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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대학 교육의 우수사례와 고등직업교육혁신

발행일
2020.12.16
필자
강문상
소속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고등직업교육연구소장/인덕대학교 교수

 

 

 

   전문대학으로 유턴입학은 왜 일어나는가?

 

   2020년 일반대학을 졸업하고 다시 전문대학으로 유턴 입학한 전체 학생이 만 명을 넘었다. 매년 평균 1,500명 이상이 유턴입학을 한다. 지원자가 늘어나면서 경쟁률도 5~6 대 1 이상이다. 간호·보건계열 경쟁률이 치열하지만 자연과학계열과 예체능계열 경쟁률도 증가하고 있다. 일반대학을 졸업했지만 진로를 결정하지 못하고 직업교육을 통해 새 출발을 준비하는 것이다. 전문대학 유턴입학으로 연간 2,300억 원 이상 국가적 비용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유턴입학을 하는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전문대학의 높은 취업률 때문이다. 일반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이 어려워 전공을 바꿔서 유턴입학을 한다. 전문대학들은 일반대학과 차별성이 없는 백화점식 학과구성을 탈피하여 취업에 강한 학과로 탈바꿈하였다. 그리고 교육과정도 산업체 수요조사를 통해 취업에 특화된 직무중심으로 전환하였다. 무엇보다 교육내용을 이론중심이 아닌 취업에 필요한 기술교육 중심으로 변경하였다. 주문식 교육은 웬만한 전문대학들에서는 모두 운영하는 제도로 양적, 질적 취업률 향상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둘째, 중등과 고등단계를 연계시키는 직업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직업에 대한 이해와 준비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직업계)고등학교·(전문)대학·산업체·지역(성인)학습자가 연속성을 갖고 생애주기별로 성장·상생할 수 있는 평생직업교육체계가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 못하다. 전문대학생들은 입학 전에 직업에 대한 고민을 하고 적성에 맞는 전공을 선택하지만, 일반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 중 일부는 직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편이다. 중등단계에서의 직업교육이 미흡하여 직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에 자신의 적성에 맞는 직업선택과 미래에 대한 명확한 목표가 없다. 직업보다는 입시 중심의 학업으로 대학 간판만을 보고 진학하여 결국 유턴입학을 하게 된다.

 

 

   일반대학보다 전문대학에서 신분상승이 더 많이 일어나는 이유?

 

   최근 ‘한국 대학들의 사회이동 성적표: 경제적 지위에 세대 간 이동과 유지에서 대학이 하는 역할’이라는 논문이 발표되었다. 졸업생들의 취업경로를 추적해 자녀세대의 소득계층이 부모세대 계층에서 얼마나 영향을 받는지에 대한 연구이다. 연구결과에서 특이한 점은 일반대학에 비해 전문대학 졸업생이 저소득층 출신으로 상위소득자가 되는 데 성공한 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대학입시에서 사교육의 영향은 매우 커서 부모의 경제력이 대학을 결정한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자료에 의하면 2019년 전문대학생은 소득 3분위까지 학생이 51.9%를 차지한다. 전문대학 과반수 이상의 학생이 경제적 어려움으로 대학입학 후에도 학비와 생활비를 벌어야 한다. 많은 학생들이 원래부터 공부를 못했다기 보다는 집안의 경제적 이유와 입시위주의 교육 등으로 공부에 흥미를 잃은 것이다. 이런 학생들은 전문대학에 입학해 자신이 하고 싶은 전공을 선택하고 학업에 흥미를 느끼고 성취감을 맛보면서 성장한다. 

 

   전공심화과정 개설 전에는 주로 일반대학에 편입을 했다. 최상위권의 대학에 편입하여 박사학위를 취득한 학생들도 많다. 그러나 전공심화과정 개설 후에는 편입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더 공부하고 싶은 학생들은 전공심화과정으로 진학을 한다. 학사학위 취득 후에는 국내 최고기업에 취업을 하거나 일반대학원의 석사과정으로 진학한다. 2020년 현재 11만 명 이상이 전공심화과정을 졸업했고, 매년 1만 4천 명 이상이 입학한다. 전문대학에서 신분상승이 더 많이 일어나는 이유는 전공에 따라 2년 내지 3년의 적절한 학제에서 현장직무중심의 교육을 받아 양질의 일자리에 취업연계가 되기 때문이다. 또한 학사학위를 갖고 국가기술자격증에 합격하면 연봉이 높은 직장에 취업할 수도 있다. 기술직으로 나가려는 학생들은 실무교육이 강한 전문대를 선택하고, 기업들도 기술숙련도가 높고 졸업과 동시에 현장업무가 즉시 가능한 전문대학 졸업생들을 선호한다.

 

 

   사회양극화로 전문대학과 중산층이 무너지고 있다.

 

   2020년에는 교육의 양극화, 부의 양극화, 세대간 양극화로 사회양극화가 더욱 가속되었다. 

   첫째, 코로나19로 인한 원격교육은 교육을 양극화시켰다. 디지털기기에 소외된 취약계층의 학생들은 학습에 더 큰 어려움이 있었다. 전문대학의 많은 학생들은 스마트폰으로 원격교육을 듣고 있다. 스마트폰의 통신료 부담도 있지만, 학생들이 더욱 힘들었던 것은 코로나19로 인해 학기 중에 하던 아르바이트 자리가 많이 없어진 것이다. 학비와 생활비를 벌어가며 학업을 유지하던 많은 학생들이 학업유지가 불가능해졌다. 코로나19로 인해 학습의 질이 떨어지고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면서 학업의 포기가 이어졌다. 디지털학습환경에 불리한 사회저소득층의 학생들은 코로나19로 인해 학습의 질이 떨어지면서 교육의 양극화를 불러왔다. 

 

   둘째, 4차 산업혁명이 부의 양극화를 가속시키고 있다. 2016년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이 언급된 이후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가상현실 등과 같은 새로운 기술들이 소개되고 신기술의 융합으로 초연결 시대에 접어드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단순노동은 물론 간단한 문제해결의 업무도 인공지능 기계로 대체될 것이다. 이러한 기계로 대체되는 자리는 대부분 전문대학 졸업생들이 취업하는 일자리이다. 고도기술자의 영역이 늘어나고, 중·저도의 일자리는 줄어들어 전문대학 졸업자의 일자리는 줄어들게 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기술이 양극화되고 이는 부의 양극화로 이어지고 있다. 

 

   셋째, 계속되는 저출산·고령화로 세대간 양극화가 가속되고 있다. OECD 보건통계에 따르면 2017년 우리나라 기대수명은 82.7년(남자 79.7년, 여자 85.7년)이다. OECD 평균보다 2년이 길다. 출산율은 줄고 평균수명은 늘어나면서 100세 시대가 현실이 되었다.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2045년에는 65세 고령인구가 37%가 된다. 세대 간의 양극화가 가속되어 젊은 사람 1명이 1명의 노인을 책임져야 하는데 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제는 60세 정도에 퇴직을 하고 20~30년 동안 더 벌어야 한다. 인생 3모작 시대인 것이다. 교육의 양극화, 부의 양극화, 세대의 양극화는 결국 우리사회가 모든 영역에서 사회양극화로 접어든다는 것이다. 사회양극화가 지속된다면 전문대학이 무너지고 중산층이 붕괴될 것이다. 중산층 붕괴를 계속 방치한다면 민주주의가 붕괴되고 결국에는 국가위기가 올 수도 있다. 중산층 붕괴를 반드시 막아야 한다. 

 

 

   국가균형발전과 사회양극화 해결을 위해 국가가 적극 개입할 때이다.

 

   전문대학은 고등직업교육을 담당하는 역할 못지않게 국가균형발전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전문대학 졸업생들은 대부분 대학소재 지역의 중소기업에 취업을 하고 가정을 이루어 지역경제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국가통계포털사이트 자료에 의하면 2019년 시도별 일반대학졸업자 대비 전문대학졸업자 경제활동인구수를 보면 세종시가 21%로 가장 낮고, 다음이 서울로 24%이다. 전문대학졸업생 비율이 높은 곳은 제주가 78%, 경북 74%, 전남과 경남이 61%이다. 대도시가 낮고 지방일수록 높다. 이 통계자료를 보면 일반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은 대도시로 이주의 가능성이 큰 반면, 전문대학은 동일지역에 머물면서 경제활동을 한다는 것이다. 전문대학이 지역발전과 중산층 유지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사회양극화는 고등직업교육 혁신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중산층이 퇴직 후 새로운 직업을 갖지 못하면 저소득층으로 전락한다. 퇴직 후 재취업을 위한 직업기술교육이 필요하다. 전국적으로 캠퍼스를 갖고 있는 전문대학에서 사회초년생들의 입직을 위한 직업교육은 물론 중·장·노년층을 위한 재취업교육도 담당해야 한다. 고난도 기술습득에 필요한 1년 이상의 직업교육은 물론 1~2개월의 단순 기술습득의 직업교육도 담당해야 한다. 중등단계부터 직업에 대한 진로를 잘 설정하고 고등단계의 직업교육을 활성화시키고 전문대학에서 생애단계별 평생직업교육을 담당해야 한다. 

 

   지역발전과 중산층 확대를 위해서는 전문대학 재정확대가 필요하다. OECD 교육지표에서 연간 1인당 학생 공교육비를 보면 OECD 평균 초·중등교육의 평균증감률은 최근 4년(2014년~2017년) 동안 약 1%정도씩 감소하다 2017년에 5.9%정도 증가했다. 반면 전문대학에 대한 투자는 매년 5~6% 이상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같은 기간 초등학교는 21%, 중학교는 41%, 고등학교는 24%, 일반대학은 11% 증가한 반면 전문대학은 7% 증가에 그쳤다. 2017년 현재 전문대학생 대비 공교육지원비는 초등학생 2.02배, 중학생 2.18배, 고등학생 2.5배, 일반대학생 2.06배이다. 전문대학에 지원되는 1인당 공교육비가 초·중·고·일반대학생의 반도 안 된다. 4년 전만 해도 1.6~2배의 차이였으나 최근에는 2~2.5배로 더 벌어졌다. 해가 갈수록 전문대학에 대한 공교육 지원비는 타 교육기관에 비해 감소했다. 

 

   2018년 통계청 조사에 의하면 초·중·고의 사교육비가 19.5조에 달한다. 매년 20조의 엄청난 사교육비가 투입되는데 공교육비까지 엄청나게 지원하고 있다. 그럼에도 기초학력이 매년 떨어지는 것은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1인당 초·중등교육 지원비용이 직업교육 지원비용보다 높은 나라는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힘들다. 

 

   전문대학의 95% 이상이 사립대학이다. 그동안 국가가 담당해야 할 직업교육의 책무를 사립전문대학들이 대신하고 있었다. 직업교육은 국가가 책임져야 할 의무이다. 국가의 경제를 살리고 국가발전을 위해 직업교육 재원을 늘려야 한다. 직업교육에 국가의 개입을 최소화하던 미국도 2018년 Perkins법에서 직업교육을 강화시키고 명칭도 Vocational Edu.에서 Career Edu.로 변경했다. 국가가 직업교육에 적극 관여하고 직업교육의 범위도 확대시켰다. 국가의 책무성 강조와 적극적인 국가개입은 직업교육의 세계적인 추세이다. 

 

   직업교육 발전을 위해서 가장 먼저 재원확보를 위한 법령이나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직업교육진흥법을 제정을 통해 정부의 직업교육에 대한 책무성을 강화하여 일관되고 실효성 있는 정책과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법령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여러 부처에 산재해있는 직업교육 관련법을 총괄하는 포괄적인 직업교육진흥법을 제정해야 한다. 직업교육의 중장기적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이행하기 위해서 안정적인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 안정적 재원확보를 위해 고등직업교육재정교부금 제도를 도입하여 직업교육을 활성화하고 사회양극화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원고는 집필자의 전문적 시각으로 작성된 것으로 

교육정책네트워크 및 한국교육개발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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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상 소장은 서강대학교 전자공학과 공학박사와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평생대학원 경영학과 경영학석사를 취득하였다. 인덕대학교 메카트로닉스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동대학교 산학협력처장, 교무처장, 특성화사업단장, 교육혁신원장, 교수학습지원센터장 등을 역임하였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고등직업교육연구소 소장과 (사)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 부회장으로 있다.

필자
강문상
소속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고등직업교육연구소장/인덕대학교 교수
발행일
2020.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