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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자치 시대, 현안과 과제

발행일
2021.10.20
필자
김용
소속
한국교원대학교 교수




   변화를 체감한 교육자치 30

 

   지방교육자치법 제정을 기점으로 교육자치가 30년을 맞이하였다. 지방자치의 경우는 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주민들이 선출하면서 제도 시행을 체감하고, 지방행정의 변화를 경험해오고 있지만, 지방교육자치는 제도 시행 초기에 간접 선거 방식으로 교육감을 선출했기 때문에, 이 제도를 알지 못하는 주민들도 적지 않았다. 2006년 법률이 개정되고, 2007년 교육감을 주민의 직접 선거로 처음 선출하기 시작하면서 교육자치 제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특히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제안한 무상급식과 혁신학교, 그리고 학생인권조례 정책 등이 주민들 사이에서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키면서 교육자치제도의 효능감이 높아졌다. 교육감 주민 직선은 지방교육자치 제도를 주민 속에 뿌리 내린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이 제도를 시행하면서 몇 가지 성과를 경험하고 있다. 첫째, 중앙정부와 지방교육행정기관 사이에 정책 경쟁이 시작되어 교육정책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과거에는 교육부가 모든 정책을 결정하고, 17개 시·도교육청은 이를 단지 집행하는 역할에 그쳤지만, 혁신학교나 무상급식 등의 사례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도교육청이 정책 의제를 제안하고, 이것이 전국화하는 일이 나타나고 있다. ·도교육청이 정책 주체라는 인식을 명확히 하고 교육정책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일은 매우 긍정적인 변화이다. 둘째, 지방교육행정의 민주화가 상당히 진전되고 있다. 과거 교육행정의 권위주의는 상당히 탈색되었다. 많은 교원과 학부모들이 교육감 선거 제도 시행 이후 시·도교육청 관계자들의 권위주의 의식과 행태가 개선되었다고 평가한다. 주민들의 교육행정 참여가 확대되고, 교육청 내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이 높아졌다. 셋째, 지방교육자치를 전개하는 과정에서 교육의 개념과 학교의 역할이 확대되고 내실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교육과 지역, 또는 학교와 지역 간의 관계가 명확하지 않았다. 적확하게 표현하면, 학교는 지역의 고립된 섬과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학교혁신으로 촉발된 교육 변화 운동이 혁신교육지구사업이나 마을교육공동체 사업 등으로 발전하면서, 지역 속의 학교, 지역과 함께 하는 교육에 관한 고민이 깊어지고, 다양한 실천 사례가 나오고 있다. 이런 변화는 궁극적으로 학습자의 삶 중심 교육의 길이 열리고 넓어지는 중요한 계기가 되고 있다.

 


   가파르게 변화하는 지역과 교육행정의 대응

 

   그런데, 지방교육자치의 터전인 지역의 변화가 예사롭지 않다. 이미 여러 해 전부터 저출생으로 인한 인구 절벽과 지역 소멸 문제가 예견되어 왔고, 이제는 눈앞의 현실이 되었다. 20195월에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93(40.8%)가 소멸 위험 지역이라고 진단되었지만, 20205월에는 그 수가 105(46.1%)로 늘었다. 지방자치단체 중 절반에 조금 미치지 못하는 곳이 소멸 위기에 빠져 있다는 사실도 놀랍고, 더 놀라운 것은 소멸 위기 지역이 확대되는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는 사실이다. 이미 상당수 면 지역은 70세 이상 고령 거주자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아서, 앞으로 10년 후에 면이 유지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역대 정부는 지역 균형 발전과 지역 재생 정책을 추진해왔다. 노무현 정부는 행정수도를 이전하고 지역에 혁신도시를 만드는 정책을 추진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2012월 지방자치법을 32년 만에 전부 개정하였다. 개정 법률에서는 지역 여건에 따라 단체장 선임 방법 등 자치단체 기관 구성 형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인구 백만 명 이상 대도시를 특례시로 하여, 다양한 특례를 인정할 수 있도록 했다. , 지방자치법에 근거하여 주민 조례 발안법을 제정하여 주민들이 조례 제정과 개정, 폐지를 의회에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같은 정부 차원의 정책과 별도로 지역에서 자주적인 변화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다. 부산시와 울산시, 그리고 경상남도는 메가시티를 구축하여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자 하는 정책을 전개하고 있다. 세 지역은 공간과 산업, 그리고 교육을 혁신하여 수도권에 필적하는 제2 수도권으로 도약하고자 한다. 최근에는 충청권 메가시티 구상도 무르익고 있다. 충청권 4개 자치단체는 성장 거점의 경쟁력을 높이고 초광역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며 한국판 뉴딜과 연계하여 도시 경쟁력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대구와 경북, 광주와 전남 등의 재통합 논의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처럼 지역이 변동하고 있다는 사실은 앞으로 지방교육자치 제도를 시행하는 데에도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지방교육자치를 교육자치라고 줄여서 부르는 데에서도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한국의 지방교육자치는 지역 없는 교육자치로서의 성격을 지닌다. 교원은 국가 공무원이며, 국가 수준 교육과정을 학교에서 가르치고 배운다. 지방교육재정의 상당 부분은 중앙 정부에서 교부된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지방교육행정이 지역의 변동에 민감하지 않다. 근래 소멸위기를 겪고 있는 몇몇 군에서 주민들이 지역을 살리기 위하여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으나, 학교 교사들이나 교육지원청 관계자들은 팔짱을 끼고 있는 사례도 볼 수 있다. 만약, 현재와 같이 지역 없는 교육자치가 계속된다면 주민들이 교육자치제도의 의의를 언제까지 인정할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또, 한편으로는 교육자치를 더 아래로 내려서 기초 단위에서 시행하고 주민들의 참여를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메가시티나 광역자치단체 재통합 논의에 부합하게 교육자치 단위를 더 광역 단위로 조정할 필요가 발생하고 있다. 향후 행정체제 개편의 결과는 교육자치 단위 조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더 나은 교육자치를 위한 개선 과제

 

   지방교육자치제도는 시행 초기부터 줄곧 매우 불안정한 상태에 있었으나, 교육감 주민 직선과 교육위원회를 지방의회에 통합한 이후로는 제도로서의 안정성은 갖추고 있다. 그러나, 지역 변동이 심화하고 국가 수준 교육 행정 체제가 변화하면서 다시금 제도를 개선해야 할 필요가 제기된다.


   지난 7월 국가교육위원회법이 국회를 통과하여 20227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 법이 시행되면 국가교육위원회가 교육정책 기획을 담당하고, 교육부는 고등교육과 직업, 평생교육을 중심으로 고용, 산업 등과 유기적으로 연계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학교교육 정책에 관한 한 시·도교육청에 더 많은 권한이 이양될 것이다. 따라서 시·도교육청의 정책 기획 및 집행 역량을 제고하는 일이 절실히 필요하다.


   시·도교육청의 할 일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여러 시·도교육청이 함께 해야 할 일 역시 많아질 것이다. 현재는 시도교육감협의회를 중심으로 공동 논의하고 실천하는 사례가 만들어지고 있다. 향후 일종의 공동 사무를 어떤 조직 형태를 갖추어 실행할 것인지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


   지난 십여 년 동안의 교육자치는 앞서가는 시·도교육청의 정책을 모방하여 확산하는 방식으로 전개된 면이 없지 않다. 지방교육자치 제도의 취지가 지역 실정에 맞는 교육을 하고자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상기하면서 해당 지역의 문제를 깊이 고민하고 지역의 교육 의제를 충실히 개발할 필요가 있다. , 교육행정 과정을 더 민주화하여 주민 참여를 확대하는 일이 필요하다. 지난 시기 교육자치 과정에서 교직원들의 교육행정 참여는 확대되었으나, 주민들의 참여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우리 문제또는 우리 지역 문제는 결국 아래로부터 터져 나오고, 만들어갈 수 있는 성격의 것들이다. 따라서, 교육행정 과정에 주민 참여를 확대하는 일은 교육청의 정책 역량을 제고하는 길이기도 하다.


   특히 지역 변동 상황에서 지역 없는 교육자치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관하여 집중적 논의가 필요하다. 주민 참여 움직임이 강한 지역에서는 교육장을 주민이 선출하거나 공모하여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제도상 특례를 마련하는 방안까지도 검토해야 한다. 교육장에게 임기를 보장하고 적절한 수준의 재정권과 인사권을 부여하여, 지역과 지역교육을 살리는 모범을 창출해야 한다.


   한국의 교육자치는 강 교육감 - 약 지방의회 구조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교육감을 주민이 직접 선출하면서 교육감의 민주적 정당성이 높아지고, 권한 역시 확대되었다. 이 과정에서 리더십을 발휘하여 지역 교육을 바꾸어가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해집단 간의 조정이 필요한 사안 또는 일부 집단의 강한 반대가 예상되는 사안에 대하여 교육감이 정책의 주도성을 발휘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은 팽창기를 벗어나 이미 수축기에 접어들었다. 지역 단위에서 학교 체제를 재편한다거나, 교직원들 일부의 반대를 피할 수 없는 교원 정책을 펼쳐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런 측면에서의 변화는 매우 미약하다. 교육감 책무성 논의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 문제는 교육위원회의 위상을 강화하는 일과도 관련된다. 현재는 제주특별자치도를 제외한 16개 시·도에서 교육위원회가 지방의회의 상임위원회로 운영되고 있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지방교육자치법에 근거한 교육위원회가 소멸되었기 때문에, 지방의회 교육위원회 활동에 무관심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지방의회의 교육위원회가 시·도교육청에 대하여 견제와 균형 역할을 잘 수행하는 일이 지역교육 발전이라는 관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교육위원회의 운영을 모니터링하고, 개선 여지가 많다면 위원회 제도 개편까지 시야에 두고 논의할 필요가 있다.


   지난 삼십여 년 동안 교육자치는 교직원들에게 매우 의미있는 제도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주민 입장에서는 여전히 극장 민주주의에 그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주민의 삶 속에 뿌리 내리는 교육자치를 구현하는 일이 지금 우리의 과제이다.



원고는 집필자의 전문적 시각으로 작성된 것으로 

교육정책네트워크 및 한국교육개발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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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 교수는 현재 한국교원대학교 교육정책대학원 교수로 일하고 있다. 서울대학교와 동 대학원 교육학과에서 공부했다. 초중등학교교육정책과 교육제도, 그리고 교육법을 연구한다. <교육개혁의 논리와 현실>(2012), <학교자율운영 2.0 - 학교개혁의 전개와 전망>(2019), <코로나 이후의 교육을 말하다>(2021) 등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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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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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