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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자치를 지원하는 지방교육행정기관의 역할

발행일
2021.10.20
필자
김동현
소속
경기도여주교육지원청 장학사



   지역교육지원청의 현안


   교육자치의 실현을 위해 교육지원청의 역할 재구조화를 논의한 지 꽤 많은 시간이 지났다. 그러나 논의의 시간이 여전히 부족한 것일까? 교육지원청 역할에 대한 연구와 논의는 끊이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된 교육지원청 재구조화에 대한 다양한 실천이 이뤄지고 있지만 현장의 불만은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교육지원청이 현재의 지원의 의미를 강화한 지도 어느덧 10년이 다 되어가고 있으나 지원에 대한 개념이 구성원들 사이에서 합의된 것인지도 불투명하다. 여전히 하급교육행정기관으로 스스로를 정의하고 이에 맞춰 위임된 사무를 관장하는 것이 현 교육지원청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될 것이다.


   학교 현장은 교육지원청을 감시와 통제의 기구로 여기는 경향이 크다. 폭증하는 현장 민원에 대해 교육지원청의 역할을 더 많이 요구하고 있지만, 교육지원청은 오히려 그 역할을 수행하기보다 민원에 대한 컨설팅으로 응대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컨설팅은 학교에 도움을 주기 위한 수단으로 교육지원청이 가장 많이 활용하는 사업이지만 교육현장은 컨설팅을 간섭과 통제로 여기고 있다.


   지원청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지만 현실은 그 기대를 충족시킬 수 없는 상태로 나아가면서 점점 이상과 현실 간의 괴리가 벌어지는 현상을 겪고 있다고 진단하는 것이 맞을까? 아니면, 교육지원청은 제시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그 속도가 더디기 때문에 변화하는 현실을 따라잡지 못한다고 진단하는 것이 맞을까? 그 답이 무엇이 되었든 교육지원청의 역할은 지금보다 더 변화가 필요하고, 그 방향은 학교가 온전히 배움의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지역교육자원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 지역 교육 현안에 대해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행정이라는 점은 분명할 것이다.

 


   하급행정기관으로서의 한계


   이태권 외(2021)는 학교지원이란 단위학교의 교육역량을 구축하는 것으로 이를 위해 단위학교에 대한 컨설팅 계획 수립 집행과 학교장, 교원, 학생, 학부모를 포함한 학교구성원의 전문성 신장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고 규정했다. ‘지원의 개념과 범위에 대해 어느 정도 정리된 입장으로 볼 수 있다.


   교육지원청의 지원은 지역의 특색에 맞는 학교의 자율적 교육과정을 지원할 수 있어야 하며 학교가 위치한 지역의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교육지원청은 칸막이를 통해 철저하게 고립된 상태에서 자기의 일을 진행하고 있다. 강력한 칸막이가 학교의 입장에서 비효율적인 문서하달의 원인으로 지적되었고 이것이 극복되어야 한다는 점은 이미 기존 연구에서 수차례 지적되었다. 이런 지적은 언제나 옳은 말이지만 실현의 차원에서는 여전히 먼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혁신학교의 확산으로 학교는 일하는 방식이 크게 변화하고 있지만, 정작 교육지원청은 여전히 공문 중심의 컨설팅 사업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그 증거가 될 것이다. 컨설팅 사업은 점검과 보완을 중심으로 조언이 이뤄지기 때문에 학교 현장은 학교의 자율성을 해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측면이 있다. 이는 교육지원청의 성격이 여전히 터미널의 성격을 더 강하게 지니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본청의 공문을 그대로 전달하고 교육지원청의 하달식 의사소통을 통해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학교의 교육력과 자율적인 역량을 후퇴시키는 데 일조한다는 비판에 직면한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교육지원청은 하급행정기관으로, 위임된 사무를 처리하는 역할에 국한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각 지역의 성격에 맞는 교육제도와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학교 자치와 지역별 교육과정을 만들어 내는 데 걸림돌이 될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지원청 직원들이 하급행정기관의 업무를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나머지 일들을 글자 그대로 나머지 일이라고 여기게 된다는 점이다.


   지원청의 전문직과 일반직들이 학교자치와 지원의 관점에서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공문 중심의 사고를 하게 된다는 점은 제도로 인해 파생된 문화적 현상이라고 지적할 수 있다. 전문직의 경우, 교육지원청별로 차이가 있을 수는 있으나, 대다수의 교육지원청이 공문을 생산하는 부서에 따라 업무를 분장하고 있다. 이런 업무분장의 형태는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행정처리를 우선으로 하는 관료제의 모습을 그대로 답습한다는 점에서 전문적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전문직이 가져야 할 자율과 책무성 대신 공문에 의거해서 딱딱하고 고정적인 역할 수행에 만족하는 전문직원이 적지 않다는 점은 전문직원의 직무적 성격에 근거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자치의 또 다른 축, 거버넌스 체제


   지역교육지원청은 하급행정기관이 아니라 지역의 교육을 책임지는 지방교육행정기관으로 바로 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민 자치의 틀 안에서 교육자치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바꾸어 말하자면 다양한 교육주체가 교육정책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통로로 기능해야 한다. 선출직인 교육감과 교육청은 독임제 기구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다. ‘선출을 통해 대표성을 획득했기 때문에 자치의 시작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현대의 민주주의는 끊임없이 아래로부터의 정책 의견을 수용할 것을 요구한다. 견제와 협력이 바탕이 되는 거버넌스 체제의 구축을 통해 교육은 주민자치의 큰 틀 안에서 정책을 수립하고 배움의 과정을 만들어야 한다. 당연하게도 교육전문가 그룹과 주민자치 그룹이 상호 견제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은 필수적이다.


   지역교육지원청이 지방교육행정기관으로 제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은 이런 시스템 구축을 통해서 가능해질 것이다. 현재 경기도는 혁신지구 사업을 통해 각 지역 혁신교육포럼을 운영하고 있다. 혁신교육포럼은 지자체와 유관기관, 학부모와 학생, 교사, 장학사 등을 하나의 분과위원으로 구성하여 지역 교육 의제를 발굴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자체와 협력하여 해당 교육정책과 사업을 진행한다. 포럼은 지금까지 교육지원청이 일하는 방식과 달리 현장의 의견을 중심으로 상향식 정책 제안을 하고 교육지원청 담당자들은 이를 정교화하여 정책으로 다듬는 작업을 하게 된다. 교육지원청의 역할은 지자체와 협력을 통해 정책을 만들어내는 역량을 요구받게 된다.


   거버넌스 체제로의 전환이란 이처럼 의견을 수렴하는 시스템과 함께 의견을 정리하고 다듬어가면서 지역 상황에 맞는 정책까지 정교화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당연하게도 최종 목적은 학교 자치와 배움의 도약판을 만드는 일이다. 지역 현안 중심의 체제 전환을 통해 조직을 재편하게 된다면 혁신교육포럼 분과가 적절한 예시가 될 수 있다. 교육지원청은 혁신교육포럼의 분과를 중심으로 업무 구조를 재편할 필요가 있다. 이런 조직 구성은 일반직과 전문직의 칸막이를 과감하게 돌파하면서 지역 현안을 중심으로 하는 문제해결식 조직 혹은 상향식 의사소통의 터미널로 기능하도록 할 수 있다. 유연한 협업을 중심 구조에 놓는 분과형 조직의 구성은 기존의 공문 중심 조직 구성에서 탈피할 수 있는 하나의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지역 현안 혹은 지역 자원 등 지역 문제를 중심에 놓고 다양한 대안을 마련하고 정책을 정교화하여 지자체에 제안하기 위해서는 각 영역 간 협업이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초중 통합학교 문제, 지역 교육과정의 문제, 학교 규모 적정화 등 산적한 지역 문제는 공문을 담당하던 전문직이나 일반직이 단독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 결국 지역교육지원청을 처음부터 거버넌스 중심으로 재구조화하는 시도가 필요하다.

 


   학습하는 조직으로의 전환


   결론적으로 제안하고 싶은 것은 학습하는 조직으로서의 교육지원청 문화의 전환이다. 스타트업 기업들은 의사결정 체제의 변화와 전환을 통해 조직의 혁신을 이뤄냈다. 이들은 끊임없이 의사결정을 어떤 방식으로 효율화하고 최적화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한다. 이런 고민들은 조직 자체를 학습하는 조직으로서 분화시키고, 각 의사결정에 대한 위임을 최대한 활용하며 자율성을 부여한다. 자율성은 당연히 무한 책임을 부여하는 매우 부담스러운 과정이지만, 자율성을 확보한 작은 조직들은 그 권한을 위해 무던한 애를 쓰며 새로운 실험과 실패, 이를 통한 경험의 재구조화를 이뤄내면서 조직 전체를 성장시킨다. 현재 우리 교육행정기관이 배워야 할 것은 스타트업 기업들의 혁신을 위한 형식이 아니라, 혁신을 만들어 낸 문화적 기반이라고 생각한다. 권한과 책임을 함께 부여하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도록 하게 만드는 일과 함께 시스템적 사고를 통한 의사결정 능력을 학습할 필요가 있다.


   학교는 자치를 통해 교육과정을 결정하고 학교 의사결정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또한 학교가 학생들의 배움이 일어나는 곳이라는 명확한 사실 앞에서 모든 행정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앞으로 교육지원청의 역할 변화에 대한 요구는 법과 제도의 미비, 각종 감사와 책임 추궁 등을 핑계 삼아 소극적인 행정을 펼치는 것을 경계하도록 할 것이다. 더 적극적으로 주민자치(혹은 지방의회)의 협조를 구하기 위한 노력과 각종 의사결정 행위를 위한 연결의 꼭짓점이 될 수 있도록 기관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학습하는 조직으로의 전환을 통해 유연하면서도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는 교육지원청의 역량 강화와 크게 상관이 있으며, 역량 강화의 목적과 역량 강화를 위한 맥락 분석을 교육지원청 스스로 만들어 내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 교육 현안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이 필요하다는 의미가 된다.

 


   교육과 행정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교육현장에서는 지원청이 학교 행정과 교육과정의 업무를 일정 정도 맡아 주기를 원하고 있다. 이 같은 역할 분담에 대한 요구는 학교가 학생 중심의 교육을 수행하기 위해서 필요한 부분이라고 본다. 특히 고교학점제의 본격적인 시행은 학교의 업무 부담을 크게 가중시킬 가능성이 있으며, 강사, 다교과 지도, 학생 선택에 의한 다양한 교과 개설 가능성 등의 측면에서 지원청의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지원청을 중심에 두고 다방면에서의 요구가 이뤄지고는 있으나 대부분 중구난방 식으로, 이것도 해야 하고 저것도 해야 한다는 당위의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식의 다양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교육지원청의 현 체제에 요구한다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더더욱 문서 중심의 관료주의의 그늘로 숨어들 가능성만 높아진다. 지원청을 타성에 젖지 않도록 하려면 지역 교육 현안 중심의 거버넌스형 교육지원청으로 재편되어야 한다.

 

   현재 전문직은 교육지원청의 문서 중심주의에 그대로 매몰되어 문서를 생산하고 배부하는 역할 이상을 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문서를 통합하고 이것들을 정리할 시스템이 필요하며 동시에 전문직의 역할 변화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할 시점이다. 교육정책의 기획과 이를 실행하는 전문가로서, 학교에 정책을 심는 주입식 행정에서 벗어나야 한다. 교육 혁신 정책을 학교가 받아들이도록 설득하기 위해서는 전문직 스스로 또 다른 교사라는 인식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행정 관료로서의 위상과 교사로서의 역할 모두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하며 학습하는 조직 안에서 학습을 주도하고 성장을 도모하는 행정가이자 교사로서의 역할 변화를 통해 교육지원청의 위상을 다시 정립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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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권, 윤정, 박재은(2021). 혁신교육 활성화를 위한 교육지원청 역할 강화 방안. 경기교육연구원

원고는 집필자의 전문적 시각으로 작성된 것으로 

교육정책네트워크 및 한국교육개발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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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장학사는 남양고등학교 국어교사, 용인고등학교 국어교사, 국가교육회의 파견교사를 거쳐 현재 경기도여주교육지원청 장학사로 재직 중이다.

필자
김동현
소속
경기도여주교육지원청 장학사
발행일
2021.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