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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원격수업 확산과 정착을 위한 과제

발행일
2020.12.16
필자
백정하
소속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연구소장


 

 

   코로나19와 원격수업

 

   갑작스러운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사회와 대학은 많은 시행착오와 더불어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 지난 1학기부터 바이러스 전염의 위험이라는 외부적 요인으로 대학들은 오프라인 수업이 불가능해지면서 온라인을 통한 원격수업을 개설·운영하고 있다. 온라인 수업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접속 불안정, 서버다운, 부실 강의 등의 여러 문제가 촉발되었다.

 

   코로나19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며, 교육환경의 변화는 고등교육에 대한 고민과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교육부도 고등교육의 발전과 개선을 위해 1학기에 실시하던 한시적인 조치를 상시적 조치로 전환하여 원격수업의 활성화를 모색하고 있다. 원격수업을 코로나19 상황에서 일회성으로 활용하지 않고, 코로나19의 종식 여부와 관계없이 원격수업 제한을 풀어 다양한 수업 운영과 유연하고 탄력적인 학습을 지원할 계획이다. 원격수업 운영 관련 최소 기준만 제시하는 방식으로 대학들의 자율적 수업 운영을 허용하며, 대면·비대면 수업을 병행토록 한다는 것이다. 정부와 대학들은 코로나19로 인한 환경변화에 원격수업으로 대응하며, 고등교육의 발전과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국적인 원격 교육이 더욱 확산되고 제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과제들이 해결되어야 한다. 

 

 

   원격수업의 확산과 정착을 위한 과제

 

 ▷▶원격수업에 대한 질 관리 및 콘텐츠 경쟁력 강화

   지난 1학기는 갑작스러운 원격수업으로 대면 수업을 전제로 운영되던 대학들에게 어려운 시기였다. 이제는 비대면 수업과 대면 수업이 공존하는 환경으로 변환되었다. 원격수업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교육 내용에 대한 질 관리와 더불어 적합한 교수법 등으로 학생들의 관심과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수업 콘텐츠의 경쟁력이 강화되지 않고 단순히 지식전달 수준의 원격 교육으로는 생명력이 짧다


 ▷▶ 유연한 학사제도 및 교육과정 운영과 틈새 공략

   원격수업이 전통적인 대면 수업을 단순히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전제하며 소극적으로 접근하는 것을 탈피해야 한다. 온라인 교육만으로 충분하고 완전하지는 않지만, 원격수업의 장점을 적극 활용하여 교육상황에 맞게 수업을 진행하며 기존 오프라인 교육의 틈새를 공략하고 상호 보완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비대면 수업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활용하여 전통적인 대면교육의 문제를 극복하고, 전통적인 교육보다 유연한 학사 및 교육과정 운영을 통해 발전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 원격수업을 위한 기반 구축과 강의 시설에 대한 개선

   원활한 온라인 수업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인력과 기자재 등에 대한 개선과 기반구축이 필요하다. 아직도 많은 대학들이 학습관리시스템(LMS)을 제대로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대학간 온라인 교육 여건의 격차가 존재하고 있어서 이런 문제들이 해소되어야 한다.

   온라인 수업은 캠퍼스와 강의실이라는 물리적 공간을 벗어나 이루어지는 교육활동이지만, 강의를 위한 시설도 중요하다. 원활한 온라인 교육과 수업을 위해서는 강의실에 대한 투자와 Studio화 등을 통해 일정 규모의 온라인 강의를 위한 시설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강의실에서 오프라인 수업과 온라인 수업을 적절하게 혼합하고, 다양한 자료를 활용할 수 있도록 강의실 개조 및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 원격수업 운영 및 관리에 대한 신뢰 확보

   코로나19로 인해 원격수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대면 수업과 달리 원격수업의 운영에 대하여 우려와 걱정이 많다. 질 낮은 대학 원격수업의 규제 완화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원격수업의 비율을 20%로 제한하며 운영한 것도 2010년 감사원의 지적에 의한 것이다. 당시 감사원은 대학 원격수업에 대한 출결관리 부족, 품질관리 미비, 시험관리 부적정 문제 등을 지적하면서 원격수업 운영 및 학사관리 기준을 마련할 것을 제안하였다. 이 결과로 교육부는 2018년 “원격수업 비율 20% 제한”이 명시된 운영기준을 마련한 것이다. 

   코로나19와 대학환경 변화로 각종 규제를 완화하면서 전통적 대학과 사이버대학 간의 구분도 없어지는 상황이다. 규제완화는 필요하지만, 과거와 같은 부실한 학사 관리와 운영이 이루어진다면 다시 외부 규제가 발생할 것이다. 대학에서 자체적인 질 관리와 신뢰 확보가 중요하다.

 

 ▷▶ AR, VR을 통한 실험실습 교육프로그램 개발

   온라인 교육에서도 참여를 필요로 하는 실험실습 교육의 가능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비대면 수업을 전제로 하는 온라인 교육은 실험실습을 진행하기 어렵다. 전염병 확산은 모이는 것을 더욱 힘들게 한다. 실험실습의 문제는 원격수업의 한계이며, 온라인 교육의 확산을 제약한다. 원격수업 확대를 위해서는 실험실습 및 실기 수업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 AR, VR 등을 활용하여 온라인에서의 실험실습도 이루어지도록 한다면 온라인 교육이 갖는 한계를 극복하고 확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 교수-학습 방식에 대한 교육과 지원

   온-오프라인의 혼합교육 활성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전통적인 교육보다 기자재 활용 및 교수법에 대한 중요성이 증가한다. 또한, 성공적인 원격수업을 위해서는 학생들의 자기주도적 학습도 필요하다. 원격수업의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서 교수진에 대해서는 다양한 교수법 및 기자재 활용 경험과 함께 교과목 특성에 따라 적절한 교수법을 활용할 수 있는 역량 함양을 지원하며, 콘텐츠 제작 및 편집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에 대해서도 학습을 지원하며, 동기유발 및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이 모색되고 추진되어야 한다.


 ▷▶ 강의과정에서 지적 재산권 문제 개선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내용을 탑재하는 과정에서 저작권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온라인 교육의 활성화 및 확대를 위해서는 수업목적으로 사용되는 지적재산권에 대한 완화와 지원이 필요하다. 국가차원에서 수업목적 저작물에 대해 무상사용 범위 확대와 지원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 온라인 교육에 대한 국내 기업 참여와 에듀테크(EduTech) 산업 육성

   국내에서 사용하는 온라인 수업의 소프트웨어와 플랫폼은 대부분 외국 기업이 개발한 것을 활용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외국 기업에 의존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어서 안정적 원격 교육을 위한 국내 사업 기반 구축이 필요하다. 국내 에듀테크 기업들의 공교육 참여 확대를 통해 외국 기업에 대한 의존도 개선과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 기술 등을 활용한 플랫폼,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


 ▷▶ 원격수업에 대한 평가인증제 도입 주의 

   정부는 일반대학에서 운영하는 원격수업에 대한 평가인증제를 통해 교육의 질 관리를 준비하고 있다. 대학이 내부적으로 인증센터를 운영하며 원격 교육을 위한 교과목 및 수업 관리를 하는 것은 의미 있지만, 정부가 관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정부의 원격수업 및 교과목 운영에 대한 인증제는 전통적인 교육에서도 없던 규제에 해당한다. 대학의 온라인 교육을 위축할 소지가 있어서 도입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원격 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대학의 교육과정에 직접 관여하지 않으면서 교육의 질 제고를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경쟁에서 상생 발전으로

 

   원격 교육과 전통적 교육은 상호보완적 관계인데, 전통적 대학과 사이버 대학이 구분되면서 서로 경쟁하며 상대방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해 경계 완화가 이루어졌고 코로나 사태가 종료된 이후에도 온라인 교육의 장점과 오프라인 교육의 장점을 활용하여 서로 윈-윈하는 것이 필요하다. 

 

   코로나19가 종료된 이후에도 과거처럼 전통적인 교육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많은 사람들의 경험을 활용하지 못한다면 커다란 우를 범하는 것이다. 원격수업의 경험은 코로나19가 가져다준 기회이다. 원격수업의 확산과 정착은 고등교육의 발전과 온라인 교육의 질 제고가 함께 논의되어야 하며, 정부와 대학에서의 관심과 투자가 요청된다. 

 


원고는 집필자의 전문적 시각으로 작성된 것으로 

교육정책네트워크 및 한국교육개발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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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정하 소장은 한양대학교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학평가원장, 고등교육연수원장 등을 역임하였다. 현재 교육부 규제완화위원회와 학자금지원제도심의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한국 교육정책 현안과 해법’. ‘고등교육의 이해’ 등이 있으며, 주요 관심분야는 대학교육, 대학평가, 교육정책 등이다.

필자
백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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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교육협의회 연구소장
발행일
2020.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