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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아동·청소년의 정신건강 실태

발행일
2021.03.24
필자
김지혜
소속
남서울대학교 교수



  아동·청소년과 재난불평등 


   2020년 1월, 국내에서 처음 코로나19 감염자가 확인된 이후 2021년 3월까지 9만 명이 넘는 감염자가 발생했고, 전 세계적으로는 1억 명이 넘는 감염자가 나왔다. 백신접종의 시작으로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은 있으나 여전히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대유행은 진행 중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일상의 위기가 지속되고 있고, 보건의료뿐만 아니라 경제, 사회, 교육, 그리고 복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감염병 예방을 위한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는 삶의 질 격차, 불평등의 심화, 사회적 고립과 불안 증폭 등 우리의 일상을 바꾸어 놓고 있다. 새로운 감염병이라는 사회적 재난은 모든 사람의 삶에 영향을 미치지만 재난의 크기는 모든 이에게 동일하지 않으며, 특히 취약계층은 사회적 재난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 개인의 재난대응능력은 얼마나 다양한 형태의 자원에 접근가능하고, 활용할 수 있는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아동·청소년은 재난 상황에서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대처능력이 부족하고, 성인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으며, 재난 자체가 주는 스트레스나 공포에 적응하는 것도 성인에 비해 더 어렵기 때문에 재난 상황에서 정서적으로 큰 고통을 겪는 재난 취약 대상이다. 유럽소아과학협회와 유럽국가소아과협회연합의 ‘감염병에 대한 아동행동과 정서반응’ 연구에 의하면, 성인에 비해 아동의 코로나19 감염은 덜 취약하지만 심리적 문제와 문제행동은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정익중 외, 2020). 이처럼 재난 취약계층인 아동·청소년에게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 부족할 경우 재난 불평등은 더 심화된다. 재난 불평등이란 결과적 피해의 차이이며, 이는 사회적 과정에 의해 결정된다. 즉, 동일한 감염병 팬데믹 상황에서 사회가 아동·청소년에게 어떠한 지원과 교육을 하는지에 따라 재난의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2020년 8월,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1,031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로 인한 정신건강상태’ 조사에 의하면, 전체 응답자의 40.7%가 코로나블루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여성의 경험 비율(50.7%)이 남성(34.2%)보다 높았다(한국건강증진개발원, 2020). 이는 동일한 감염병 상황에서 여성의 정신건강이 더 취약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인데, 아동·청소년의 주 돌봄 제공자인 여성의 우울과 스트레스는 자녀의 정신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코로나19와 아동·청소년의 우울


  실제 아동·청소년은 코로나19 이후 정신건강의 변화가 있었을까? 필자는 2020년도 국가인권위원회의 지원으로 ‘사회적 재난 속 아동은 안전한가?’라는 주제로 전국 아동·청소년 802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하였는데, 그 중 정신건강 관련 결과를 중심으로 기술하면 다음과 같다(국가인권위원회, 2020). 


  코로나19로 인해 이전보다 더 우울한지에 대한 질문에 ‘그런 편이다’가 27.9%, ‘매우 그렇다’가 4.5%로 32.4%의 아동·청소년이 코로나로 더 우울함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급별로 살펴보면, 초등학생은 코로나19로 더 우울하다는 응답이 28.7%였고, 중학생은 27.6%였으며, 고등학생은 39.7%로 고등학생이 코로나19로 인해 우울을 경험하는 비율이 초등학생이나 중학생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에 다니지 않는 아동·청소년은 46.7%가 더 우울하다고 응답하여 학교 밖 아동·청소년에 대한 관심과 지원도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과 관련하여 코로나19 이전보다 이후 더 우울하다는 응답이 여자 아동·청소년은  30.8%, 남자 아동·청소년은 35.9%로 남자 아동·청소년이 더 우울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성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과는 다른 결과로, 성인의 경우에는 여성의 우울 경험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로 성인 여성은 코로나19로 돌봄부담이 증가함에 따라 우울을 더 경험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동·청소년의 경우 남자 아동·청소년의 우울 경험이 높다는 결과는 신체활동의 감소와 제한적 대인관계 등이 남학생에게 더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우울한 이유에 대한 주관식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는 첫째, 친구들과 만날 수 없고, 놀지 못하는 것 때문에 우울감을 경험하고 있었다. 고민을 털어놓을 사람이 없어 우울하고, 친구를 사귀는 것도 어려워서 친구가 없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어 우울하기도 하였다. 둘째,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무기력해지고 생각이 많아져서 더 우울감을 느끼게 된다고 하였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조금 우울하긴 했으나 코로나19 이후에는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집에만 있으니 생각이 많아져서 우울이 더 심해졌다는 것이다. 셋째, 불규칙한 생활패턴으로 인해 우울감이 높아졌다는 응답도 있었다. 생활패턴이 불규칙해지고, 점점 게을러지는데 이렇게 게으르게 생활하는 자신이 별로라고 생각되면서 우울감이 높아졌다.



  코로나19와 아동·청소년의 스트레스 


  스트레스란 적응하기 어려운 환경에 처할 때 느끼는 심리적, 신체적 긴장상태를 말하는데,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를 적절히 해소하지 못할 경우 스트레스가 증가한다. 코로나19는 아동의 우울뿐만 아니라 스트레스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이전보다 더 스트레스를 받는지에 대한 문항에서는 ‘그런 편이다’ 34.5%, ‘매우 그렇다’ 8.7%로 43.2%의 아동·청소년이 코로나 이전에 비해 스트레스를 더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급과 관련하여 초등학생은 더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응답이 43.6%이고, 중학생은 37.0%였으며, 고등학생은 50.8%로 고등학생이 코로나19로 스트레스를 받는 비율이 초등학생이나 중학생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에 다니지 않는 아동·청소년은 63.3%가 더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응답하여 학교에 다니는 아동·청소년에 비해 스트레스를 더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에 대한 주관식 문항에 대한 응답 분석 결과 몇 개의 유형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째, 학업과 입시에 대한 부담이다. 코로나19는 모든 아동·청소년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특히 대학입시를 준비해야 하는 고등학생의 경우에는 일상과 학업에 지장을 받으면서 스트레스를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었다. 학원, 도서관, 독서실 등이 문을 닫고 학교도 가지 않아 집에 있는 시간은 늘었는데, 다른 학생들은 열심히 하는데 나만 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함이 있었다.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고 공부를 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서 불안하고, 온라인 클래스 수업에 집중이 잘 되지 않고, 집에서 수업을 들으니 점점 게을러지고 공부에 대한 의욕이 없어지는 것 같아 불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둘째, 감염에 대한 불안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코로나19에 걸려서 여러 합병증으로 자신의 인생이 망가질까봐 불안하였고, 마트나 병원 등에서 혹시나 코로나19 확진자나 접촉자와 만날까봐 불안하여 어느 한 곳 마음 편히 다니지 못하는 것도 스트레스였다. 셋째, 사회적 거리두기로 외출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친구를 만날 수 없고, 외출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쌓인 스트레스를 밖에 나가서 해소할 수 없는 것이 스트레스였고, 집에만 있다 보니 운동도 못하고 살이 찌는 것도 스트레스였다. 넷째, 가족과의 갈등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가족 모두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부모의 잔소리가 심해졌으며, 부모님과 언성을 높이는 일이 이전보다 많아졌다. 부모님이 일을 하는 경우에는 집안일도 해야 하고 동생도 챙겨야 해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였다. 마지막으로는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된다면 불경기가 계속될 것이고 어떠한 직업도 안정성을 보장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스트레스를 받았고, 미래를 생각하니 막막한 느낌이 들기도 하였다. 



  아동의 심리·정서지원을 위한 방안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다수의 아동·청소년은 코로나19로 인한 생활의 변화로 우울과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다. 이제 우리 사회는 아동 ·청소년의 정신건강을 위해 세심한 관리와 지원을 해야 한다. 동일한 감염병 팬데믹 상황에서 사회가 아동·청소년에게 어떠한 지원과 교육을 하는지에 따라 재난의 결과는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심리정서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아동·청소년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학교 등 접근성이 높은 장소에 전문상담교사, 청소년상담사, 학교사회복지사 등 전문인력을 배치해야 한다. 또한, 대면상담뿐만 아니라 학교에 오지 않는 동안에는 비대면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하고, 심리정서적 위기아동을 조기에 발굴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스트레스는 우울에 영향을 미치고, 우울문제를 경험하는 아동·청소년은 다양한 문제를 복합적으로 보이는 공존 증상을 보이게 되는데 위험수준이 높아지면 더 심각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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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김지혜(2020). 2020년 아동인권 당사자 모니터링사업 용역보고서. 국가인권위원회

정익중·이수진·강희주(2020). 코로나19로 인한 아동일상 변화와 정서 상태. 한국아동복지학. 69(4), 59-90. 

한국건강증진개발원(2020. 10. 14). 보도자료. “국민 40.7%, 코로나19로 우울·불안 경험했다”

 


원고는 집필자의 전문적 시각으로 작성된 것으로 

교육정책네트워크 및 한국교육개발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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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혜 교수는 현재 남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부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또한, 천안시지역사회보장협의체 대표협의체 위원, 한국청소년복지학회 부회장, 한국사회복지학회 홍보출판분과위원장, 한국사회복지실천연구학회 학술분과위원장, 충청남도 아동보호전문기관 아동학대사례 자문위원, 한국자원봉사학회 편집분과위원장, 세종사회복지공동모금회 배분분과위원, 천안 쌍용종합사회복지관 운영위원장, 천안시복지재단 운영위원, 서울사회복지공동모금회 기획홍보분과위원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필자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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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서울대학교 교수
발행일
2021.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