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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독일의 고교학점제: 김나지움 오버슈투페 운영방식

발행일
2018.04.30
필자
정수정
소속
교육정책네트워크 해외통신원

 

 

   제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창의성과 융합적 사고력을 가진 인재가 더욱 필요해지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도 고교 교육과정을 입시 위주의 경쟁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이 적성에 따라 스스로 자신의 진로를 설계할 수 있도록 학점제로 개편하고자 한다. 우리나라 일반계 고교 교육과정과 대비되는 독일의 김나지움 오버슈투페(Oberstufe)가 학점제로 운영되고 있으므로 아래에서는 오버슈투페의 운영방식을 살펴보고 시사점을 분석해보고자 한다.

 

 

   고교학점제 운영개요

 

   오버슈투페는 아비투어(Abitur)1)를 준비하는 3년간의 중등 2단계 교육과정이다. 학점제로 운영되어 학생이 자율적으로 자신의 수강계획을 수립한다. 오버슈투페는 대부분 김나지움에 개설되어 있으나 종합 학교 및 개혁 통합학교2)에도 개설되어 있다.


1) 일반대학 입학 자격시험이자 중등 2단계 교육과정 졸업시험임. 

2) 교육기회 개선을 목적으로 조기분리를 완화하고 장기간의 공동 학습을 할 수 있도록 여러 교육과정을 통합하여 시행하는 학교임. 각 주의 상황에 따라 다양한 형태와 명칭으로 설립되었음. 

 

   대학입학 자격 성적 즉, 전체 아비투어 성적은 내신 성적이 2/3이고 아비투어 시험 성적이 1/3의 비율로 합산된다. 총 900점 만점으로 내신이 600점, 아비투어 시험이 300점이다. 오버슈투페에서는 내신 600점 가운데 최소 200점을 획득해야 아비투어를 응시할 자격이 주어진다. 아비투어 시험에서는 300점 가운데 최소 100점을 획득해야 한다. 아비투어 시험 과목은 4과목 또는 5과목인데, 이 과목들은 오버슈투페에서 지속적으로 수강해야 한다. 이 가운데 2과목은 자신의 능력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능력과목(Leistungskurs)으로 선정할 수 있는데, 이 능력과목은 내신에 2배의 비중으로 반영된다.

 

   독일은 학교 교육 의무가 있어 홈스쿨이 허용되지 않고 검정고시와 같은 제도도 없다. 따라서 독일 대학입학자격 취득은 학교 교육을 통해서만 가능하므로, 무조건 오버슈투페를 다녀 일정 수준의 학점을 취득하여 아비투어 시험을 통과해야만 대학입학 자격을 획득할 수 있다. 아비투어 시험성적이 확정되지 않았을 경우 신청을 통해 재시험을 볼 수 있으나, 아비투어 성적이 확정되면 재시험을 볼 수 없다. 아비투어는 주 단위로 실시되지만, 그 결과는 학교나 지역의 차이 없이 독일 전체대학에서 동일한 효력을 가지며 취업을 할 때도 동일한 역량지표로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전체 주 아비투어 수준을 어느 정도 통일하기 위해 주 교육부 장관회는 2017년부터 주요과목의 경우 전체 주가 활용할 공동의 문제 풀을 만들어 각 주가 이 가운데서 문제를 출제하도록 합의하였다.

 

 

   김나지움 오버슈투페 운영방식

 

   오버슈투페는 1년의 입문단계(Einführungsphase)와 2년의 자격획득단계(Qualifikationsphase)로 구성된다. 입문단계는 학점제 교육과정에 적응하여 성공적으로 자격획득단계 교육에 참여하기 위한 준비 과정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입문단계의 성적은 내신에 포함되지 않으나, 입문단계를 성공적으로 통과해야 자격획득단계로 진학할 수 있다. 입문단계에서 수강하지 않은 과목은 아비투어 시험과목으로 선택할 수 없으므로, 대다수 학생은 자신이 아비투어 시험과목으로 선택할 가능성이 있는 과목을 최대한 입문단계에서 시험적으로 수강하고 있다. 2년의 자격획득단계는 아비투어 응시 허가를 위한 교육과정으로 자격획득단계 2년간의 성적은 같은 비율로 아비투어 내신 성적에 반영된다. 자격획득단계 1년이 아비투어 전체 성적 1/3의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자격획득단계의 성취도는 매우 중요하다. 학점을 이수 기준에 적합하게 취득하지 못할 경우 유급당할 수 있다.

 

   오버슈투페는 문·이과 구별이 없는 통합교육과정으로 과목군은 ① 언어, 문학, 예술 과목 분야, ② 사회과학 과목 분야, ③ 수학, 자연과학, 기술 과목 분야, ④ 그 외 과목 분야로 분류되어 있다.

오버슈투페 교육과정은 모든 학생이 인문, 사회, 자연과학 분야의 소양을 어느 정도 수준까지 골고루 함양할 수 있도록 의무 수강과목을 두고 있다. 내신에 포함되는 2년간의 자격획득단계에서 주요과목인 독일어, 수학, 외국어3)와 사회과학, 그리고 전통 자연과학 과목군 가운데 각 1과목 및 체육은 전체 2년간, 예술 과목(음악 또는 미술) 가운데 1개 과목과 종교 또는 철학 과목은 1년간 의무적으로 수강해야 한다. 역사와 사회학은 오버슈투페 3년 과정 중 최소 2년간 의무적으로 수강해야 한다.

 

3) 외국어로 영어를 무조건 선택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다양한 외국어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음.

   

   자격획득단계에서 학생들은 아비투어 시험 과목을 확정한다. 아비투어 시험과목은 자격획득단계 2년 동안 연속해서 수강해야 하고 아비투어 과목 가운데 2개 과목은 자신의 능력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능력과목으로 선택한다. 능력과목은 수업시수가 많고 내신에 두 배로 환산된다. 자격획득단계의 학생은 한 학기 2개의 능력과목과 그 외 8개 과목을 포함하여 최소 10개 강좌를 수강해야 하고 자격획득단계 4학기 동안 수강한 강좌 중 38개(기본과목 강좌 30개, 능력과목 강좌 8개) 강좌에서 점수를 획득해야 한다. 이 가운데 4(D)학점에 해당하는 5점 미만을 받은 강좌 수는 최대 8개 이하여야 하고, 능력과목 강좌4)에서 5점 미만을 받은 강좌는 3개 이하여야 한다. 아비투어를 응시하는 학생들은 자신이 수강한 강좌 가운데 성적에 따라 내신에 포함할 35개 강좌를 선택할 수 있다. 이러한 기준이 충족되면 아비투어 시험에 응시할 자격이 주어진다.

 

4) 능력과목이 2과목이므로 4학기 동안 8개 강좌를 수강함

 

 

   오버슈투페 내신 성적 평가 방법

 

   독일 학교의 성적 평가체계는 아래와 같다. 자격획득단계 이전 학년은 학점으로 평가하나 자격획득단계의 성적은 내신에 포함되기 때문에 세분화하여 평가할 수 있도록 1~15점의 점수로 평가된다.

 

<표 1> 독일 학교의 성적 평가 체계

학점

매우 우수 (Sehr gut)

우수

(gut)

만족 (befriedigend)

충족 (ausreichend)

부족 (mangelhaft)

불충분

(ungenügend)

+

1

-

+

2

-

+

3

-

+

4

-

+

5

-

+

6

-

점수

15

14

13

12

11

10

9

8

7

6

5

4

3

2

1

0

출처: Ministerium für Schule und Bildung des Landes Nordrhein-Westfalen. Schulgesetz für das Land Nordrhein-Westfalen.   

 

   자격획득 단계의 성적평가는 지필평가와 구두시험으로 이루어진다. 지필평가가 의무인 과목은 주요과목인 독일어, 수학, 외국어와 사회 과학 과목 가운데 1개 과목 및 특성화 과목으로 선택한 과목이다. 아비투어 시험과목으로 선택한 과목은 모두 지필고사를 치러야 한다. 지필고사는 모두 주관식 서술형이다. 지필고사가 있는 과목도 수업시간의 학업능력 및 태도, 과제수행 등을 평가한 구두평가 성적과 합산하여 성적이 평가된다. 이외 필기고사가 없는 과목은 구두평가로만 성적이 평가된다.

 

   자격획득단계의 내신 총점은 600점으로 능력과목은 두 배로 환산되며 자격획득단계 성적은 다음과 같은 공식으로 계산된다.

 

 

자격획득 단계의 전체성적=(자격획득 단계 4학기 동안 획득한 점수의 총계÷점수 총계에 포함된 전체 강좌 수)×40

 

   자격획득단계의 내신에는 아비투어 시험과목으로 선택한 과목과 의무 수강과목의 성적은 필수로 포함된다. 그 외 선택과목은 최소 의무수강 강좌 수가 충족되면 성적이 나쁠 경우 내신에서 제외할 수 있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의 경우 학생이 수강한 전체 강좌 가운데 35개 강좌만 내신으로 포함하면 되므로, 선택 과목 강좌는 성적이 우수한 순서로 35개 강좌에 포함되고 나머지는 자동 제외된다. 그러나 35개 강좌 외에도 수강한 선택 강좌 가운데 내신 성적의 평균을 올릴 수 있는 강좌는 포함할 수 있다. 따라서 대부분 학생이 내신에 포함해야 할 강좌보다 더 많은 강좌를 수강하며 기회를 높이고 있다.

 

 

   시사점

 

   학점제로 운영하는 김나지움 오버슈투페 과정은 학생이 일률적인 학습에서 벗어나 자기 주도 학습을 하도록 하고 적성과 흥미에 따라 학습할 기회를 열어 주고 있다. 또한, 수업과 평가에 대한 교사의 자율성이 확보되어 교권 확립에도 도움이 되고, 내신 성적 반영비율이 높아 학생 평가가 더욱 실질적이고 적절하게 이뤄지고 있다. 오버슈투페 교육과정에 필수 의무과목을 두어 학생이 사회, 인문, 자연과학 분야의 능력을 고르게 함양하도록 하는 한편, 능력과목과 특성화 과목을 두어 학생들이 자신의 능력과 적성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지원한다.

 

   우리나라 대학입시 제도와 입시를 준비하는 고등학생 간의 경쟁은 독일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르고 치열하다. 따라서 독일 김나지움 오버슈투페 운영과정이 우리가 지향할 바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기는 하나 독일의 교육제도와 이것의 기반이 되는 전반적인 사회체계가 우리나라와는 다른 면이 많으므로 이를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다. 교육은 사회와 삶 전반의 문제와 연계되어 있어 교육정책의 도입은 또 다른 여러 문제를 파생할 수 있으나 하나의 정책이 일시에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고교학점제는 통합적이고 자율적인 교육과정을 통해 학생의 학제적 능력과 창의력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교육 정책의 지향점이 궁극적으로 바르고 사회의 요구에 적합하다면 이를 우선 실행하여 발생하는 문제들을 단계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참고문헌]

 

Ceciliengymnasium Bielefeld (2018). Information zur Oberstufe. Bielefeld.

Ministerium für Schule und Bildung des Landes Nordrhein-Westfalen. Schulgesetz für das Land Nordrhein-Westfalen(Schulgesetz NRW SchulG). Vom 15. Februar 2005(GV. NRW. S. 102). zuletzt geändert durch Gesetz vom 6. Dezember.durch Gesetz vom 6. Dezember 2016(GV. NRW. S. 1052). https://www.schulministerium.nrw.de/docs/Recht/Schulrecht/Schulgesetz/Schulgesetz.pdf

Ministerium für Schule und Weiterbildung des Landes Nordrhein-Westfalen (2017). Die gymnasiale Oberstufe an Gymnasien und Gesamtschulen in Nordrhein-Westfalen. Informationen für Schülerinnen und Schüler, die im Jahr 2018 in die gymnasiale Oberstufe eintreten. Düsseldorf.

Ständige Konferenz der Kultusminister der Länder in der Bundesrepublik Deutschland(KMK) (2018). Vereinbarung zur Gestaltung der gymnasialen Oberstufe und der Abiturprüfung1. Beschluss der Kultusministerkonferenz vom 07.07.1972 i.d.F. vom 15.02.2018. https://www.kmk.org/fileadmin/veroeffentlichungen_beschluesse/1972/1972_07_07-VB-gymnasiale-Oerstufe-Abiturpruefung.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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