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의 교육분야 대국민 의견수렴 사례

최근 핀란드는 2030년을 목표로 고등교육 및 연구 발전을 도모하기 위하여 교육 전반에 걸친 의견수렴 과정을 진행 중이다. 이는 교육문화부(Opetus-ja kulttuuriministeriö, OKM)가 2017년 10월부터 착수한 ‘교육정책 보고서(koulutuspoliittisen selonteon) 2030’라는 중장기 교육정책 수립 과정의 일부이다. 다방면에 걸친 의견수렴을 위하여 온라인 설문조사, 공청회, 세미나, 워크숍 등을 진행하며, 행사 이후 관련 문서와 녹화 자료를 웹사이트에 등록하는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하고 있다. 이에 본 기사는 최근 국민의 의견을 수렴한 후 이를 반영하여 정책 실행을 앞둔 ‘의무교육 연장’ 사례를 알아보고자 한다.

1. 핀란드의 교육분야 대국민 의견수렴 현황: 교육정책 보고서 2030

앞서 언급한 ‘교육정책 보고서’ 초안의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 단계로 교육문화부는 2020년 1월 17일부터 2월 14일까지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교육문화부는 설문조사 이후 각 주제를 세분화하여 세미나를 개최함으로써 의견수렴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OKM, 2020, Jan. 17). 현재 진행 중인 온라인 설문조사는 교육문화부 웹사이트를 통해 학생, 학부모, 교육 분야 종사자를 비롯한 모든 국민이 참여할 수 있다. 설문 양식은 공용어인 핀란드어와 스웨덴어뿐만 아니라 영어로도 제공하여 참여 대상을 핀란드 거주자 전체로 확대하려는 노력을 보였다.

설문에 사용된 질문 방식은 다양하다. 주관식 문항은 응답자가 의견을 자유롭게 작성할 수 있게 하였으며, 응답자의 기입에 도움이 되도록 주제에 대한 주요 내용을 함께 실어두었다. 제시된 주제 중 하나는 복지와 통합에 관한 것이었는데 이는 ‘교육정책 보고서 2020’의 시작점에서 학생 대표가 교육부 장관과의 회의에서 강조했던 것을 반영한 것이다(OKM, 2019, Oct. 24). 온라인 설문조사 중인 4가지 주제는 아래와 같다.

▶ 모든 학교 급에서 교육 수준과 능력 향상, 교육 격차 감소, 교육 평등 상승

▶ 어린이와 젊은이의 복지 성취

▶ 교육과 트레이닝을 통한 성 평등과 차별 없는 사회 증진

▶ 핀란드가 국제적으로 학습, 연구, 투자에 매력적인 곳이 되는 것

또한, 설문 문항 중에는 기존의 관련 자료 중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순서대로 나열하게 한 것도 있다. 이는 국민이 교육분야에서 중요시하는 가치의 우선순위를 파악하기 위함이다.

온라인 외에 현장(on-site)에서도 의견수렴이 이루어진다. 그중 하나로 매해 1월 헬싱키(Helsinki)에서 개최되는 북유럽 최대 규모의 교육박람회인 EDUCA에 교육문화부 장관이 참여하여 ‘교육정책 보고서’를 발표하고, 대중의 질문에 답하는 시간을 가지는 등 열린 토론이 진행된다. 또한, 교육문화부 장관은 학교를 방문하며 교육 현장의 상황을 듣고, 교육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들에 관한 토론을 한다.

이렇게 오프라인으로 이루어지는 세미나, 워크숍, 현장 방문에 관한 자료는 교육문화부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트위터에서는 ‘#koulutusselonteko2020(교육보고서2020)’이라는 해시태그를 통해 추가되는 진행 상황을 게시하여 국민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며 소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2. 대국민 의견수렴을 통한 교육정책 수립 사례: 의무교육 연장

최근 몇 년간 핀란드 교육에서 활발하게 논의되었던 쟁점 중 하나는 ‘의무교육 연장(Oppivelvollisuuden laajentaminen)’이다. ‘의무교육 연장’의 내용은 초등교육과 기본중등교육을 담당하는 종합학교(comprehensive school)까지 해당되었던 의무교육을 2021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로 1년 연장하는 것이다. 이는 국가 역량 수준의 하락을 막고, 모든 국민이 상급중등교육까지 마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의무교육 연장’은 고등학교 교육의 완전 무상화와 맞물려있기 때문에 대대적인 변화를 필요로 한다. 현재 의무교육인 종합학교까지는 완전 무상교육을 시행하고 있지만 고등학교부터는 수업료와 급식비를 제외한 학습 준비물과 직업훈련에 필요한 도구를 학생이 직접 구비해야 했기 때문이다.

의견수렴의 일환으로 2주간 온라인 설문이 이루어졌고, 핀란드의 남부, 북부, 서부에 위치한 도시 헬싱키(Helsinki), 오울루(Oulu), 유바스큘라(Jyvaskyla)에서 4회에 걸친 워크숍이 진행됐다. 피드백은 ‘의무교육 연장’의 초안을 토대로 진행되었다. 공개된 초안은 6페이지에 걸쳐 ‘의무교육 연장’의 시작점과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담고 있다(Opetus-ja kulttuuriministeriö, 2019, Nov. 28). 교육문화부는 설문의 목적을 총 세 가지로 명시하고 있다. 첫째는 초안에 대한 피드백(feedback)을 받고, 이후 준비 과정을 돕기 위함이며, 둘째로 ‘의무교육 연장’의 수립 과정에 다양한 계층의 참여 기회를 늘리고, 마지막으로 협력과 상호작용을 강화하고 준비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의무교육 연장’의 초안에 대하여 온라인 설문에는 총 1,159명이 참여했으며, 4회에 걸친 공청회에는 469명이 참여했다. 대부분의 응답자는 ‘의무교육 연장’의 몇몇 요소에 걱정을 드러냈지만 개혁을 환영했다. 하지만 응답자 중 약 1/5은 매우 비판적인 의견을 보였다. 응답자가 주로 우려한 부분은 학생이 고등학교 1학년까지 학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책임지는 것과 관련하여 지방자치단체와 학교 간 분담을 어떻게 나눌지에 대한 것이었다. 또한, 충분한 자원의 필요성, 계획과 실현화의 간극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실질적인 문제에 관한 걱정, 공평성 실현의 요구 등의 의견도 있었다. 그리고 대대적인 개혁인 만큼 충분한 의사소통의 필요성에 관한 의견도 제기되었다. 피드백을 통해 주목하게 된 부분은 고등교육을 놓칠 위험이 있는 학생에게 집중하여 학업 중단 예방에 힘써야 하는 사실이었다.

이에 ‘의무교육 연장’ 프로젝트를 주관한 교육문화부의 아니따 레히꼬이넨(Anita Lehikoinen)은 의견수렴 과정을 통해 얻은 다양한 의견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이러한 피드백으로 ‘의무교육 연장’ 추진 과정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OKM, 2020, Jan. 24).

위의 <표>와 같이 교육문화부는 국민 의견수렴 이후 ‘의무교육 연장’의 새로운 내용을 발표하였는데, 국민의 피드백이 반영된 부분을 확인할 수 있다. 추가된 내용은 학업을 지속하지 못할 위험이 있는 학생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 이민자 통합을 위한 교육 내용이다. 그리고 학생이 상급 중등교육에 진학할 수 있도록 하는 책임 주체가 지방자치단체로 분명하게 명시되었다.

이후 교육문화부는 ‘의무교육 연장’에 관한 질의응답을 작성하여 웹사이트에 공개했다. 총 18개의 질문에 대한 응답이며, 설문 참여자가 많이 언급한 지방자치단체와 학교 간의 책임 분담, 예산, 위기 학생, 실행에 대한 내용이다. 해당 질의응답에는 초안의 내용과 피드백 이후 개정된 내용이 모두 포함되어있다. 이는 국민과의 소통을 증진시키기 위하여 국민이 궁금해 하는 내용에 대한 명확한 답을 쉽게 확인하기 위한 조치이며, 또한 진행 상황을 계속 갱신하며 꾸준히 소통하기 위함이다.

3. 특징과 시사점

핀란드에서는 온라인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직접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받은 피드백을 세밀히 교육정책에 반영하고 있다. 정책 수립 이전에 교육의 주체인 학생의 목소리를 담아 집중해야 할 주제를 정하기도 하며, 더 많은 목소리를 듣기 위해 모국어뿐만 아니라 외국어로 설문양식을 제공하기도 한다. 설문조사, 공청회, 세미나 등이 온·오프라인으로 개최되고, 장관 등 전문가가 직접 나서 질문에 대한 답을 하거나 온라인 질의응답을 통해 국민이 궁금해 하는 질문에 명확한 답변을 제공한다. 이와 같은 의견수렴을 통한 교육정책 수립은 초안 작성에서 실제 시행까지 시간적 여유를 갖고 세심하게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본 기사에서 사례로 들었던 ‘교육정책 보고서 2030’ 수립과 ‘의무교육 연장’ 모두 수 년 이상의 시간을 갖고 의사결정을 서두르지 않으며 나아가고 있었다.

핀란드는 의견수렴 방식을 성공적으로 디지털화했다. 설문 목적에 맞게 일방향으로 의견을 낼 수 있도록 설계하거나, 아이디어 발전을 위해서는 참가자끼리 서로 코멘트를 달며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플랫폼인 ‘아이디어 팩토리(Idea Factory)’를 사용하기도 한다. 또한, 정부차원에서 참여자 개인이 개진한 의견이 의미 있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노력을 하는데, 실제로 교육문화부에서 교육과정 개정이나 교사교육 개혁 당시 국민이 제출한 모든 피드백에 답변을 한 사례가 있다. 이처럼 국민의 의견에 직간접적으로 답을 하거나, 교육문화부 웹사이트에서 진행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국민이 정책 도입 과정에서 주인의식을 갖고 참여할 수 있게 했다. ‘의무교육 연장’의 의견수렴 사례는 교육문화부가 명시한 설문의 목적인 상호작용과 협력의 증진과 투명한 과정 공개를 확실하게 실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처럼 핀란드 교육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열린 의견 개진의 기회, 그리고 그에 맞는 피드백이 상호작용하며 만들어지고 있다.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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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petus-ja kulttuuriministeriö(2020, January 24). Oppivelvollisuuden laajentamisen valmistelu etenee. Retrieved February 5, 2020, from https://minedu.fi/artikkeli/-/asset_publisher/oppivelvollisuuden-laajentamisen-valmistelu-etenee

※ 기획기사는 참고문헌을 요약·정리하여 작성되며, 교육정책네트워크, 한국교육개발원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