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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 발행일
- 2020.02.20
- 필자
- 한희경
- 소속
- 세종특별자치시교육원 교육정책연구소 교육연구사
디지털 미디어 이용의 사회적 의미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등장하면서 학교교육 영역 내에서만 교육을 논하기 어려워졌다. 세계 각국은 학습자를 둘러싼 새로운 인지적, 정서적, 사회적 영역의 빠른 변화에 대응하여 미래학교 체제를 정비하고 미래교육의 지향 원리에 부합하는 교육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계보경 외, 2011). Don Tapscott는 미래학습자를 ‘넷 세대(Net Generation)’라고 지칭하고 그 특징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그들은 선택과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고, 개인 미디어를 자신의 취향에 맞추어 변경하고 새로운 콘텐츠를 창조하는 것을 선호하며, 놀이와 학습을 구분 짓지 않는다. 인터넷 상에서 자신들에게 필요한 협업 커뮤니티를 스스로 구성하여 원하는 결과물을 산출하는 방식으로 학습한다. 아울러 TV와 같은 일방향의 매체보다 컴퓨터와 인터넷 같은 양방향의 상호방식을 선호하고 동시에 여러 개 채널을 다룰 줄 알고, 그 속에서 1:1 보다 1:N으로 상호작용하며 빠른 속도로 정보와 콘텐츠를 생산·수집하는 멀티태스킹 능력을 보여준다.’
지식을 습득하는 통로가 교과서와 학교교육의 경계 안에서 통제되고 관리되는 시대는 지났다. 새로운 학습방식을 선호하는 학생들을 위해 학습의 도구로서 또는 학습의 대상으로서 디지털 미디어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의 문제는 가정과 학교, 사회 전반에서 다양한 도전적 문제를 던져주고 있다.
학부모들은 자녀가 다니는 학교가 스마트폰 청정구역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하곤 하지만(매일일보, 2019), 일상의 삶을 돌아보면, 오늘날 어린이들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 ‘지루하다’는 것이 ‘미디어를 사용한다.’는 것으로 연결되는 상황에서 성장한다고 한다(문혜성, 2018). 부모들은 아이들이 지루함을 느낄 때 창의적인 과정을 찾아내도록 기다리기보다는 미디어와 ‘놀도록’ 한다는 것이다.
한편, 사회적으로 가짜 뉴스를 둘러싸고 매일 같이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무엇을 믿을 것인가?’ 혹은 ‘어떤 정보를 선택할 것인가?’를 두고 고민해야 하고, 사이버 불링, 게임·스마트폰 과의존 문제 또한 청소년들 사이에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여러분이 달에 갈 수 있게 된다면 개인적으로 그곳에 가져가고 싶은 물건 3가지를 선택해보라”라는 질문에 학생들은 여지없이 스마트폰을 그중 하나로 선택하더라는 어느 교사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만큼 오늘날 스마트폰은 Hall(1970)이 말하는 사회적 신체라 불릴 만큼 한 개인의 인지, 경험, 행동, 의사소통 모든 상황을 연결하는 공동 영역, 플랫폼으로 작용하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의 삶은 우리를 둘러싼 미디어 환경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미디어가 우리 삶과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는지, 그것의 사회적 의미를 깊게 접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 특히 우리 사회에는 청소년들의 디지털 미디어 활용 경험이 개별화되고 다양화되면서 미디어 이용자 개인이 향유하는 문화를 점점 사적인 영역으로 치부한다거나, 그것의 활용에서 나타나는 부정적 경험의 책임을 개인의 조절 능력이나 역량 부족으로만 돌리는 시선도 적지 않다.
4차 산업혁명이 사회 구성원 공동의 행복을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기술적 창의성만큼이나 사회적 창의성을 촉진하는 원리가 필요하고, 이는 미래세대를 양성하는 교육의 영역에서 우선적으로 실현할 과제이다(이종관, 2017). 그것에 도달하는 중요한 영역 중의 하나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있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이 디지털 미디어를 다루는 문제에서 발생하는 갈등이나 인식차이는 기존의 통제나 지나친 보호주의적 관점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는 데 한계가 있다. 무엇을 활용하든지 그것을 바람직하게 사용하려면, 사용자 스스로 이용의 의미를 알고 그 가치를 창의적으로 확장해 나가는 방법을 익힐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고, 그것을 제공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교육기회의 평등한 제공으로 교육격차를 줄인다는 측면에서도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학교교육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
학교교육에서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과제와 활성화 방안
디지털 환경에서 보다 건강한 시민으로 자라려면, 단순히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는 능력을 넘어서서 디지털 공간에서 주류 미디어가 사회적 소수자들을 어떻게 왜곡하고 재현하는지 비판할 줄도 알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창출하고 공유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나아가 개인의 창의성을 발휘하여 사이버 공간에서 자신을 표현하고 그 문화를 향유하는 능력 또한 지식정보사회를 살아가는 데 중요한 역량 중의 하나일 것이다.
유네스코는 21세기 학습에서 중요한 학습역량으로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를 언급하고(Scott, 2015), 캐나다, 핀란드, 프랑스, 뉴질랜드 등은 미디어 리터러시를 국가수준교육과정 문서에서 중요한 핵심역량으로 적시하기도 한다. 코딩교육도 일부 교과만이 아니라 비판적 이해와 연계하여 다양한 과목에서 접근한다. 전반적으로 학교교육과정에서 관련 역량 함양을 위한 수업을 보다 적극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노은희 외, 2018).
우리나라는 교육부가 2015 개정교육과정에 지식정보처리역량을 핵심역량의 하나로 상정하고 관련 역량을 활성화하기 위하여 2018년부터 중학교에는 정보교과를 필수과목으로 지정하고, 2019년부터는 초등학교에 소프트웨어교육을 의무화하였다. 또한 인성교육 5개년 계획(2016-2020)의 중점 과제로 ‘미디어에 대한 비판적 이해 능력 함양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교육부, 2016).
그런데 우리나라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정책적 차원에서 연구·선도학교 중심으로 추진하는 경향이 강하고 학교교육과정과 긴밀히 연관되어 지속적으로 운영되지 못하다는 문제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그리하여 실제 학교현장에서 디지털·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어떻게 인식하고 다루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2019년 5월 27일부터 6월 5일까지 세종시 초·중·고등학교 학생(441명)과 교원(30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주로 학생과 교원의 디지털 미디어의 활용양상, 디지털·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실태, 활성화 방안 등을 알아보았다(한희경, 2019). 그 결과 학교교육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활성화하는 방법을 찾는데 몇 가지 의미 있는 과제들을 추출할 수 있었다.
첫째, 학생과 교원의 디지털 미디어 활용 양상을 살펴보면, 학생들이 하루 평균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미디어는 유튜브, 게임, 소셜미디어 순으로 나타났다. 성별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는 않았으나, 소셜미디어 이용의 경우는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전환되는 시기에 급격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생이 하루 평균 0.7시간, 중학생은 1.4시간, 고등학생은 1.7시간으로 나타났다. 이 시기에 소셜미디어 공간에서 사이버 불링과 같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집중적으로 교육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은 왜 유튜브에 열광하는가? 학생과의 심층 면담을 통해, ‘정보전달의 간편성과 파급력, 익명성, 간편한 인터넷 계정의 설정으로 실패를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비교적 손쉽게 얻을 수 있다는 점’등이 학생들이 온라인 공간에서 오프라인 공간과는 다른 방식으로 공감과 인정 욕구를 채워나가는 요인으로 작동함을 알 수 있었다. 디지털 기기 과몰입 치유 프로그램에서 과몰입 증상을 완화하는 프로그램과 더불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건강한 사회적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사회성 프로그램을 현재보다 다각도로 적용하여 지원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의 온라인 공간의 활용 목적을 조사한 결과, 주로 연예·오락·팬클럽(34%), 취미·스포츠(31%)등에 대부분 집중되어 있었다. 반면, 교원은 학습·교육정보(33%), 취미·스포츠(26.6%), 친목·동아리(16%) 등의 순으로 활용 목적이 분산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교사와 학생이 디지털 미디어를 플랫폼으로 활용해서, 소통이나 학습 연계 활동을 활발히 구현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을 반증한다. 사례조사와 전문가 면담을 통해 온라인 플랫폼은 학습과정에서 학생참여를 효과적으로 이끌어내며 학습자 개인의 학습경험을 축적하여 개별화 지도를 가능하게 하는 유효한 도구가 됨을 알 수 있었다. 디지털·미디어 리터러시는 기기와 사람, 사람과 사람의 인터랙션 과정에서 길러질 수 있다. 따라서 학습설계에서 의사소통능력을 기를 수 있는 플랫폼 기반 구축은 매우 중요하다. 최근에는 교사들이 학습설계 단계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간편한 오픈 툴이 많다는 것을 알고, 연구 이후 인문·사회 과목의 교사들을 대상으로 디지털·미디어 리터러시 툴 연수를 제안하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
둘째, 학생과 교원의 디지털·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경험을 조사한 결과, 디지털·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가장 적합한 과목을 묻는 질문에 초등학생은 체육(30%)을 가장 많이 선택한 반면, 초등교원은 사회, 실과, 컴퓨터, 창체 등을 분산하여 선택하였고, 체육을 선택한 교사는 0%였다. 이 문제를 놓고 교사가 학생들과 소통하려면 학생들의 디지털 미디어 활용문화에 대한 이해가 선결되어야 하고, 나아가 학생들이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습득하는 코드(동작)를 어떻게 학습활동으로 창의적으로 전환할 수 있을지 전략 마련이 필요함을 알 수 있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경우는 학생과 교사의 과목 선택 경향이 거의 일치하는데, 컴퓨터/정보과목(중(39%), 고(34%))에 집중된 경향을 보였다. 이를 통해 초등학교에서 중·고등학교로 전환되면서 교원과 학생들은 디지털·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필수교과로 지정된 정보교과와 같은 일부교과에서 다루어야 한다는 인식이 뚜렷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인식은 학습경험으로도 이어져, 학생과 교원 모두 디지털 미디어(기기)에 접근하는 역량에 비해 정보의 진위를 파악하고 콘텐츠를 창의적으로 생산하여 공유하는 사회적 참여 역량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디어 리터러시 하위 역량(접근역량, 비판적 이해 역량, 사회적 참여역량)의 균형 있는 개발은 중요한 과제이며, 상위 학년으로 갈수록 특정교과 중심이 아닌 인공지능이나 로봇이 대신할 수 없는 창의적 문제해결, 의사소통능력을 기반으로 한 수업을 다양한 교과에서 통합적으로 접근하는 학교교육과정 운영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학교교육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활성화하는 조건으로 교원들은 환경구축>학생 디지털 활용문화 이해·전문성 향상>교수학습자료 개발>툴 연수>지나친 염려해소>학교교육지침마련 순으로 중요하다고 제시하였다. 특히 환경구축에 하드웨어 측면(새로운 기기도입의 활용성에 대한 교사의견수용, 1인 1패드 제공 등)도 중요하지만, 학교수업에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교육용 통합 어플 제공, 학교도메인 활용절차의 간소화, 무선인터넷망 활용의 안전성 등) 도입과정이 이전보다 허용적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였다. 그밖에 수업방법에 관한 연수(영상언어분석법, 노트북·패드를 활용한 수업전략, 코딩·SW 연수만이 아닌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연수, 학생눈높이에 맞춘 미디어활용법 등)를 제공받고 싶어 했다. 그밖에 학교교육지침 마련에서는 디지털 콘텐츠 생산이나 융합교과로 접근하는 교과에 관한 시간 확보와 교과별 읽기자료와 미디어를 연계한 온·오프라인 연계형 자료 개발 등을 요구하였다.
디지털·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학교교육 도입은 교수·학습과정, 기술행정지원조직체계의 마련,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 간의 커뮤니케이션 구조 변화에 대한 이해, 교육공동체의 자율적 이행 등과 같은 다양한 요소들이 어우러지는 복합적인 혁신과정을 요구한다. 학교단위에서 이를 기꺼이 하고 싶도록 제도적 뒷받침과 정책적 지원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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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원고는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실태분석과 교육과정 연계방안(한희경, 2019)’ 일부를 발췌하여 요약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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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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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은희·신호재·이재진·정현진(2018). 교과 교육에서의 디지털 리터러시의 교육 실태 분석 및 개선 방안 연구.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매일일보(2019.6.20.), 세종시 스마트폰으로부터 우리 아이를 구하라 http://m.nspna.com/news/?mode=view&newsid=316602
문혜성(2018). 스마트사회의 미디어교육학. 학지사.
이종관(2017). 포스트휴먼이 온다. 사월의 책.
한희경(2019).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실태 분석과 교육과정 연계 방안. 세종특별자치시교육원 교육정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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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C. L.(2015). The Futures of learning 2: What kind of learning for the 21st century? Education Research and Foresight Working Paper Series, 14, UNESCO Education Research and Foresight. Retrieved 19, January, 2018, from http://unesdoc.unesco.org/images/0024/002429/242996E.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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