 방안이 마련되어야만 교육과정 거점학교 제도가 장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실제 거점학교에서 수업을 운영해 나가는 교사들이 새로운 실험적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전문성교육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교사들의 실험적 교육운동이 확산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참고자료]

Ayscue, J. B., & Orfield, G. (2015). School district lines stratify educational opportunity by race and poverty. 
    Race and Social Problems, 7(1), 5-20.

Davis, T. M. (2014). School choice and segregation “Tracking” racial equity in Magnet Schools. Education
    and Urban Society, 46(4), 399-433.

Diane Ravitch's blog. (2012.9.9) “Charter Schools and Magnet Schools.”

    https://dianeravitch.net/2012/09/09/charter-schools-an-magnet-schools/

Kitmitto, S., Levin, J., Betts, J., Bos, J., & Eaton, M. (2016). What happens when schools become Magnet

    Schools? A longitudinal study of diversity and achievement. Society for Research on Educational

    Effectiveness.

Magnet Schools in America. A brief history of Magnet Schoolshttp://www.magnet.edu/resources/msa-history

Roda, A., & Wells, A. (2013). School Choice Policies and Racial Segregation: Where White Parents’ Good

    Intentions, Anxiety, and Privilege Collide. American Journal of Education, 119(2), 261-293.

Saporito, S. (2003). Private choices, public consequences: Magnet School choice and segregation by race

    and poverty. Social Problems, 50(2), 181?203.

Siegel-Hawley, G., & Frankenberg, E. (2012). Reviving Magnet Schools: Strengthening a successful choice

    option. A Research Brief. Civil Rights Project/Proyecto Derechos Civi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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