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문제진단

  • HOME
  • 월간 교육정책포럼
  • 월간 교육정책포럼
  • 현안문제진단

부모교육의 과제: 서로 배우며 성장하는 가정의 역할

발행일
2023.11.22
필자
김성길
소속
광운대학교 교육대학원 부모교육전공 교수


 

 


|| 들어가며

 

학교교육의 중핵에는 학생과 교사와 학부모가 존재한다. 최근 교사들의 죽음과 관련해서 학부모의 역할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학부모는 학생의 성장과 학교의 발전을 위한 지원자 역할을 할 것인가, 내 아이의 학업성취와 상급학교 진학을 추구하는 관계자 역할을 할 것인가의 극단적 대립으로까지 극화되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서 부모교육의 필요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확산되고 있다.

 

부모교육은 부모 각자의 능력과 재능과 가능성을 발견하도록 돕고, 이를 자녀의 성장과 성숙을 위해 유용하게 활용하도록 도와주는 교육이다. 부모교육은 인간의 전 생애에 걸친 부모됨을 지원하는 광의의 개념이다. 단순히 유··중등교육을 위한 학령기 자녀와의 관계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부모교육을 협소하게 바라보는 것이다.

 

부모교육은 부모로서의 역량을 함양하고, 부모 스스로 효과적으로 자녀를 대하는 양육방식을 개발·실천하며 적용하도록 도와주는 작업이다. 자녀가 독립적인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부모 스스로 역량을 발굴하고 발달시키고 발현하도록 돕는 교육이 부모교육이다. 여기에는 부모라는 존재에 대해 인식, 부모됨의 과정에 대한 이해, 이런 이해를 바탕으로 부모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고 필요한 역량을 습득하고 실천하는 내용들을 포괄한다.

 

 

|| 부모교육의 현재

 

1920년대 자모회를 중심으로 시작된 부모교육은 외국 부모교육 이론과 프로그램을 도입 소개하는 시기를 거쳐 최근에는 국가 수준에서 학부모 지원정책을 제시하여 부모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개인이나 기존 영·유아 교육기관뿐만 아니라 교육부, 교육청, 유아교육진흥원, 보건복지부 육아종합지원센터, 국무총리실 산하 육아정책연구소, 고용노동부 직장보육지원센터, 여성가족부 한국건강가정진흥원 등이 중심이 되어 부모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부모교육의 위상과 규모는 국가 차원으로 확장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부모보다는 자녀를 위한 교육에 무게가 실리는 것이 현실이다. 말하자면, 부모교육은 부모를 대상으로 학령기 자녀들의 소위 대학 진학과 직업 획득에 필요한 학업 준비와 학습 능력 향상과 관련한 부모역할 습득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 부모에 의한, 부모를 위한, 부모에 대한 부모됨의 교육이라기보다는 부모를 교육시켜 자녀의 학업 증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부모-자녀관계 차원의 접근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부모교육을 학령기 자녀를 대하는 부모역할 습득 지침으로만 이해한다면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부모역할 습득의 궁극적인 목적은 자녀의 전 생애 발달 과정 동안 양육, 보호, 훈육, 지도함으로써 부모와 자녀가 함께 성장하는 데 있다. 그러므로 부모교육은 부모와 자녀 모두들 포함하는 인간의 전 생애에 걸친 평생교육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것이다.

 

 

|| 바람직한 가정교육의 역할

 

가정은 태어나서 처음 맞이하는 가장 기본적인 사회 공동체다. 인간은 가정을 통해서 최초로 사회화를 연습한다. 자녀는 부모라는 존재를 바라보고 부모-자녀 관계를 통해서 자신을 이해한다. 가정교육이 중요한 이유는 부모와 자녀 모두가 가족관계를 기본으로 사회화를 연습하고 인간 존재로서 발달하고 성장 성숙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됨과 자녀됨을 포함한 인간발달의 개념은 개인 차원의 발달뿐만 아니라 사회 차원에서도 의미 있는 과업이다. 단순히 부모역할 습득을 넘어서서 전 생애에 걸친 인간발달 수준에서 가정교육을 다룰 필요가 있다. 가정교육은 부모와 자녀 각자가 전 생애에 걸쳐 자기 변화와 성숙을 경험하는 교육인 동시에, 부모로서의 부모됨과 자녀로서 자녀됨을 각자 배우고 실천하는 교육이다.

 

가정교육은 단순히 좋은부모와 자녀 역할을 학습하기 위한 교육이 아니다. 가정교육은 현재의 부모와 미래의 부모가 가정이라는 공간 속에서 서로 성장하고 성숙해 나가는 상생 작업이다. 부모역할을 습득하고 자녀를 양육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공간으로서의 가정을 넘어서서, 인간 존재로서 부모와 자녀 모두가 성숙한 사회인으로 성장 성숙하도록 도와주는 교육으로 확장해야 한다. 개별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을 넘어서서, 지역사회 공동체와 함께 실천하는 교육으로 확산해야 한다. 자녀의 연령에 따른 부모역할에 초점을 맞춘 교육도 진행하는 동시에, 부모와 자녀 각자의 성장을 포함하여 주변 이웃들과 더불어 경험하고 서로 나누는 교육으로 가정교육의 영역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 부모됨의 의미와 자녀 성장을 위한 부모의 자세

 

부모가 된다는 것은 인간발달 과정에서 중요한 변곡점 중 하나다. 부모는 자녀를 탄생시킨 생명의 원천이다. 자녀는 탄생 후 일정 시간 동안 부모의 도움 없이 생존하기 어렵다. 부모와 자녀는 신체적으로만이 아니라 심리적, 정서적으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부모됨은 부모와 자녀의 애착과 상호 작용을 기반으로 형성되는 기본적이며 영속적인 인간관계다.

 

개인적 측면의 부모됨은 부모-자녀 인간관계로 이해할 수 있다. 이는 강한 애착을 통해 지속된다. 애착은 즐겁고 행복한 경험뿐만 아니라 불편함과 어려움을 더불어 경험하고 견디면서 깊어진다. 사회적 측면의 부모됨은 자녀를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으로 성장하도록 지도하고 육성하는 일이다. 이 과정에서 자녀만이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부모도 인간 존재로서 성장한다. 부모됨은 부모와 자녀가 함께 성장하는 인간발달 과정이다. 그래서 부모됨은 서로 배우고 성장하는 상호작용인 것이다.

 

자녀가 없는 가정은 있을 수 있지만 부모가 없는 가정은 존재할 수 없다. 부부로 이뤄진 가정에 자녀가 출생하면 부부는 비로소 부모로서의 역할을 맞게 된다. 부모는 자녀가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때까지 보호하고 양육하고 교육하는 존재다. 부모의 역할은 장시간의 수고가 필요하며 그만큼 보람 있고 행복한 일이면서 또한 두려운 일이다. 그런 측면에서, 부모됨의 의미와 건강한 부모역할은 무엇이고 자녀를 어떻게 양육하는 것이 바람직한 자세인가에 대해 부모 스스로 성찰하고 배우는 작업이 절실하다.

 

부모는 자녀에게 본보기가 되는 살아 숨쉬는 사람책이다. 자녀는 부모를 통해 바람직한 삶에 대해 학습하고, 이를 바탕으로 타인과 소통하고 타인을 존중하며 세상과 맞닥뜨리며 살아간다. 부모와 자녀는 함께 배우고 경험을 공유하며 살아가는 삶의 동행이다. 부모와 자녀 관계의 핵심은 지식의 전달이나 행동의 수정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와 마음가짐의 공감과 공유다. 단순한 지식 습득이나 정해진 정답 찾기보다는 건전한 태도 함양과 자기만의 해답 찾기의 기회 제공이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부모는 인내를 온전히 이루는 존재임에 틀림없다. 비록 답답하더라도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앞으로의 부모교육은 이런 연단과 단련을 반복해서 루틴화할 수 있도록 모든 이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확산할 필요가 있다.

 

 

|| 나오며: 부모교육의 미래와 과제

 

지금까지 부모교육은 주로 학교 공간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학교교육과 맞물려서 학교에서 학부모를 대상으로 부모교육이 진행되었다. 이로 인해 학령기 자녀를 양육하고 훈육하기 위한 부모역할 습득으로 내용이 구성될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의 부모교육은 인간의 전 생애적인 배움 과정이어야 한다. 부모교육은 평생에 걸친 전 생애 인간발달 과정과 맞물려 있다. 임신과 출산과 동시에 시작되는 가정교육, 학령기 학교교육, 성인기 계속교육으로 이어지는 과정 속에서, 각 시기별로 인성교육, 연애 및 부부교육, 예비 부모교육, 학령기 부모교육, 자녀 출가 이후 부부교육 등의 내용들을 학교급별 교육과정에 정례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하나의 단초를 제공하는 동시에, 부모 스스로 내가 이렇게까지 이타적일 수 있는 괜찮은 사람이라는 자존감의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인간의 삶(人生)은 각자가 자신의 걸음으로 경험하고 성취하는 발자취의 과정이며 그 결과다. 그래서 인생은 삶살이다. 각자가 삶의 값을 치르도록 되어 있다. 그 누구도 대신 살아줄 수 없고 살아낼 수도 없고 살아갈 수도 없는 것이 인간의 삶이다. 아이를 키우는 데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 그 속에서 자녀는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배우며 커간다. 이 땅의 모든 부모들이 스스로 당신의 뒷모습은 안녕하신지?” 질문을 던져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참고자료>

강대중, 김기수, 김봉재, 김승보, 김은정, 김장중, 김현정, 오재길, 윤혜순, 이종각, 황성희(2022). 대한민국 학부모. 서울: 학이시습.

교육부(2022). 5차 평생교육진흥기본계획(’23~’27): 평생학습진흥방안.

김성길(2023). 평생배움논쟁: 배움의 루틴. 서울: 책과 공간.

박진경(2020). 부모교육의 현황과 방향. 통합연구, 22(1), 27-51.

윤민주, 전하람(2023). 평생교육 연구에서의 삶의 질 개념 활용에 관한 문헌 고찰. 인문사회21, 14(1), 3287-3302.

정민승(2022). ‘부모역할에서 부모되기: 부모교육론 재구성을 위한 페미니즘적 탐색. 평생학습사회, 18(3), 55-76.

최항석, 김성길(2022). 평생교육기반 공동체 구축을 위한 역량함양 연구. Andragogy Today, 25(1), 83-102.

한준상(1999). 호모 에루디티오. 서울: 학지사.



원고는 집필자의 전문적 시각으로 작성된 것으로 

교육정책네트워크 및 한국교육개발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04.png

김성길 교수는 연세대학교 대학원 교육학과에서 교육학석사와 교육학박사를 취득했으며, 현재 광운대학교 교육대학원 원장과 참빛인재대학 설립추진위원회 위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배움학, 부모교육, 다문화·다양성교육, 평생교육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한국성인교육학회 수석부회장, 한국미래교육학회 편집위원장 등을 역임하였다.

필자
김성길
소속
광운대학교 교육대학원 부모교육전공 교수
발행일
2023.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