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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무기력 학생 현황 및 지원정책 사례

작성자
김지혜(미국통신원)
발행일
2022.04.13




───── 무기력 학생 현황


   학생들이 느끼는 무기력함 또는 의욕 부족의 양상과 원인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무기력한(의욕이 부족한) 학생은 만성적인 우울감을 보이거나 학교에 가기 싫어하거나 집중하기 힘들어하거나 학업 스트레스를 건강한 방식으로 해소하지 못하는 양상을 보일 수 있다. 극단적으로는 학교에 가기 싫고 학업을 지속할 의지가 없어 학업을 중단하기도 한다. 미국 국가연구위원회(National Research Council)가 발표한 2003년 조사에 따르면 고등학생 중 무려 40% 이상이 만성적으로 학교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National Research Council, 2004). 이와 관련하여 일각에서는 2000년대 이후 학교교육 성과지표에 관한 관심 확대가 학생의 학습 동기보다 결과를 우선시하여 결과적으로 의욕을 낮추는 하나의 원인이 되었다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하였다(Crotty, 2013).


   한편 무기력함은 보다 근본적으로 다양한 정신건강 문제와 관련될 수 있다. 미국 학생들의 무기력증을 포함한 정신건강 문제에 대해서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우려가 제기되어 왔다. JED 재단(The JED Foundation)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미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학교 관리자들은 학생들의 정신건강에 대해 많은 염려를 표해왔다. 2019년 설문조사에 응답한 전국 고등학교 관리자 479명 중 51%만이 학생들의 정신건강 및 정서적 웰빙 상태가 양호하다고 응답하였다. 62%가 학생의 신체적 건강이 양호한 상태라고 응답한 것에 비하면 신체적 건강보다 정서적 건강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볼 수 있다. 무기력증과 관계된 양상 중에서는 60~70% 이상의 학교 관리자들이 불안(72%), 건강하지 못한 소셜미디어 사용(중독 등, 70%), 건강한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지 못함(66%), 정서조절이 어려움(66%), 우울(65%) 문제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응답하였다(The JED Foundation, 2020).


   조사에 참여한 1,014명의 9-12학년 고등학생 중에서는 44%가 각각 대학 입시 스트레스와 불안 문제를 겪고 있다고 응답하였다. 또한, 3분의 1 이상의 학생들이 건강하지 못한 소셜미디어 사용(39%), 정서조절이 어려움(37%), 건강한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지 못함(36%), 우울(34%)의 문제를 보고하였다. 특히 전반적으로 저소득층 학생일수록, 남학생보다는 여학생일수록 정신건강 문제를 더 많이 보고하였다(The JED Foundation, 2020).


   이러한 상황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은 학생들의 정신건강 문제를 더욱 심화시켰다. 불안정한 학습환경과 원격수업으로의 급격한 전환은 많은 학생과 교사들로 하여금 높은 피로감을 겪게 하였으며, 학생의 사회정서적 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던 다양한 과외활동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학생들은 더 큰 스트레스를 경험하게 되었다(Bauld, 2021). 가령, 미국 질병관리예방센터(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CDC) 산하 청소년 및 학교보건부(Division of Adolescent and School Health, DASH)2009년부터 2년 주기로 수행해 온 전국 청소년위험행동조사(Youth Risk Behavior Survey, YRBS) 결과에 따르면 지속적으로 슬픔 및 절망의 감정을 느낀다고 응답한 학생의 비율은 코로나19 이전부터 계속 증가해왔는데, 코로나19 사태 이후 조사에서는 그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YRBS는 미국의 9-12학년 고등학생을 대표하는 표본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전국단위 설문조사이다. 학생들의 성적 행위(임신 및 성병 감염 현황 포함), 약물사용, 폭력 경험, 정신건강 및 자살 위험 현황 등을 주기적으로 조사하여 보고하고 있다(CDC, 2022). 특히 정신건강 및 자살 위험에 대한 조사 질문은 지난 1년간 지속적인 슬픔 및 절망의 감정을 경험하였는지, 자살 시도를 심각하게 고려한 적이 있는지, 자살계획을 세운 적이 있는지,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는지, 자살시도로 인해 의료 치료가 필요한 정도로 부상을 당한 적이 있는지 등을 포함한다. 이 가운데 지속적으로 절망 및 슬픔을 느끼는 것은 무기력증과 관련된 양상일 수 있다. [그림 1]YRBS에서 지속적으로 슬픔 및 절망의 감정을 느낀다고 응답한 고등학생의 비율을 2009년부터 2021년까지 조사 연도별로 나타낸 것이다. 이에 따르면 해당 학생의 비율은 200926%에서 201937%로 코로나19 이전에도 이미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였다. 그리고 2021년에는 무려 44%의 학생이 지난 1년간 지속적으로 슬픔 및 절망의 감정을 느꼈다고 응답하였다(CDC,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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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지난 1년간 지속적으로 슬픔 및 절망의 감정을 느낀다고 응답한 고등학생의 비율(%)

출처: CDC (2021; 2022)



───── 무기력 학생에 대한 지원


   무기력증을 포함한 청소년의 정신건강 문제는 다른 위험행동의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적절하고 효과적인 개입이 반드시 필요하다. CDC(2022)에 따르면, 정신건강 문제를 겪는 청소년일수록 약물사용, 폭력, 성병 및 임신으로 연결되는 성행위를 경험할 위험도 더 높아진다. 그리고 효과적인 개입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이러한 문제는 성인기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청소년은 대체로 성인에 비해 탄력성이 높기 때문에 효과적인 개입을 통해 정신건강 문제를 완화하고 위험행동으로의 연계를 막을 수 있는 가능성도 더 큰 편이다. 이를 위해서는 청소년의 정신건강 및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치는 가정 및 학교와의 협력을 통해 효과적인 지원 및 개입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CDC, 2022).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 학생 정신건강 문제는 교육 분야의 가장 시급한 문제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으며 이에 대한 관심과 지원도 급격히 확대되는 추세이다.


   먼저 연방 교육부는 코로나19 회복을 위한 지원 계획을 밝힌 로드맵(roadmap)에서 학생의 정신건강 지원(mental health support)을 백신접종(vaccinations), 여름학기 보충교육(summer leaning), 안전한 학교 재개방(safety reopen schools), 학습시간 손실 대응(address lost instructional time)과 함께 주요 5대 과제로 제시하였다([그림 2] 참조). 그리고 2021년에 이를 위한 핸드북 아동 및 학생의 사회, 정서, 행동, 정신건강 요구에 대한 지원(Supporting child and student social, emotional, behavioral, and mental health needs)’을 발표하여 배포하였다. 이 핸드북은 현재 아동 및 청소년의 정신건강 위기 현황과 지원 프로그램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 이유 7가지와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제언을 제공한다. 다음 <1>은 위 핸드북이 제시한 7가지의 문제점과 제언을 요약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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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연방 교육부의 코로나19 회복 및 등교수업 재개 로드맵

출처: https://sites.ed.gov/roadmap/

 

<1> 연방 교육부가 제시한 학생 정신건강 현황 및 지원 시스템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문제점

제언(개선방안)

1. 학생 집단 간 정신건강 문제의 격차가 확대되고 있음.

1. 모든 학생, 교직원, 전문인력의 웰빙 문제를 우선순위에 둘 것

2.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낙인으로 인해 학생들이 지원서비스에 적절히 접근하지 못함.

2. 정신건강 리터러시(mental health literacy)를 증진하고 지원서비스에 대한 접근을 방해하는 낙인 등의 장벽을 줄이기 위해 노력할 것

3. 기존 지원서비스가 효과적으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음.

3, 증거기반의 예방 프로그램을 연속성 있게 실행할 것

4. 지원서비스 전달체계가 분절적으로 작동하고 있음(파편화되어 있음).

4. 모두를 위한 교육적, 사회적, 정서적, 행동 건강 지원을 위한 통합틀을 구축할 것

5. 정책과 예산지원 간에 괴리가 존재함.

5. 관련 정책 및 예산지원을 적극 이용할 것

6. 교직원 및 전문인력을 위한 전문성개발 및 지원체계에 괴리가 존재함.

6. 관련 인력의 역량/전문성을 강화할 것

7. 데이터에 대한 접근성 부족으로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이 이루어지지 못함.

7. 데이터에 대한 접근성을 확대하고, 형평성 있는 프로그램 시행 및 성과 달성을 위해 데이터를 적극 활용할 것

출처: 연방 교육부(2021)

 

   주정부 차원에서도 코로나19 이후 학생과 학교의 연결을 강화하고 학생의 웰빙을 증진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주정부 정책은 대체로 팬데믹 기간 중 학교생활에 제대로 참여하지 않은 학생들이 다시 학교와 잘 연결될 수 있도록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이를 위해 학생의 사회정서적 요구에 민감하게 대응할 것을 각 학군 및 학교에 요구한다. 그 일환으로 학생의 정신건강을 폭넓게 지원하는 법안이 많이 마련되고 있는데, 주정부교육위원회(Education Commission of the States, ECS)2019년 이후 제정된 600개 이상의 주정부 법안을 추적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30개 이상의 주정부가 최소 72개 이상의 학생 정신건강 지원 관련 법안을 마련하였다. 이 법안들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다루고 있다((McCann, Fulton, & McDole, 2021).

 

  • 정신건강 및 웰빙 관련 교육과정 도입
  • 자살예방 프로그램 및 지원서비스 강화
  • 교직원 훈련 및 전문성 개발 강화
  • 정신건강 진단검사 확대
  • 정신건강 전문가 추가 확보(학생 1인당 전문가 비율 확대)
  • 학교기반 정신건강 프로그램 확대

 

   일부 법안은 특히 학생의 학습 참여를 증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스트레스 및 불안 문제를 지원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일례로, 미시시피(Mississippi) 주 교육부는 2019년에 초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스트레스와 불안을 관리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시범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하였다(McCann, Fulton, & McDole, 2021).


   코로나19 사태 이후 학교활동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학생을 재참여(reengage)시키기 위한 개별학교 차원의 조치도 적극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예를 들어 일리노이(Illinois) 주 콜린스빌 고등학교(Collinsville High School)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학교생활에 제대로 참여하지 않고 있어 학업중단의 우려가 있는 학생을 찾아가서 다시 학교생활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모바일 먼데이(Mobile Mondays)'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학교 교직원들은 매주 월요일, 코로나19 사태 이후 학교생활에 제대로 참여하지 않는 학생에게 연락하거나 직접 찾아가는 등의 방법을 통해 그들을 돕고자 하는 의지와 도울 방법에 대해 전달한다. 필요할 경우 해당 학생의 보호자 등 가족 구성원을 학교로 초대하고 이들과 지속적인 의사소통을 유지한다. 해당 학생을 대상으로는 학업 보충 프로그램, 상담 프로그램 등의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여 다시 학교생활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다(De La Rosa, 2021).

 


───── 맺음말


   이상에서는 미국의 무기력 학생 관련 현황 자료와 지원정책의 사례를 살펴보았다. 무기력증의 양상과 원인은 개인 및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이 글은 특히 무기력과 관련된 다양한 학생 정신건강 문제 현황을 살펴보고, 학생 정신건강과 학교생활 참여를 증진하기 위한 지원정책의 사례를 연방정부, 주정부, 개별 학교 수준으로 구분하여 간략히 살펴보았다. 그 결과, 먼저 미국에서 학생의 무기력을 포함한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우려는 코로나19 이전부터 계속해서 제기되어 왔는데 코로나19 사태 이후 그 우려는 더욱 심화되었다. 관련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고등학생 중 다수가 불안, 스트레스 조절의 어려움, 정서조절의 어려움 등의 문제를 겪고 있었으며, 특히 지속적으로 우울 및 절망을 경험하는 고등학생의 비율은 최근까지 꾸준히 증가해왔다. 이에 연방정부와 주정부, 개별 학교들 모두 코로나19 사태의 회복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학생 정신건강 및 학교생활 재참여 지원을 주요 과제로 삼고 다양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가령 연방정부는 학교교육의 회복을 위한 과제로써 학생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과 효과적인 개입을 요구하면서 관련 핸드북을 발간하기도 하였다. 주정부 차원에서 학생 정신건강을 지원하기 위한 법안을 마련해 왔으며, 특히 일부 법안은 학생 무기력과 관련이 높은 스트레스 조절을 돕기 위한 지원책을 포함하고 있다. 개별 학교 차원에서도 무기력증 등 정신건강 문제를 호소하는 학생을 식별하고 학교생활에 제대로 참여하지 못하는 학생을 직접 찾아가는 프로그램 등을 시행하고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위와 같은 지원정책들이 학생의 무기력 문제 혹은 학교생활 참여라는 단일한 문제를 다루기보다는, 그와 관련된 학생의 정신건강 문제와 가정환경에도 주의를 기울인다는 점이다. 결국 학생의 무기력증 문제는 근본적으로 학생의 정신건강 문제뿐 아니라 가정 및 학교에서의 경험과도 연관될 수 있으므로, 학생을 둘러싼 환경 전반에 대한 면밀한 이해와 지원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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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Bauld, A. (2021). My get up and go got up and went: With a pandemic that has gone on for more than a year, how do students and teachers tay motivated? Harvard Ed. Magazine (Spring 2021). Harvard Graduate School of Education. https://www.gse.harvard.edu/news/ed/21/05/my-get-and-go-got-and-went에서 202249일 인출.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CDC] (2021). CDC’s Youth Risk Behavior Surveillance Data summary & trends report: 2009-2019. https://www.cdc.gov/healthyyouth/data/yrbs/pdf/YRBSDataSummaryTrendsReport2019-508.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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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otty, J. M. (2013, March 13). Motivation matters: 40% of high school students chronically disengaged from school. Forbes. https://www.forbes.com/sites/jamesmarshallcrotty/2013/03/13/motivation-matters-40-of-high-school-students-chronically-disengaged-from-school/?sh=630bc3cf6594에서 202245일 인출.

De La Rosa, S. (2021, June 28). How can schools re-engage 'missing' students ahead of fall? K-12 Dive. https://www.k12dive.com/news/how-can-schools-re-engage-missing-students-ahead-of-fall/602476/에서 2022410일 인출.

McCann, M., Fulton, M., & McDole, T. (2021). State approaches to addressing student mental health. Denver, CO: Education Commission of the States. https://www.ecs.org/wp-content/uploads/State-Approaches-to-Addressing-Student-Mental-Health.pdf

National Research Council (2004). Engaging schools: Fostering high school stduents' motivation to learn. Washington, D.C.: The National Academies Press. https://nap.nationalacademies.org/read/10421/chapter/1

The JED Foundation (2020). Understanding and addressing the mental health of high school students: Views of school administrators, caregivers, and students - 2020. https://jedfoundation.org/high-school-research/에서 202249일 인출.

U.S. Department of Education (2021). Supporting child and student social, emotional, behavioral, and mental health needs. https://www2.ed.gov/documents/students/supporting-child-student-social-emotional-behavioral-mental-health.pdf

원고는 집필자의 전문적 시각으로 작성된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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