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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의 현주소와 방향

발행일
2020.11.18
필자
김진숙
소속
한양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의 과거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이하 교복우사업)IMF 외환위기 이후 심화된 사회양극화, 특히 교육불평등과 빈곤대물림에 대한 정책적 대응으로 시작되었다. 2003년 교육복지투자우선지역지원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중앙정부가 시작한 이 시범사업은 저소득층 학생을 비롯한 교육취약계층의 학생들을 중심으로 학습, 문화체험, 심리정서, 복지 등의 지원을 실시하였다. 이 사업의 목적은 모든 아동청소년이 학령기에 갖추어야 할 기본생활습관, 기초학습능력, 자기주도적 학습능력, 사회적 관계형성능력 등을 갖출 수 있도록 필요한 것을 가정-학교-지역사회를 연결하여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것이었다.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의 현재

 

   이 사업의 성과는 매우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되었다. 그러나 동시에 제도화되지 않은 사업의 한계, 선별적인 대상학교 선정, 그리고 시·도교육청의 자율적 사업운영 제약 등이 운영상의 한계로 지적되기도 하였다. 그 결과, 2010년부터는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 관리·운영에 관한 규정」이 교육부 훈령으로 제정되고 사업의 주체가 각 지자체로 이양되어 현재의 교복우사업으로 시행되고 있다. 그러자, 각 지역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여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운영 및 지원체계가 가동되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상황이 되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지자체별로 재정자립도도 다르고, 관련 인프라 수준도 다르며, 지역별 교육지원의 기준선의 차이 등 지역간 격차도 고려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김선숙 외, 2020).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또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코로나19 감염병 확산과 그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소득과 교육의 격차를 벌리고 있다. 상황적으로 소득 취약계층이 늘어나고 있으며, 교육취약계층이 아니었던 학생도 부모의 직업에 따라 위험도가 달라졌으며, 가족의 다양한 상황과 학생 개인의 의지에 따라 디지털 격차, 학업결과의 격차가 더 커지고 있다(권순정, 2020). 이는 교복우사업의 대상학생이 증가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게다가 등교중단 혹은 제한으로 인한 생활상의 변화는 단순히 학습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학생이 폭력과학대를 경험할 위험을 높이고, 급식중단으로 인한 결식 및 식품미보장, 문화예술교육의 제한, 돌봄공백, 정서적 불안정성 등이 더 커지거나 새롭게 나타나고 있다. 지금의 상황은 이 사업이 도입되었던 계기가 된 IMF 위기상황에 견주어볼 수 있으며, 교복우사업의 핵심사업으로 돌파구를 찾을 수밖에 없다. 지금이야말로 교복우사업이 더 확대될 필요가 있는 시기이다. 국가적인 어려움이 있을 때 복지제도는 확대되기 마련이다. 그만큼 복지제도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늘기 때문이다.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의 미래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육복지우선지원사업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첫 번째는 교복우사업의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 지자체별로 사업이 운영되면서 교육복지정책/제도와 교복우사업에 대한 개념이 모호해진 경우가 있다. 교복우사업은 교육복지제도의 일부이자 개별사업임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이 사업은 격차를 줄이기 위한 선별적인 접근이 목적이자 취지이다. 학교는 모든 교육복지의 거점이 된다. 대부분의 복지서비스는 선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반면에, 학교는 아무런 조건 없는 보편적이면서도 의무인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교육의 과정이나 결과에 격차를 야기하는 조건이나 환경에 변화를 주는 것은 선별적이어야 한다. 또한, 이 격차가 빈곤이나 문화적 소외로 인한 것만은 아니기 때문에, 학교에 대해서는 보편적 접근으로 모든 학교가 이 사업을 시행할 수 있도록 교육복지사를 배치하되, 교육복지사의 접근은 학생에 대해서는 선별적으로 이루어지도록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

 

두 번째는 지역사회와 협력을 더 강화해야 한다. 이 사업은 시범사업으로 출발할 당시부터 학교와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강조하였다(교육과학기술부, 한국교육개발원, 2010). 학교를 중심으로 지역교육공동체 건설이 기본추진 전략이었기 때문에 학교와 지역사회의 협력은 사업 초기부터 중요한 과제였다. 그러나 20년이 되어가는 시점에서 학교와 지역사회의 연계가 원활히 진행되고 있는지는 재고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학교와 지역사회는 교류와 협력에 있어 비대칭적이고, 여전히 학교의 지역사회에 대한 장벽은 높고, 협력에 소극적이고, 부담스러워한다는 연구결과들(김경년, 정지윤, 2014; 김선숙, 김진숙, 2020)이 있다. 물론 마을교육공동체 형성사업, 교육혁신지구 사업 등 지역사회협력을 강조하는 다른 교육복지 사업도 있다. 그러나 이 사업들은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과정, 방과후활동, 청소년 자치, 민관학 거버넌스 등을 중심으로 협력강사 지원사업’, ‘자유학기제 및 진로교육’, ‘마을강사 양성과정’, ‘학교 및 학급 자치활동 지원사업등 보편성을 띠는 것들이다. 반면, ‘특수(통합)교육’, ‘기초학력 지원사업등 교육취약계층과 관련된 사업은 비교적 소극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김나영, 2020).

 

교육소외계층 학생을 중심으로 학교와 지역사회가 함께 할 수 있는 구체적 방법론은 현재 교복우사업의 핵심사업인 사례관리와 지역네트워크이다. 교복우사업은 초기의 학습지원, 문화체험, 심리정서지원 등 프로그램 중심의 사업이 사례관리와 지역네트워크 사업으로 전환되고 있다. 기존의 프로그램 중심의 사업은 집합적인 형태로 일괄적으로 제공되는 방식이었는데, 이는 대상학생의 개별적 취약성을 보완하기에는 다소 적절하지 않았고, 학교내 다른 교육복지사업이나 지역사회기관의 사업과 중복되는 경향도 나타났다. 사례관리는 교육취약학생을 개별적인 욕구와 상황에 맞게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다르게 표현하면 맞춤형 통합지원서비스’, 혹은 종합적 개별지원서비스로 바꿀 수 있다. 지역네트워크는 사례관리와 뗄 수 없는 개념으로, 학업에 영향을 주는 다양하고 복잡한 학생의 욕구와 그와 관련된 가족상황에 학교가 독자적으로 개입하기 어렵다는 데에서 시작한다. 실제로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는 것은 지역기관이기 때문에 지역기관에 대한 정보와 협조체계 구축은 매우 중요하다.

 

성공적인 사례관리와 지역네트워크를 위해 필수적인 활동은 가정방문과 해당 가정의 인근 지역사회기관 방문과 협력이다. 이 활동은 코로나 감염병 상황에서 더욱 강조되고 있는 활동이고, 실제로 교육복지사들의 역할이 중요해진 영역이기도 하다(박경현 외, 2020; 김선숙, 김진숙, 2020). 실제로 이 과정을 통해 많은 위기상황에 처한 학생들이 발견되었고 필요한 도움을 받았다. 그렇기 때문에, 등교가 제한되는 상황에서 학생의 안전확인을 위한 가정방문은 비접촉 대면방식으로 꼭 이루어져야 하고, 가정방문을 하는 교육복지사의 안전을 위해서, 또 학생에 대한 적절한 지원을 위해서 학교 교사나 혹은 지역사회기관 실무자가 함께 동행하고 협력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세 번째는 인력의 확대와 전문성 강화이다. 학교 안에서 학생들을 만나는 교사, 상담교사, 교육복지사는 역할과 기능에 있어 분명한 차이가 있다. 이들이 모두 학생들에 대한 상담을 수행한다고 해서 모두 같은 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각 전문직마다 초점을 두는 요소가 다르고, 진행방식도 다르다. 역할이 중복되거나 비슷하다고 오해를 가장 많이 받는 영역은 전문상담교사, 혹은 위클래스의 심리상담사와 교육복지사이다. 상담교사나 위센터의 심리상담사가 학생들의 정서와 심리, 또래관계, 진로지도나 학습심리에 입각한 지도에 집중된 전문성을 발휘한다면, 교육복지사는 학생과 부모를 비롯한 가족 전체의 상황을 살펴 학생의 환경적 영역에 개입할 수 있는 상담을 진행하고, 학생의 학업유지와 성취에 필요한 자원개발과 동원을 위한 지역사회활동에 초점을 둔다. 각 전문직의 전문성은 타 전문직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고, 명확한 전문가 간 역할분담과 학제적 팀 협력이 선행될 때 더 강화되고 향상될 수 있다. 학교 안에 교사 외의 다양한 전문가가 증가하는 건 학교운영에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아동권리보장이라는 측면에서 교육복지사의 배치는 필요하고 이들의 자격조건도 학교사회복지사 자격처럼 법제화하여 전문성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

 

네 번째는 교육복지통합지원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학생들이 공부하는 데에 방해가 되는 요소는 경제적 환경에서부터 가족갈등, 정서적 문제 등 다양하다. 이들의 문제는 점점 복합적으로 발생하고 한 가지 지원으로 해결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 따라서 각 영역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인력을 통합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학교안과 밖에 마련되어야 한다. 이런 체계는 지역 내에서는 유사 사업의 중복되거나 편중되는 것을 줄일 수 있고, 교육예산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학교 내에서는 대상 학생들의 낙인감, 피로 등을 줄일 수 있고, 전문가 간 협력으로 교사의 업무 부담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교복우사업은 지정학교(사업학교)와 비지정학교(일반학교)로 구분되어 시행되고 있는데, 한 연구(김경년, 2016)에 의하면 비지정학교의 구조적인 공백이 지역사회기관을 통해 메꿔지지 않고 있으며, 예산은 있으나 인력이 지원되지 않아 운영면에서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어 교육복지공동체에서 배제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지역 내 지원체계뿐 아니라, 일선학교에서부터 교육청과 교육부까지 교육복지 전달체계가 이어질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성함으로써 포괄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위와 같은 과제가 실현되도록 법제화하는 일도 절실하다. 현재는 초중등교육법 제54조에 교복우사업이라는 명시 없이 내용상 교복우사업을 의미하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을 뿐이다. 이 조항들은 교복우사업의 대상, 내용 등에 대한 매우 제한적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이고 나머지는 교육부 훈령에 의해 시행되고 있다. 따라서 교복우사업에 대한 법적 근거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전체적인 교육복지 관점 안에서 교복우사업을 자리매김하고 교육복지의 지향을 갖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관련 법안을 단일화하여 지역사회와의 연계, 교육복지사의 배치, 교육복지사의 자격요건과 보수교육 등 인력의 전문성 향상 등을 위한 전국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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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교육과학기술부, 한국교육개발원(2010). 교육복지투자우선지역 지원사업 이렇게 합니다

권순정(2020). 코로나19이후 교육의 과제: 재조명되는 격차와 불평등, 그리고 학교의 역할, 서울교육 이슈페이퍼, 26.

김경년(2016). 학교의 복지수요 대응과 지역사회 활용 : Random Graph를 활용한 네트워크 동학(dynamics) 분석, 평생교육학연구, 2016, vol.22, no.2, pp. 1-26

김경년, 정지윤(2014). 학교와 지역사회 기관간 네트워크 형성: 동종선호에 의한 협력 및 구조적 공백의 중개, 교육행정학연구. 32, 4. pp. 23-49

김나영(2020). 전국 혁신교육지구 운영 현황: 서울형혁신교육지구를 중심으로. 교육정책포럼 322.

김선숙, 김진숙(2020). 감염병시대, 학교는 지역사회와 어떻게 협력할 것인가? 2020 한국학교사회복지학회 공동추계학술대회 자료집.

김선숙, 김진숙, 최웅(2020).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의 전달체계 개편에 관한 연구. 학교사회복지, 50. pp. 151-172

박경현, 이소임, 이태인, 최세나, 황혜신(2020). 코로나19 상황에서 학교사회복지사의 직무와 역할. 2020 한국학교사회복지학회 공동추계학술대회 자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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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는 집필자의 전문적 시각으로 작성된 것으로 
교육정책네트워크 및 한국교육개발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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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숙 교수는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한양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서 교수로 재직중이다. 빈곤 아동을 비롯하여 요보호아동들에 대한 관심의 연장선상에서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에 대한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 2019년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 운영 현황조사 및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 운영매뉴얼 집필에 참여한 바 있다.

필자
김진숙
소속
한양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발행일
2020.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