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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전쟁시대를 맞이하는 과학기술인재 정책의 과제

발행일
2022.09.21
필자
홍성민
소속
과학기술정책연구원 과학기술인재정책연구센터장





  

* 본 원고는 홍성민(2022.1.)과 홍성민(2022.6.5.)의 주요 내용을 발췌하여 보완한 것임

 

----------과학기술 인재전쟁시대의 본격화

 

인재전쟁시대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한 지는 이미 10년이 넘었다. 정보통신기술 및 교통수단의 급속한 발전과 함께 전 세계가 하나의 생활권이 되기 시작하자 세계 어디에 있든 모든 기업이 서로 경쟁하게 되었고, 이 경쟁을 이겨낼 인재가 중요해진 것이다.

 

최근에는 디지털 전환 혹은 4차 산업혁명이라 불릴 정도로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자, 과학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인재전쟁이 더욱 격화되고 있다. 세계시장에서 함께 경쟁하는 건 기본이고, 이젠 산업의 경계도 넘어 자율주행차를 두고 전통적인 자동차 회사와 인터넷 기업이 경쟁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국경도, 산업 경계도 넘어 경쟁하는 이런 시대에는 승자독식이 심해지고, 승자를 만들어낼 수 있는 핵심 기술을 개발하고 비즈니스에 적용해 나갈 과학기술인재의 중요성이 더 커진다. 거기에 메타버스라 불리는 가상현실 세계까지 발전하면서 세계 어디에 있어도 함께 일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특히 디지털 분야를 중심으로 인재들도 세계를 무대로 서로 경쟁하고 좋은 일자리를 찾아 이동하는 게 당연해지고 있다.

 

 

----------인구 감소에 따른 공급 충격으로 급격히 심화될 과기인재 확보 전쟁

 

사상 유례가 없이 빠른 경제발전을 이룩한 우리나라는 인구 감소 추세에서도 세계 최고를 달리고 있어, 생산가능인구가 아닌 전체 총인구가 감소함에 따라 노동 공급의 절대량이 줄어드는 공급충격이 현실이 되었다. 통계청(2021.12.)의 최근 인구추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총인구는 20205,184만 명을 정점으로 2021년부터 인구감소가 이미 시작되었다. 세계 최저 수준의 저출산(합계출산율 0.82)으로 출생자 수가 사망자 수보다 많아지는 데드크로스는 2020년에 벌써 시작되었으나, 해외인구 유입으로 총인구 감소가 나타나지 않았다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외국인 유입이 감소하자 바로 인구가 감소하였다. 물론 코로나19가 진정되면 외국인 유입이 다시 이루어질 수 있으나 전체적인 인구감소 시나리오는 점점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전체 인구 감소에 따른 노동 공급의 절대적 감소는 앞으로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한계를 공급요인이 결정해 버리는 충격을 가져올 것이다. 인재전쟁시대를 맞이한 과학기술인재정책 측면에서 보면 과학기술인재의 공급 풀인 이공계 대졸자, 특히 석박사 등 고학력 인재의 풀이 감소하는 효과를 본격적으로 가져올 전망이다. 학령인구 감소의 효과가 이미 나타나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이공계 전공자는 취업에 유리하다는 등의 이점으로 인해 석박사를 중심으로 여전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다음의 그림에서처럼 인구감소의 공급 충격은 2025년 이후에는 이공계 석박사 학생 수도 급격히 감소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과학기술인재 확보 전쟁이 심화될 것은 물론이다.

 


[그림1] 이공계 석사과정생 규모 전망

[그림2] 이공계 박사과정생 규모 전망

: 시나리오 1은 최근 3년간 이공계 비중 유지 가정

시나리오 2는 최근 3년간 이공계 증가 추세를 당분간 지속 가정

자료: 박기범(2022)

 

 

----------신기술·신제품 등장과 과학기술인재 수요의 급변에 따른 충격

 

디지털 전환을 이끄는 정보통신기술(ICT) 등 신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확산은 과학기술인재의 수요 측면에서 또 다른 충격을 가져온다.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서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기술의 적용이 확산되며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다양한 현장 적용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제품 설계의 고도화 및 다양화 등에 따라 현장 경력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추세이다. 기술인력 수요도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창출하는 유형에 따라 다르게 변화한다. 예를 들어 시스템반도체의 경우 반도체가 활용되는 범위가 넓어지면서 다양한 산업현장에 대한 이해가 필요해지는 형태로 기술인력 수요가 변하고 있다. ICT 기술이 다양한 산업에 접목되는 자율주행차나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도 현장 경험이 중요해지는 한편, 기존에는 서로 만날 일이 적었던 기계나 바이오 전공자와 ICT 전공자의 협업이나 융합인재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또 다른 예로 기계엔진 대신 배터리를 장착한 그린카의 경우에도 기계 전공자와 화학 전공자의 협업을 요구하게 된다.

 

결국 기술인력 수요에 있어서는 단순한 전공지식의 확장뿐만 아니라 제품과 관련한 현장 지식의 습득이 더 중요해지고, 이를 위해 교육기관인 대학뿐만 아니라 기업의 역할도 더 커져야 하는 상황이 오고 있다. 각 분야별 전공지식의 주입이 아니라 현장의 경험과 다른 전공자와의 협업 능력을 키우는 등의 노력이 함께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그림3] 기술인력 지식 구조에서 기업, 대학의 역할 구분 변화

자료: 엄미정 외(2021)

 

 

----------래 과학기술인재정책의 과제

 

인재전쟁이 점점 격화되고 기술인력 수요 변화도 급격해지는 시대를 맞이하는 미래 과학기술인재정책의 과제는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다.

 

첫째, 기술인력 수요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추고 이를 기반으로 과학기술 정책의 성과 점검과 기획을 밀접히 연동시켜 인재정책 기획과 성과 평가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과학기술인재의 수요 변화 및 다양화 추세가 급격히 나타나고 있어 고정화된 기술 분야 혹은 산업별 수급 전망과 이에 대응하는 인재 양성 정책을 추진하는 기존 정책의 틀로는 더 이상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과학기술인재정책의 기획에서부터 빅데이터 분석과 디지털 전환을 접목하여 정책에서도 변화 대응력을 제고해야 한다.

 

둘째, 교육기관을 벗어나 지속적인 현장 경험을 축적해야 하는 요구도 커지는 만큼 대학의 인력 양성 기능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산업 현장과 연계하는 과학기술인재 경력 심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대학원 진학과 학력 고도화만이 아니라 산업체 내 엔지니어 경력 심화가 더 중요할 수 있는 시대이며, 그 과정에서 다양한 전공자와 인재 간의 협업 능력을 키우는 부분도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공급 제약을 극복하기 위한 인재 유인을 위해서도, 다양하게 나타나는 수요 변화에 대한 대응을 위해서도 일정한 교육과정의 틀로 인재를 양성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기반을 가진 인재의 성장을 촉진하여 스스로 클 수 있는 틀을 마련해야 한다. 기존 정책에서처럼 인재가 중요하다고 하면서 수요가 증가하는 신산업 분야의 인재가 더 많이 공급될 수 있도록 대학 등 교육기관에서 특정 기술이나 전공지식만 익히도록 투자하고 인재를 양적으로 늘리는 일에 집중하는 정책은 더 이상 바람직하지 않다. 정책적 접근이 쉽고 관련 인재가 늘어나면 어디서든 활약할 것이라는 믿음이, 값싸고 우수한 인재의 공급을 바탕으로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한 우리나라의 성공 방식이었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기 때문이다. 인재전쟁시대에서는 이렇게 인재의 공급을 늘리는 방식으로 접근할 경우 오히려 공급 과다로 좋은 일자리를 만들 유인이 없어지고, 인건비는 낮아지지만 그 대가로 좋은 인재는 절대로 오지 않는 일자리 혹은 산업 생태계를 만들 수밖에 없다. 그러면 세계 경쟁을 선도할 수 있는 우수 인재를 확보하는 일이 더 어려워지기 마련이다.

 

결국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이끌려 올 수 있는 좋은 일자리를 중심으로 산학연관이 함께 힘을 뭉쳐 투자하고 어디에서든 사람들이 성장하고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과학기술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특정한 기술이나 산업의 발전을 위한 투자보다 기술발전을 이끌 인재가 어떤 것을 바라고 어떻게 성장해나갈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정책, 사람에 대한 투자에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도 학교도 나서서 해야 하는 시대이다. 인재가 매력을 느끼고 성장해나갈 수 있는 토대, 계속해서 성장해나갈 수 있는 학습공동체를 학교뿐만 아니라 기업에서도 같이 만들어가는 진정 사람을 중심으로 하는 정책적 시각과 투자의 변화가 절실하다.

 

 

<참고문헌>

통계청(2021.12.). 장래인구추계: 2020~2070.

박기범(2022.7.29.). 이공계 대학원생 Downsizing: 전망과 영향, 448회 과학기술정책포럼 발표자료, 충북: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엄미정 외(2021). 첨단·신기술분야 고급 인력의 육성 및 성장 지원방안. 충북: 과학기술정책연구원.

홍성민(2022.1). 인구가 감소하는 디지털 경제 시대 변화대응력을 높이는 과학기술인재정책이 수립되어야, STEPI Outlook 2022. 충북: 과학기술정책연구원.

홍성민(2022.6.5.). 인재전쟁시대에 살아남는 법, 충남도정 제941. 충남: 충청남도청.






원고는 집필자의 전문적 시각으로 작성된 것으로 

교육정책네트워크 및 한국교육개발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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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민 센터장은 현재 과학기술정책연구원 과학기술인재정책연구센터에 재직하고 있으며, 노동경제학 박사로서 과학기술인력의 일자리나 노동시장 분석, 인적자원개발 등에 대한 연구를 주로 수행하였다. 국가과학기술심의회의 정책조정전문위원회 위원, 교육부의 교원양성체제 혁신위원회 위원 등을 거쳐 현재 과기부의 과학기술문화사업 심의위원회 위원, 부산시 제2차 부산과학기술진흥계획 인재양성분과 위원장, 충청남도 정책자문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하고 있다.

필자
홍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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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정책연구원 과학기술인재정책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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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