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시론

  • HOME
  • 월간 교육정책포럼
  • 월간 교육정책포럼
  • 교육시론

포스트 코로나 시대, 우리 교육의 과제

발행일
2020.10.21
필자
김성열
소속
경남대학교 교육학과 교수/한국교육학회장


   포스트 코로나 시대, 우리 교육의 과제1)

 


    학교교육의 뉴 노멀로 부상하는 원격교육  


코로나19는 지난 3월부터 지금까지 모두가 경험하고 있듯이 학교에서의 교육활동 양상을 크게 바꾸어 놓았다코로나19를 예방하고 그것의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개인적 차원의 행동 백신이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 등 개인적 위생수칙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한다면(최재천, 2020), 학교 차원의 행동 백신은 학생들의 등교를 금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지난 학기 온라인에 의한 원격교육(이하 원격교육이라고 함)이 초··고등학교에 전면적으로 도입되면서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이 이루어지고원격교육이 교실 수업을 대신하게 되었다부분적으로 실제 등교가 이루어진 후에도 많은 학교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를 유지하고 밀집과 밀접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등교 수업과 원격수업을 번갈아가며 실시하였다이러한 추세는 코로나19의 확산 정도에 따라 지역별로 차이가 있지만 2학기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원격교육 실시 초기에는 적지 않은 ··고등학교 교사들이 두려움과 불안감을 느끼기도 했고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한 조사(권점례, 2020.7)에서 드러났듯이온라인 개학 이전에 원격수업을 실시해본 경험을 가진 교원은 8.3%에 불과했으니그러한 불안감과 시행착오는 당연한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학교의 원격교육 여건을 어느 정도 갖추도록 지원하고교사들이 연수와 자율적인 학습을 통하여 빠르게 원격교육에 필요한 역량을 갖추면서 학교의 원격교육은 일단 외형상으로는 안정을 찾았다한 학기가 지나면서 원격교육은 학교교육의 공백을 메꾸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평가도 나왔다(권점례2020.7; 한국교육학술정보원, 2020.9).

 

교원과 학부모학생교육행정가나 교육정책당국자들이 코로나19 상황을 겪으면서 원격교육이 보여준 새로운 가능성에 주목하기 시작하였다한국교육학술정보원에서 실시한 설문조사(2020.9)에 따르면코로나19가 종식되어도 원격교육을 지속할 의향이 있다는 교사들의 비율이 조사대상자의 54%로 과반을 넘었다2)이 조사결과는 코로나19로 인하여 어쩔 수 없이 도입된 원격교육이 코로나19가 사라진다 하여도 등교수업 방식과 함께 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하겠다앞으로 원격교육은 코로나19 상황과 같은 위기에만 적용하는 교육방식이 아니라학교교육의 중요한 한 축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할 수 있다이른바 학교교육의 새로운 표준달리 말해 학교교육의 뉴 노멀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원격교육의 효과를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원격교육이 이렇게 등교수업과 더불어 학교교육의 한 축으로 정착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아직까지는 원격교육의 효과가 실제 교실수업의 효과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권점례(2020.7)에 의하면교사들의 경우 원격수업의 효과가 등교수업의 70% 이상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10.1%에 불과하였고등교수업의 50% 미만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54.9%나 되었다이렇게 등교수업과 비교하여 낮은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 원격수업의 효과를 높이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첫째무엇보다 우선하여 교사들의 원격교육 역량이 향상되어야 한다이를 위하여 교사들이 자율적으로 노력하기도 해야겠지만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지원해야 한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수준을 넘어서지 못한다는 진부하면서도 평범한 진리는 원격교육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한 조사에서 34%에 해당하는 교사들이 원격수업 준비가 잘 되어 있지 않음이 확인되었듯이(한국교육학술정보원, 2020.9), 원격수업의 역량 강화가 필요한 교사들이 적지 않다.

 

교육부는 교사들의 학교급별·학년별·교과별로 특화된 원격수업 역량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시·도교육청한국교육학술정보원한국교육개발원한국교육과정평가원한국교육방송민간기관 등 다양한 기관들과 협력적 분업체계를 구축하고 이들 기관이 다양한 연수 프로그램을 실시할 수 있도록 조정하고 지원해야 한다특히·도교육청은 개별 학교 단위 또는 지역 단위에서 교사들이 스스로 원격교육 역량을 강화하기 위하여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학습공동체들을 적극 지원해 주어야 한다그래야만 교사들이 원격교육에 적합한 수업내용을 구성하고 제작하는 능력효율적으로 온라인 기기를 활용하는 능력온라인상에서 학생과 상호작용하고 소통하는 능력학생에 대한 동기부여를 하고 집중력을 유지하게 하는 능력을 길러나갈 수 있다.

그리고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에서는 신규로 임용되는 교사들에게 일정 수준의 원격교육 역량을 갖추도록 요구해야 하고육대학과 사범대학은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여 교사양성 교육과정을 신속히 개편해 나가야 한다

 

둘째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원격교육에 적합한 교육환경을 구축하기 위하여 적극 노력해야 한다우선학생들이 원격교육을 받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원격교육 실시 초기인 4월에는 데스크톱이나 노트북만이 아니라 태블릿 PC, 인터넷이 가능한 스마트폰 등을 포함하여 원격교육에 접근할 수 있는 기기를 갖추지 못한 학생 비율이 전체 초··고 학생 중 4% 정도였다곧바로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지방자치단체 등은 이러한 학생들의 기기 미소유 상태를 해소하였다하지만한국교육학술정보원의 조사결과(2020.9)에 의하면학부모들 중 지난 한 학기동안 원격수업의 어려운 점으로 디지털 기기학습 공간 등 인프라 확보라고 응답한 비율이 초등학교 2.42%, ·고등학교 3.70%라는 점에서 학생들이 보유한 기기의 편리함 정도에는 여전히 차이가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학생들이 원격교육에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게 하고기기의 종류와 수준때문에 생길 수 있는 학습기회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교육부와 ·도교육청이 데스크톱이나 노트북 수준으로 첨단의 편리한 기기를 가지지 못한 학생들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개별학교 어디에서나 디지털 기기를 활용할 수 있도록 낙후된 초··고등학교 디지털 환경의 개선이 가능한 한 빠르게 이루어져야 한다한국교육학술정보원 조사에 의하면조사대상 교사들 중 11% 남짓한 비율의 교사들이 지난 학기 동안 원격교육을 실시하면서 어려웠던 점으로 디지털 기기·와이파이 등 원격수업 인프라 부족온라인 플랫폼 접속 불안정 및 기능 부족을 들었다(2020.9). 다행스럽게도 교육부도 이러한 점을 인식하고지난 10월 5일 발표한 코로나 이후미래교육 10대 정책과제 시안에 2022년까지 전체 초··고 교실에 무선 환경(Wi-Fi)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포함시켰다.

 

그리고 학급당 학생수가 학교급별 학생의 특성을 고려하여 원격교육에 적합한 수준으로 적정화되어야 한다많은 교사들이 학생들의 원격학습에 적절하게 개입하면서 학습을 안내하고 촉진하려면 학급당 학생수가 20명 이하로 줄어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초등학교의 경우에는 이보다 더 줄어들어야 한다고 교사들이 주장한다원격교육에 적합한 학급당 학생수는 15명 내외라는 연구들도 있다이 점에서 도시지역을 중심으로 학생수가 20명이 넘는 학급당 학생수를 학교급별 학생들의 특성을 감안하여 원격교육에 적합한 수준으로 적정화해야 할 것이다.

 

디지털 환경 시스템 개선과 반드시 병행되어야 할 것은 국가적 수준의 디지털 교육 콘텐츠 아카이브 구축이다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한국교육개발원한국교육과정평가원한국교육학술정보원한국교육방송개별학교민간기관 등 다양한 기관들과 협력하여 디지털 교육 콘텐츠들을 개발하고 그것들을 모든 교사들이 필요로 할 때 활용할 수 있도록 아카이브를 구축해야 한다교사들이 실제로 지난 학기에 원격 수업에서 자체 제작한 교수-학습 자료를 사용한 비율이 가장 높았고(권점례, 2020.7), 이로 인하여 겪었던 어려움 중 두 번째가 수업자료 제작 등 수업준비 부담이었다는 점에서(한국교육학술정보원, 2020.9) 국가적 수준에서 디지털 교육 콘텐츠 아카이브를 구축해야 할 필요성을 확인할 수 있다특히 초등학교 교원의 경우에는 한 명의 교사가 여러 교과목을 가르치고 있음을 감안할 때 그 필요성은 더욱 절실하다더 나아가 교육부가 코로나 이후미래교육 10대 정책과제 시안에 담고 있지만, e-book 방식의 전자교과서를 넘어서는 디지털교과서의 개발을 앞당길 필요가 있다.

 

  

   원격교육에서 교육격차는 어떻게 해소해야 하나  


많은 선생님들이 원격교육 상황에서 학생 간 학습격차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걱정하고 있다원격교육 상황에서는 가정의 학습여건과 자녀에 대한 지원 정도가 등교수업 때보다 학생들의 학업성취에 더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또한 교사들이 교실 수업에서와는 다르게 학습에 집중하고 스스로 학습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개입하여 지도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물론 일부에서는 원격학습 자원과 기회를 균등하게 제공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그 활용 여부 및 성과까지 균등하게 담보할 수는 없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한다그러나 학생 간의 학습격차를 학생 개인이나 가정의 몫으로만 돌리고 학교가 손을 놓을 수는 없다.

 

공교육제도로서 학교가 존재하는 이유는 가정배경이나 학생개인의 특성에 따른 학생 간 학습격차를 가능한 한 줄이는 데 있다학교는 여러 가지 이유로 원격교육 기기에 접근성이 낮은 학생들자기주도적인 학습 능력이 낮은 아이들원격학습에 대한 가정에서의 지원이 어려운 저소득층 가정이나 한부모·조손 가정맞벌이 가정의 아이들의 학습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우선학교와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뚜렷한 목표의식과 성취동기를 심어주고자율적인 자기관리 능력과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길러주도록 노력해야 한다. “말을 물가까지 끌고 가도 물을 먹일 수는 없다라는 속담이 있듯이물론 이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그리고 앞으로 학교는 등교수업과 원격교육에서 취약계층 학생들을 대상으로 다양하고 풍부한 디지털 학습 자료에 기반을 둔 개별맞춤형 교육과 학습지도온라인 기기 및 전화 등에 의한 원격지도멘토-멘티 지도 등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여야 한다개별맞춤형 교육이라는 원격교육의 장점은 여기에서 빛나야 할 것이다.

 

 

   코로나 상황에서의 원격교육 경험을 학교교육 혁신의 기회로 만들자  


학교교육의 이상적인 형태는 개인맞춤형 교육이다원격교육은 개인맞춤형 교육에 적합한 방식이다교육부는 코로나 이후 미래교육 10대 과제 시안에서 디지털 전환에 대응한 교육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뉴 노멀로 등장한 원격교육을 제대로 정착시키고 발전시키기 위해서 시·도교육청과 함께 장기적으로 학생 누구에게나 편리하면서도 평등한 원격교육과 디지털 학습 환경을 갖추기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학습자 특성에 특화되고 쌍방향 소통이 가능하도록 이전보다 훨씬 진화한 디지털 학습 환경의 구축학습자의 다양한 특성을 고려한 디지털 교육 콘텐츠 개발과 아카이브를 통한 축적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학급당 학생수도 원격교육에 적합한 수준으로 적정화해 나가야 한다예비교사와 현직교사들의 온라인 교육 및 디지털 기기와 자료 활용 역량은 물론 학생들의 온라인 및 디지털 학습역량도 함양해 나가야 할 것이다교육부는 이러한 일들을 원격교육과 관련이 있는 다양한 기관들과 협력적 분업체계를 구축하고 추진해야 할 것이다

 

위기가 기회라는 말이 있듯이 코로나19 상황은 초··고등학교에서의 교육활동 양상을 돌아보고 미래를 새롭게 구상하게 만드는 계기를 제공하였다학교교육의 뉴 노멀로 자리 잡기 시작한 원격교육은 앞으로 학교교육의 한 축으로서 실제 등교 수업과 적절하게 역할을 분담하면서 공존해 나갈 것이다우리는 코로나 상황에서 원격교육의 실패와 성공시행착오에 대한 압축적 경험과 원격교육에 대한 우호적 분위기를 잘 활용하여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학교교육의 혁신과 발전을 위한 에너지로 이어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 

1) 이 글의 기본적 아이디어는 필자가 코로나 상황 이후에 썼던 신문의 칼럼학술단체의 뉴스레터기관의 잡지 등에 썼던 글들에서 나왔음을 밝힌다그리고 인용의 출처를 간편 주 형식으로 밝히지만 참고문헌은 지면의 제약으로 생략하였음에 대하여 양해를 구한다.

2) 같은 조사에서 원격교육의 지속에 대한 학부모들의 의견은 교사들과는 다르게 나타났다초등학교 학부모의 경우 반대 43.51%, 찬성 43.37%로 찬·반의견이 팽배하였지만·고등학교 학부모의 경우에는 반대 48.63%, 찬성 38.96%로 반대가 우세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  


원고는 집필자의 전문적 시각으로 작성된 것으로 

교육정책네트워크 및 한국교육개발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김성열명함판.jpg

김성열 교수는 서울대학교(학사·석사·박사)를 졸업하였다. 경남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면서 학내에서는 교무연구처장, 사범대학장, 대외부총장을 역임하였다. 대학 밖에서는 교육부 정책자문위원, 대통령자문 교육혁신위원회 상임위원, 대학구조개혁위원,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한국교원교육학회장, 한국교육행정학회장 등으로 활동하였다. 현재 한국교육학회장과 교육부자체평가위원장을 맡고 있다. 좋은 학교 만들기, 교육제도의 민주화, 대학교육 혁신 등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고 있다.

필자
김성열
소속
경남대학교 교육학과 교수/한국교육학회장
발행일
2020.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