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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초·중등학교 학생의 방과 후 일과
핀란드 초·중등학교 학생의 방과 후 일과
한국과 핀란드의 초·중등학교 정규 교과과정 수업시수는 유사하다. 하지만 주당 공부 시간이 40시간 이내라고 응답한 학생의 비율은 핀란드 73.3%, 한국이 27.8%이다(OECD, 2017). 이처럼 한국과 핀란드 학생은 학습에 할애하는 시간이 2배 이상 차이가 나기 때문에, 각 국가 학생의 방과 후 일과는 꽤 다른 모습일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본 기사는 한국과 핀란드 10대 학생의 일상생활을 비교한 노라헬레나(2017)의 연구와 핀란드 학생의 인터뷰를 통해 핀란드 학생이 학교일과가 끝난 후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알아보고, 한국 교육에 주는 시사점을 도출해보고자 한다.
1. 핀란드 초·중등 학생의 정규수업시간 외 활동내용
위의 [그림]은 한국과 핀란드 학생들이 어떤 종류의 활동을 하며 일과를 보내는지 조사하여 그 비율을 표시한 것이다. 가장 두드러지는 점은, 핀란드 학생의 ‘교제 및 여가 활동’ 시간이 한국 학생 ‘학습’ 시간의 약 2배 정도라는 것이다. 노라헬레나(2017)에 따르면 핀란드 학생은 하루 421분, 주 약 49시간을 여가 활동에 사용한다. 이처럼 핀란드 학생의 학교 시간과 여가 시간은 균형을 이루고 있다. 여가 활동을 나열하면 미디어 감상, 취미 생활, 교제 활동, 스포츠, 휴식, 문화 활동, 레저 활동 등이 있다. 한국과 핀란드 학생이 여가에 투자하는 시간에는 큰 차이가 있으나, 활동의 종류는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
1) 방과 후 취미 활동 사례
‘핀란드 청소년 연구 네트워크(Finnish Young Research Network)’ 조사에 따르면 핀란드 미성년자의 89%가 취미 활동을 하고 있으며, 취미 활동을 하는 미성년자 중 절반 이상이 일종의 스포츠 그룹에서 활동하고 있다(yle, 2019, Nov. 28). 스포츠 그룹의 종류에는 하키, 육상, 축구, 승마, 댄스 등이 있다. 이외의 취미 활동으로는 음악, 미술 수업 등이 있다. 최근에는 학생의 운동량을 늘리기 위해 교회에서 스포츠클럽을 운영하는 등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지역사회와 협력을 통해 학생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제공하여 방과 후 건강한 여가 생활을 보낼 수 있도록 한다.
자녀의 취미 활동에 부모가 참여하는 것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18세 이하 자녀를 둔 부모는 주 평균 약 5시간을 자녀가 취미 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이동, 코칭 등에 할애한다.
2) 실제 핀란드 학생 사례
핀란드 학생의 일상을 알아보기 위하여 탐페레(Tampere) 도시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과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인터뷰를 진행한 학생의 일과는 다음과 같다.
▶ 오후 2∼3시경에 끝나면 귀가를 하거나 도서관에 간다. 숙제나 프로젝트가 있을 경우 도서관을 가서 해결하며, 대략 1∼2시간 정도 소요된다.
▶ 과제를 마친 후 친구를 만나거나 취미 활동을 한다. 최근 한국 아이돌 가수에 관심이 생겨 유튜브로 음악을 찾아 듣거나 한국어를 배운다.
▶ 또한 저녁에 호텔 안내원(receptionist)으로 아르바이트를 한다. 아르바이트를 마친 이후 대략 10∼11시경 잠자리에 든다.
핀란드 학생은 한국 학생에 비해 일찍 학교 일과를 마치고 개인 시간을 가질 수 있는데, 학교에서 탄력적인 일과 운영을 하기 때문이다. 핀란드의 많은 학교에서 학교 일과를 오전 8시에 시작하고, 점심시간을 30분 이내로 제한하며, 쉬는 시간은 매 교시가 아니라 2교시 당 1회 운영하는 등 유연하게 일과를 조정한다(김상훈, 2018). 또한,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인 ‘오전 오후 활동(Aamu-ja Iltapäivätoininnan; before and after school activities)’은 주로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돌봄’의 개념이기 때문에 중등학생이 정규 수업 시간 이후 학교에 남아 수업을 듣는 모습은 찾을 수 없다. 핀란드는 학교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일과를 일찍 시작해서 일찍 끝낸 후 개인 시간을 갖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는데, 이는 긴 겨울 동안 오후 3∼4시에 해가 지는 자연 환경의 영향도 있다. 인터뷰에 응답한 학생 역시 취침 전까지 대략 8시간 정도의 개인 시간을 가지며, 취미 생활이나 휴식에 충분한 시간을 투자할 수 있었다.
인터뷰 학생은 과제나 프로젝트가 있는 경우 이에 1∼2시간을 투자한다고 응답했다. ‘핀란드 교육연구재단(Vaikuttavaa tutkimustietoa opiskelusta ja koulutuksesta)’에 따르면 핀란드 고등학생 대다수가 학습과 숙제를 위해 평균 주 2∼5시간을 소비한다. 과제를 위해 일주일에 20시간 이상을 보냈다고 답한 비율은 3%뿐이다. 중학생의 경우 숙제의 양이 많지 않고 10∼20분 내로 해결할 수 있는 난이도이기 때문에 주로 등교하기 전 아침에 과제를 한다. 핀란드에서도 상급학교로 진학할수록 방과 후 학업에 투자하는 시간이 증가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 밖 학습 시간은 한국 학생에 비해 현저히 적다.
또한 인터뷰 학생은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있었다. 핀란드 학생은 중학교 때부터 진로교육의 일환으로 2주간 일터를 경험한다. 이를 시작으로 핀란드는 재학생 신분으로도 다양한 직종의 아르바이트 또는 대외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핀란드 교육연구재단’의 2019년 조사에 따르면 핀란드 고등학생 3명 중 1명은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다(yle, 2019 Nov. 28). 많은 학생이 중·고등학교 때부터 다양한 영역에서 경제 활동을 경험하며, 이를 위하여 방과 후 시간 중 일부를 할애한다.
2. 특징과 시사점
핀란드와 한국 학생의 방과 후 생활에 있어서 가장 큰 차이점은 개인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의 양이다. 여가 시간을 보내는 종류는 비슷하나, 절대적인 시간의 양은 약 2배의 차이가 있다. PISA 결과에 따르면 핀란드와 한국의 학업성취도는 비슷하지만 학업 시간에 차이를 보인다. OECD 국가 중 핀란드 학생의 학습 시간은 가장 적은 편이지만, 한국 학생의 학습 시간은 평균 이상이다. 핀란드 학생은 적은 시간 학습하고, 많은 여가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삶의 만족도에서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학업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달성한 높은 학업성취도가 학생 삶의 만족도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는 한국 교육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핀란드 학생이 갖는 개인 시간에는 취미 활동뿐만 아니라 ‘휴식’이 포함되고, 양질의 휴식은 학생 삶의 만족도에 영향을 준다. 정규 수업 이후 학생에게 충분한 휴식 시간이 주어지는 경우 학생은 학교생활을 위한 재충전을 할 수 있다. 학생은 휴식을 취하면서 자신이 어떤 취미 생활을 원하는지 고민하고, 자신의 취미 생활과 진로를 연결하기도 한다. 하지만 많은 한국 학생은 정규 수업외의 방과 후 수업 등으로 학교 일과가 늦게 끝나거나, 교과목과 관련된 사교육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 때문에 휴식 시간이 짧다. 대학 입학을 준비하는 시기뿐만 아니라, 초·중고 재학 기간 내내 대학입시를 위한 학업으로 방과 후 시간을 채우고 있어 충분한 개인 시간 확보가 어렵다.
핀란드는 지역사회와 협력하여 학생이 학교 밖에서도 스포츠 등의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핀란드는 전통적으로 교회나 시민단체 등 지역사회 마을공동체에서 아동의 교육이나 돌봄을 책임진다(김상훈, 2018). 이외에도 숲이 국토 면적의 70%를 차지하기 때문에 핀란드 학생의 곁에는 자연이 항상 가까이 있다. 자연 속에서 트래킹을 하거나 산딸기(berry)를 채집하는 등 스트레스를 건강하게 해소할 수 있는 선택지가 다양하다. 반면 도시에 거주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한국 학생을 위한 에게 건강한 놀이 종류나 다양한 취미 생활의 기회가 부족한 편이다.
학생에게 충분한 개인 시간과 휴식 시간, 그리고 취미를 개발할 수 있는 여유는 중요하다. 핀란드의 사례처럼 지역사회와 협력하여 학생에게 보다 다양하고, 건강한 여가 활동 제공이 필요하다.
참고문헌
∙ 김상훈(2018. 8. 29). 핀란드 초·중등학교 학생의 하루일과. 교육정책네트워크. http://edpolicy.kedi.re.kr/frt/boardView.do?nTbBoardSeq=&strCurMenuId=54&nTbCategorySeq=10059&pageIndex=2&pageCondition=10&nTbBoardArticleSeq=818982&searchTopic=&searchObject=&searchCondition_D=36&searchKeyword_SD=&searchKeyword_ED=&searchCondition_W=6&searchKeyword_W=에서 2020. 1. 5 인출.
∙ 노라헬레나(2017). 한국과 핀란드 10 대 학생의 일상생활 비교연구: 사회계층이 학생의 학습시간에 미치는 영향. 박사학위논문. 서울대학교.
∙ OECD(2017), PISA 2015 Results (Volume III): Students' Well-Being, PISA, OECD Publishing, Paris. Retrieved January 5, 2020, from http://dx.doi.org/10.1787/9789264273856-en
∙ yle(2019, November 28). High school barometer: Most students exhausted, but feel safe. Retrieved January 5, 2020, from https://yle.fi/uutiset/osasto/news/high_school_barometer_most_students_exhausted_but_feel_safe/1109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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