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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한국인의 코로나 블루 현상의 이해와 심리방역의 필요성

발행일
2021.03.24
필자
이동훈
소속
성균관대학교 교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COVID-19) 감염증은 2019년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발생한 신종 전염병으로, 평균 1~14일 간의 잠복기를 거치다가 발열, 오한, 근육통, 마른기침, 콧물, 인후통, 식욕부진, 설사 등의 증상을 수반하는 호흡기 증후군이다. 코로나바이러스는 동일한 호흡기 질환인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에 비해 비교적 낮은 치사율을 보이지만 폭발적인 전파력을 가지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강력한 전파력을 통해 전 세계로 확산되었으며, 2020년 3월 세계보건기구(WHO)는 세계적 대유행 단계를 의미하는 전염 최고 경보단계인 팬데믹(pandemic)을 선언하였다. 


   코로나 팬데믹과 관련하여 ‘BC(Before COVID-19·코로나 이전)’와 ‘AC(After COVID-19·코로나 이후)’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각 국가의 의료보건, 경제, 사회, 문화, 교육 시스템 등 전반에 큰 위협을 끼쳤으며, 미디어에서 연일 보도되는 코로나에 대한 소식은 사람들에게 지속적인 두려움과 불안을 안겨주었다.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는 사람들의 우울감과 불안감을 증폭시켜, 코로나로 인한 우울감을 의미하는 ‘코로나 블루’와 코로나로 인한 분노를 의미하는 ‘코로나 레드’ 라는 신조어가 생겨나기도 하였다. 

   

   성균관대학교 외상심리건강연구소(소장 이동훈 교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두 사람 중 한 사람(48.8%)이 불안을 경험하고, 세 사람 중 한 사람(29.7%)은 우울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가 이루어진 시점은 WHO가 팬데믹을 선언하고, 우리나라에서도 대구·경북 지역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면서,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작되던 작년 4월 시점이었다. 이러한 조사결과는 비슷한 시점에 중국에서 자국민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 관련 조사에서 응답자의 16%가 우울, 28.8%가 불안을 경험한 것으로 보고한 것과 비교하면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한국인의 정신건강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그 연구에 따르면 한국인의 코로나 블루의 원인으로는 첫째 신종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포비아, phobia)과 공포를 들 수 있다. 코로나 팬데믹 초기에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정보가 충분하지 않고, 발병 원인과 치료법도 알려지지 않아 사람들이 질병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가진데다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무력함이 우울감을 크게 경험하게 만들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 연구에서 코로나 팬데믹 기간 중 두려움을 겪은 이유에 대해 물었는데, 응답자들은 '내가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가족에게 전염시킬까 봐' (96.0%), '코로나19의 실체가 명확하게 파악되지 않아서' (91.8%), '코로나19의 치료법이 없어서' (89.7%), '감염을 통제할 수 없어서' (89.0%), ‘코로나 관련 정보를 수시로 확인하다 보니’ (88.8%), ‘확진자 및 사망자 소식을 접할 때마다’ (84.8%),‘이후 삶을 예측할 수 없어서' (79.3%), ‘코로나 관련 확실한 정보를 얻을 수 없어’ (65.8%) 등의 순서로 두려움의 이유를 들었다. 


   과거 사스나 메르스와 같은 신종전염병과 관련된 해외연구들을 살펴보면 신종전염병에 대한 두려움이나 걱정, 불안의 기저에는 자신이나 가족이 감염될 것에 대한 두려움이 존재함을 보고하고 있다. ‘두려움’의 핵심은 자신이나 가족이 감염될 것에 대한 두려움인 것을 알 수 있다. 사스나 메르스 등 다른 전염성 질환과 비교할 때 특히나 코로나 바이러스의 '무증상 감염, 강력한 전염력과 빠른 전파속도'와 같은 특징이 감염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를 가중시켰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특히 유아 또는 고령자와 같이 감염에 취약한 연령층에 더욱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족 감염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가 다른 전염병 질환보다도 높았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처럼 신종전염병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는 ‘스트레스, 불안, 우울, 분노와 같은 정서적 디스트레스(질병저항력을 낮춰 건강을 해친다는 부정적 스트레스를 의미)’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다양한 정서적 디스트레스를 칭하여 코로나 블루라고 말할 수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는 신종전염병의 위험성을 우리 개인들은 주관적으로 받아들여 공황과 불안을 느끼며, 이로 인해 과도하게 두려움을 경험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과도한 위험지각 현상은 ‘가용성 휴리스틱(availability heuristic)’이라는 개념으로 설명된다. 가용성 휴리스틱이란 기억에 남을 만큼 강렬하고 시간적으로 가까운 사건일수록 쉽게 떠오르기에, 그러한 사건이 보편적인 일이며 발생빈도가 잦다고 판단하게 되는 인지왜곡의 경향성을 말한다. 예를 들어 실제로 치안이 빠르게 좋아지고 있어도 폭력범죄율 뉴스를 자주 접하게 되면, 치안이 좋지 않고 폭력범죄가 급격히 증가했다고 믿게 되는 예가 해당한다. 실제로는 심혈관계 질환이나 암의 사망률이 더 높지만, 사람들은 보다 강렬하게 기억되는 테러공격, 비행기 사고, 사스와 같은 전염병과 같은 재난상황을 더 위험하게 인식하는 경향도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신종전염병으로 인한 개인의 심리적 어려움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할 경우 개인의 디스트레스 수준이 증가할 위험이 있다. 성균관대학교 외상심리건강연구소 연구결과에서 코로나 감염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터넷 정보를 수시로 확인하고, 통제할 수 없는 감염에 대한 두려움이 높을수록 심각한 불안을 경험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 이후의 삶을 예측할 수 없다는 두려움이 높을 수록 심각한 우울을 경험할 확률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규모 신종전염병에 따른 디스트레스는 일상 스트레스보다 심각하고 광범위하여 통제하기 어려우며, 신속한 개입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에는 범불안장애, 심각한 우울장애, 수면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같은 정신장애나 심각한 자살사고로 이어질 위험성도 있다. 따라서 신종전염병은 단순한 의료적 문제가 아닌, 심리사회적 영향이 수반되는 복합적인 문제이므로 실제 감염을 예방하고 병균을 소독하는 기술적 방역뿐 아니라 심리적 방역이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성균관대학교 외상심리건강연구소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 블루를 경험하는 또 다른 원인으로는 ‘비(非)일상성’을 들 수 있다. 코로나19의 빠른 확산세로 인해 우리는 사회적 거리두기, 재택근무, 개학연기 등과 같은 사회적 단절 및 고립을 경험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스트레스, 불안, 우울, 두려움, 분노, 외로움, 좌절감, 슬픔 등과 같은 다양한 디스트레스를 사람들은 경험하게 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외부활동에 대한 제약으로 평상시에 하는 일상적인 것들을 하지 못하게 되는 이러한 비(非)일상성의 증가는 개인의 스트레스를 크게 가중시킬 수 있다. 성균관대학교 외상심리건강연구소 연구에서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 비일상성의 경험이 무엇인지에 대해 조사를 했을 때, ‘감염우려로 인해 외출에 지장을 받음 (93.2%), 개인적 일정 및 공적인 일정과 계획에 지장을 받음 (개인적 일정 91.2%, 공적 일정 85.2%), 등하교 및 출퇴근길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꺼림칙함 (86.3%), 외출 및 활동범위의 제약으로 인한 심리적 어려움 경험 (82.3%), 코로나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음 (77.7%), 병원을 이용하거나 치료를 받는데 어려움을 경험 (73.2%)’, 코로나로 인한 수입 감소 (67.3%), ‘아이를 돌보느라 지치고 힘듦(31.5%), ‘코로나 사태로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어려움을 경험 (20.8%) 순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응답하였다. 


   주목할 점은 남·여에 따라 심리적 디스트레스를 경험하는 정도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본 연구에서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여성이 남성보다 불안감과 우울감을 경험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재택근무, 개학연기 등으로 가정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여성들의 육아와 가사부담이 더욱 커지게 되고 이로 인한 스트레스를 크게 경험했기 때문일 수 있다. 과거 사스와 같은 신종 전염병에 관한 해외연구들을 살펴보아도, 사스 전염병 당시에 여성이 남성에 비해 심리적 어려움을 더욱 크게 경험하고, 삶의 질도 더 낮다고 보고하였으며, 가족 구성원 중에 어린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스트레스를 크게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전염병 재난 상황에서는 여성이 더욱 취약한 상황에 놓여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성균관대학교 외상심리건강연구소의 연구를 통해, 일반 국민들은 실체가 명확하게 파악되지 않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가 컷고, 비일상성과 같은 일상생활의 제약과 평상시와 다른 일상적이지 않은 경험들로 인해 코로나 블루를 경험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작년 초 코로나가 처음 발생했을 때와는 달리 인류의 집단지성과 과학의 힘을 통해 코로나 바이러스의 정체에 대해 우리는 차차 알게 되면서, 1년이 지난 지금은 점차 바이러스에 대한 불안과 공포로부터는 벗어나게 되었다. 그러나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기 위해서는 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사회적 단절(isolation)은 필수적인데 이러한 고립과정이 길어지면서 우리는 여전히 심리적 디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다. 


   특히나 한국은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다른 어느나라보다도 국민들이 강력하게 준수함으로써 코로나 확진자나 사망자 숫자가 다른 어느나라 보다도 많지 않은 코로나로부터 안전한 환경을 구축했지만 한편으로 코로나 팬데믹의 기간이 길어지면서 우리의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행동에 비례하여 더욱 강한 심리적 디스트레스를 경험했을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 팬데믹이 올해까지 이어지면서 연구가 진행된 작년보다 현 시점에서 한국인의 코로나 블루는 더욱 심각해졌을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앞으로도 우리 주변을 맴도는 풍토병과 비슷한 형태로 존재한다는 전망을 하며 아직 코로나19 백신이 어느 정도의 효과가 있을지 알 수 없는 만큼, 위드(With) 코로나 혹은 포스트(Post) 코로나 시대에 맞는 일상을 준비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나 전문가들은 코로나로 인한 국민정신건강의 악화를 경고하며 코로나 종식 이후에도 정신건강문제가 계속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비자발적 사회적 고립을 경험함에 따라 사람들은 사회적 단절 및 고립을 경험하게 되었으며, 소비 위축, 경력단절, 실업, 취업난 등 심각한 사회경제적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의 건강한 사람도 고립감, 우울감, 분노, 좌절감 같은 다양하고 심각한 심리적 문제를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특히나 낮은 수준의 삶의 만족도와 높은 수준의 자살률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에 정신건강에 우선순위를 두어 적극적인 예방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주요 선진국들처럼, 더욱 적극적인 예방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 팬데믹은 장기간에 걸친 우울 및 자살률 증가 등의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신종 전염병에 대한 국민정신건강 관리에 더욱 신경 써야 할 필요가 있다. 


   성균관대학교 외상심리건강연구소 연구에서 코로나 팬데믹 기간 중 개인의 삶의 질에 대해, 응답자의 1/2 정도(49.3%)가 자기 삶의 질이 매우 나빠진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한 우울, 불안 등으로 정신건강에 대한 정보가 자신에게 절실히 필요하며(77.2%), 자신이 심리상담이나 정신과 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각각 72.8%, 58.2%), 높은 비율로 응답했을 정도로 코로나 팬데믹 기간 중 국민들이 심리건강 서비스의 필요성을 높게 인식하고 있었다. 


   그간 국내에서 메르스를 비롯하여 사스, 신종 인플루엔자 등 전염성 질환이 지속적으로 발생해왔지만, 신종 전염병의 심리사회적인 영향에 대한 연구는 환자와 의료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가 대부분이며 국내에서 일반국민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이다. 신종 전염병은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기에, 추후 발생할 수 있는 전염성 사회재난에 대응하기 위해 신종 전염병이 일반 국민들에게 미치는 심리사회적 영향력에 대한 연구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으며, 공동체의 심리적 건강과 안전이 무너지지 않도록 적절한 심리적 방역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원고는 집필자의 전문적 시각으로 작성된 것으로 

교육정책네트워크 및 한국교육개발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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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교수는 현재 성균관대학교 사범대학 교육학과(상담심리교육) 교수로 재직 중이다. 동대학교 외상심리건강연구소 소장을 지냈으며,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심리회복지원 협의회 위원, 법무부 법무보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필자
이동훈
소속
성균관대학교 교수
발행일
2021.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