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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세대 교사가 바라본 신세대 교사: 가치관, 교직생활, 수업문화를 중심으로
- 발행일
- 2023.03.15
- 필자
- 김지선
- 소속
- 세종특별자치시교육청교육원 교육정책연구소 교육정책연구원
본고의 저자는 4강 신화의 월드컵이 있던 해인 2002년 경기도에서 교직생활을 시작하여 2020년 10월, 18년의 중등교사로서의 삶을 마감하고 면직을 하였다. 학교현장을 떠난 지 2여 년의 시간이 흐른 상태에서 기성세대 교사의 관점에서 신세대 교사의 교직생활에 관해 글을 쓴다는 일은 상당히 조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다만 저자는 2019년부터 교사 세대 간 인식에 관한 학술연구, 정책연구, KEDI 이슈페이퍼를 작성하면서 교직 내에서의 세대 갈등에 관한 연구를 지속해 왔으며, 교직생활 당시 40대의 기성세대 교사로서 20대의 교사를 접한 경험, 친분 있는 선배 및 동료교사로부터 여전히 저경력 교사와의 갈등에 대해 전해 듣고 있는 상황 등에 기반하여 풍부하면서도 다양한 논의를 펼쳐나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본 글은 이러한 배경 속에서 작성되었기에 교사로서의 경험과 연구자로서의 견해가 함께 공존하고 있음을 미리 언급하고자 한다. 아울러 본고에서 말하는 신세대 교사는 1990년대생을 의미한다는 점도 함께 밝혀둔다.
|| 신세대 교사의 가치관: 전문직관과 노동직관의 공존
흔히들 교사가 인식하는 자신의 직무와 관련한 가치관을 교직관으로 표현한다. 교직을 바라보는 태도와 관점은 가르치는 일뿐만 아니라 지도 방식, 관계 형성 등 교사로 인해 규정되는, 학생을 둘러싼 모든 행동 양식의 기준이 된다. 신세대 교사들뿐만 아니라 그들을 바라보는 기성세대 교사들조차도 신세대 교사들의 교직관을 노동직관에 가깝다고 언급하여 왔다(윤소희 외, 2019; 박상완, 박소영, 2022). 이는 학교현장에서 전문직관보다는 노동직관에 의해 살 수밖에 없는 서글프고도 자조적인, 신세대 교사 스스로의 관점이자, 워라밸을 중시하는 가치관, 근무조건, 후생복지 등에 있어 당당한 권리를 주장하는 그들의 태도에 대한 기성세대의 관점에 기인하였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 현장에서 기성세대로서 바라본 신세대 교사들은 전문직관과 노동직관을 함께 가지고 있는 세대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신세대로서의 특성도 보이지만, 가르치는 일을 좋아하고 아이들을 사랑하는 그들의 개인적인 성향도 함께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들은 여느 세대의 다른 교사들만큼이나 수업에 열정적이고, 수업을 중시하며, 수업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책임 있는 교사들이다. 수업시간에 나 자신을 표현하는 데에도 상당히 솔직하며, 스마트 기기와 멀티미디어 자료 제작 및 활용에도 능수능란한 모습을 보이며, 수업의 요소요소에서 재미와 관심을 이끌어내고자 노력한다. 이들은 기성세대 교사와 마찬가지로 학창 시절 교사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롤 모델로서의 은사를 만난 적이 있고, 교사의 꿈을 키우며 성실하고 모범적이게 학교생활에 임한 경험도 있다(박상완, 박소영, 2022).
다만 수업을 위한 노력과 준비, 행정업무 등을 집으로까지 가져가서 처리하기보다는 근무 시간 내에 충실히 수행하고자 하며 그 이상의 시간을 할애하는 데 인색하다. 그리고 그러한 태도가 학생들에 대한 미안함이나 교사로서의 책임감 부족이라는 인식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물론 그 이상의 시간을 할애하는 신세대 교사들도 존재한다. 다만, 그런 태도가 해당 세대에서는 더 보편적이고 자연스럽게 나타난다는 의미이다). 학교는 나의 직장이고 학생을 대하는 일은 하나의 업무이며, 연가의 사용은 나의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하는 것, 학교생활과 개인생활의 경계가 비교적 명확한 것이 그들 ‘세대’의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윤소희 외, 2019; 박상완, 박소영, 2022). 물론 기성세대 교사들이 바라볼 때 그러한 태도가 아쉬운 점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우리는 왜 젊은 시절에 그러지 못했나?’라는 자괴감에 속이 상할 때도 있으나, 이는 학교와 교직, 교사를 바라보는 역사적‧시대적‧사회적 맥락이 바뀐 점, 신세대 교사가 겪어온 시대적‧사회적 경험이 기성세대와 다른 데서 오는 자연스러운 인과적 현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 신세대 교사의 교직생활: 개인주의 문화의 강화
학교조직 문화로서 대표적으로 논의되는 것이 바로 현재주의, 보수주의, 개인주의(Lortie, 1975)이다. 조직문화는 공유된 신념으로 조직의 집단적 특성을 기술하는 현대적 관점이라고 할 수 있다(Hoy & Miskel, 2013). 이는 구성원의 행동과 태도에 영향을 미치며 나아가 그들의 행동을 규정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여기서 주목할 특징은 바로 개인주의이다. 교실이라는 특정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일들이 교사 한 개인에서 비롯되어 끝나버리는 현상은 각각의 교사들이 달걀 상자 같은 교실 속에 하나하나 들어가 있는 구조와 흡사하다. 교사들은 교직생활에서 가라앉느냐 혹은 헤엄치느냐를 결정하는 데 있어 혼자 외롭게 고군분투한다(Lortie, 1975). 이처럼 학교의 개인주의 문화는 교사들의 행동 양식을 더욱더 규정하고 통제하는 방식으로 작동함으로써 학교조직에 정체성을 제공해 왔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 바라본 신세대 교사들은 교직 사회화 과정에서 개인주의라는 학교조직문화의 희생양이 된다기보다 오히려 학교조직의 그러한 특징을 보다 강화하고 옹호하는 데 기여한다고 볼 수 있다. 그들은 동료교사로부터 배우기보다 웹기반의 다양한 교사커뮤니티를 통해 학습하는 데 익숙하다. 신세대 교사들의 이러한 학습 태도는 어렸을 때부터 인터넷이 주는 풍요를 누리며 자라난 세대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임흥택, 2016). 신세대 교사들은 더 이상 정보를 책에서 찾지 않으며 웹 검색을 넘어 유튜브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효과적이고도 빠르게 정보를 수집한다(임흥택, 2016).
이들은 정보를 획득하기 위해 대면적 인간관계 형성에 시간을 할애하거나, 질적으로 우수한 정보를 획득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불확실성에 근거하여 노력하는, 비효율적인 일에 시간을 쓰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은 학교 현장에서의 인간적 커뮤니티 활동에 소극적이며, 동료교사와의 관계 형성에 노력을 덜 기울인다. 신세대 교사들의 이러한 성향은 학교조직의 개인주의 문화를 오히려 더 강화시키며 관계의 커뮤니티가 주는 강점을 약화시킨다. 그러나 이러한 태도가 모든 상황에서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신세대 교사들 역시 생활지도나 진로지도, 혹은 행정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는 동료교사의 도움이 필요하며 협업이 요구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다만 그러한 일들이 지속적이며 안정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의 관계 형성 및 유지, 그 안에서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그때그때의 단발성에 의존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관계가 이루어진다는 점이 아쉬울 따름이다.
|| 신세대 교사의 수업문화: 혼자만의 개성 있는 수업에의 열중
교사에게 있어 가르치는 일은 교직을 선택하는 이유이자, 교사로서의 삶을 지속하는 힘이 된다. 그만큼 교사에게 있어 수업은 핵심 업무이자 교사로서의 정체성을 형성해주는 본질이다. 이는 신세대 교사들에게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교실에서 보이는 교수(teaching)의 힘, 그 속에서 쌓여가는 학생과의 신뢰는 교사로서의 ‘나’라는 사람, ‘나’라는 환원 불가능한 인간을 만드는 본질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신세대 교사들의 수업에 임하는 태도와 자세는 여느 세대의 교사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으며 오히려 신규교사로서의 성실과 열정, 다채로운 수업방식의 시도와 매체의 활용이 돋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신세대 교사들은 테크닉 너머의 진실한 가르침(Palmer, 1998: 47)으로 나아가고 성장하기 위한 동료교사와의 협업에 익숙하지 못하다는 아쉬움이 있다. 신세대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마치 내가 얼마나 똑똑한 교사인지를, 내가 얼마나 지식이 많은지를, 내가 얼마나 수업 준비를 충실히 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에 더 열중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동료교사와 동일한 학년을 가르치며 평가방식, 평가일정, 문항출제 등을 상의하기보다는 때로는 무리가 되더라도 전(全)반을 혼자 가르치며 전적으로 수업과 평가를 주도하기를 선호한다. 그러나 어느 순간 학생들의 냉소와 무관심 속에서 좌절하기도 하고, 때로는 가르치는 일이 더 이상 즐겁지 않게 느껴지는 경험도 하게 될 것이다. 그럴 때 나의 내면의 목소리를 듣게 해 주는 힘, 앞서 걸어온 경험 속에서 지혜를 공유하고 나를 성장시키는 힘은 같은 조직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교사와의 커뮤니티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을 깊이 새길 필요가 있다. 좋은 가르침으로 인도하는 공식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으며 전문가의 조언이라는 것도 부분적으로 도움이 될 뿐이기 때문이다(Palmer, 1998: 258).
|| 기성세대 교사의 신세대 교사를 위한 노력: 소통과 참여에의 존중
학교조직은 타조직과 다르게 여러 세대들이 공존하는 다세대 일터이면서 동시에 서로 다른 세대 간에 직급이 동일하다는 기이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만큼 세대 간의 갈등이 야기되기 쉬운 구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세대 간의 친밀성과 유대감을 끌어올리기도 쉬운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어느 조직에나 갈등은 존재한다. 적절한 수준의 갈등은 조직을 발전시키고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세대 간의 입장과 관점의 차이는 학교조직에 잔잔한 물결을 만들고 거대한 파도가 되어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시키는 충분한 힘이 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 기성세대 교사가 해야 하는 일은 신세대 교사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중요한 결정에 참여시키는 일이다. 참여는 그들이 가장 바라는 것이자 가장 얻기 힘든 것이고, 그들의 의견이 더 많이 주목될수록 그들의 책임감과 소속감은 더욱더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임흥택, 2016: 214).
<참고문헌>
박상완, 박소영(2022). 1990년대생, 교사가 되다. 서울: 학이시습.
윤소희, 유미라, 김지선, 김도기(2019). A초등학교 N세대 교사의 교직생활에 관한 질적 연구. 한국교원교육연구, 36(3), 315-341.
임흥택(2016). 90년대생이 온다. 서울: 위즈덤하우스.
Hoy, W. K., & Miskel, G. G.(2013). 교육행정 이론, 연구, 실제 9판. (오영재, 신현석, 양성관, 박종필, 가신현 역). 서울: 아카데미프레스. (역서 2013 출간)
Lortie, C. D. (1975).교직사회: 교직과 교사의 삶 2판. (진동섭 역). 경기: 양서원. (역서 2011 출간)
Palmer, P. J. (1998).가르칠 수 있는 용기. (이종인, 이은정 역). 서울: 한문화. (역서 2011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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