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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국의 초·중등학교 내 성 평등 교육 정책 사례

발행일
2018.06.22
필자
권지혜
소속
미국 인디애나대학교 박사과정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미투(MeToo) 운동은 한국 교육계에도 영향을 미쳐, ·중등학교 내의 많은 성 문제가 사회적으로 드러나게 되었다. 이에 한국교육계에서는 이러한 문제들을 예방하고 해결하기 위한 변화들이 요구된다. 본문에서는 상대적으로 더욱 체계적이고 다양한 방식의 성교육과정들이 운영되고 있는 미국의 사례들을 소개하고 이를 통해 한국의 성교육 정책에 대한 시사점들을 도출하고자 한다.

 

 

미국의 성교육 제도와 주요 형태

 

미국에서는 1970년대부터 청소년의 임신 및 에이즈 감염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면서 중등학교에서 성교육이 시행되기 시작하였다. 2014년에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뉴욕대학교(New York University)Planned Parent Hood 기관에서 실시된 설문조사에 의하면 93%의 학부모가 중학교에서부터 성교육을 시행하기를 희망하며, 96%의 학부모가 고등학교 교육부터의 성교육을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Planned Parental Hood, 2014). 미국의 성교육 프로그램은 주와 지역구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현재 24개 주에서 성교육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34개 주에서 에이즈 예방 프로그램을 의무실시하고 있다(Guttmacher Institute, 2018). 그 외 주에서는 법적으로 의무화가 되어 있지 않지만, 대부분의 주에서 각기 다른 형태로 성교육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미국의 성교육은 대개 두 가지 형태로 분류되는데, 첫째는 결혼 전에는 성관계를 가지지 않도록 가르치는 방식의 성교육이며, 두 번째는 피임 방법 등의 내용을 포함한 일반적인 성교육이다. 첫 번째 방식은 다소 고전적인 방식의 성교육으로, 학생에게 결혼 전에 성관계를 가지지 않을 것을 가르치며, 피임 방법 및 안전한 성관계 등은 교육하지 않는다.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방식은 실제 학생들의 에이즈 발병 또는 청소년들의 계획되지 않은 임신 등에 도움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더욱 포괄적인 성교육 프로그램들이 시행되어 왔으며, 특히 초·중등학교에서도 크게 확산된 미투 운동으로 인해 정부의 교육정책 및 올바른 성교육과정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증가하였다. 미국 정부는 모든 학교가 성추행 및 성폭행 사건을 감시하고 사건 발생 시 즉시 조치를 취하고 추후 사건을 예방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할 것을 법적으로 의무화하고 있다. 또한 사건 발생 시 거쳐야 하는 학생, 교사 면담 등 구체적인 사건 처리 과정을 개별 학교 내에서 정립하고 있어야 한다.

 

법적으로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학교 밖에서 발생하는 사건들도 사건의 해결을 위해 각 학교들이 경찰과 함께 일하는 사례를 흔히 볼 수 있다. 만약 성관련 사건을 신고한 후에 학생과 학부모가 학교의 대응에 만족하지 못한 경우, 미국 정부에 신고할 수 있다. 그러한 경우 미 교육부는 해당학교에 대한 조사를 하게 되는데, 2017년에는 2014년에 비해 그 조사 횟수가 5배로 증가하였다(National Public Radio, 2017). 한 예로 2015년에 조지아 주의 그위닛(Gwinnett)지역구 내의 한 학교는 학생의 신고에 의해 학교 내 성범죄 관련 미국 교육부의 조사를 받았다. 피해자로 알려진 학생은 학교의 보안요원이 성범죄 사건 당시 무슨 옷을 입고 있었는지, 왜 부모에게 바로 알리지 않았는지, 학생이 그러한 행위를 진짜로 원하지 않았는지, 소리를 질렀는지 등에 대해 추궁하였다고 하였다. 이러한 사례는 학교 측이 가해자 중심의 대응방식을 취함으로써 성범죄 발생 시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줄 수 있는 미숙한 대응방식의 예를 보여준다. 미 교육부에 의한 조사를 받게 되는 학교는 전반적인 학교평판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또한 조사결과 해당 학교가 사건에 즉시 대응하지 않았거나 부적절하게 접근하여 관련 법 조항을 위반한 것이 드러났을 경우, 정부의 재정지원 축소 등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EdSource, 2016).

 

 

캘리포니아 주의 주요 사례

 

미투 운동은 주 정부 및 많은 지역구 내에서도 피임법, 에이즈 등의 기존 성교육 프로그램내용에 건강한 관계(healthy relationship)에 관한 내용을 추가하기 시작한 계기가 되었다. 그중에서도 캘리포니아 주는 새로운 법안 통과를 통해 주내의 학생 성범죄 예방을 도모하고 각 지역구에서도 더욱 구체적인 방법으로 성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도록 하였다. 20161월부터 캘리포니아의 모든 중·고등학교에 성추행예방교육 실시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통과되었다. 그러한 교육과정은 단순히 성추행이 잘못된 것이라는 내용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내재되어 있는 남녀불평등 및 성 평등 개념에 교육과정도 포함한다(EdSource, 2016). 이러한 교육이 특히 중요한 이유는 성인이 되기 전에 학생에게 올바른 성 평등 개념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교육은 대학 내의 성추행 및 성폭행 범죄를 줄이는 데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으로 기대된다. 교육과정에서는 보편적으로 알려진 성범죄인 신체접촉, 성추행 및 강간뿐만 아니라, 외모와 관련된 언행 및 행동, 성에 관련된 사진 및 영상을 보여주는 것, 강제로 성에 관련된 행위를 하게끔 하는 것 등 성추행으로 간주할 수 있는 세부적인 내용을 포함한다.

 

2017년 캘리포니아 주의 오클랜드 지역구에서 개발 및 실시된 성추행 및 성폭행 예방교육은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았다(National Public Radio, 2017). 새로운 예방교육실시 이전에 오클랜드 지역구에서는 오직 한 명의 직원이 대략 36,000명의 학생이 있는 지역구 내의 모든 성추행 및 성폭행사건을 담당하고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프로그램은 각 학교당 한 명의 직원을 지정해 학교 내의 성관련 문제를 담당하도록 하였다. 해당 직원은 사건 발생 시 해당 학생, 학부모, 및 교사들에게 직접 필요한 정보와 도움을 제공하고 사건의 초기부터 마무리까지 필요한 과정을 담당한다. 주목할 점으로는 지역구 내의 한 고등학교 학생이 새로운 프로그램 개발에 직접 참여하였고, 또한 여학생의 인권과 관련한 시민단체(Alliance for Girls)가 학교의 프로그램 개발에 도움을 주었다는 것이다. 고등학교 4학년인 한 여학생은 초등학교 시절 많은 초등학생 남학생들이 여학생들의 엉덩이를 때리려고 하는 전통(Slap Ass Friday)에서 학내 성추행 문제를 생각해보게 되었다고 했다. 그 당시 여학생들은 그러한 남학생들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벽에 붙이고 있었고, 본인도 남학생들이 자신의 엉덩이를 친 경험이 있다고 하였다. 이에 그녀는 자신이 다니는 오클랜드 고등학교의 한 수학교사에게 학교 내 성추행 문제와 그 예방법에 대해 자주 대화를 나눴고 그 교사는 실제로 학교 내의 여러 성추행 사건들을 해결하였다. 하지만 수년간 수많은 사건에 도움을 주고 해결을 위해 노력한 그 교사는 결국 지나친 업무강도에 다른 지역구 내의 학교로 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는 교사가 수업 이외에 그러한 사건까지 직접 담당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굉장히 버겁다고 인터뷰하였다. 이러한 사례는 성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있어서 학생의 의견반영의 중요성 그리고 교사의 도움뿐 아니라 학교 내 또는 지역구 내의 성추행 예방 및 해결 관련 전문가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캘리포니아 주의 또 다른 지역구인 산타바바라(Santa Barbara)에서는 2018년부터 더욱 안전한 학교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몇몇 성교육 정책을 개발, 시행하였다. 먼저 보다 전문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교사, 성교육 및 성추행 관련 전문 직원, 학생, 학부모, 행정직원 등으로 구성된 학교 내 성범죄 예방위원회가 구성되었다. 해당 위원회는 범죄신고 및 대응 방식, 학생뿐만 아니라 지역구 사회의 모든 구성원에 대한 성교육, 그리고 캘리포니아 주의 성교육 관련 정책전문가와의 소통 개선을 목표로 출범되었다. 앞으로 이루어질 위원회의 권고사항들과 사건처리 경험 등을 통해서 지역구는 학생 성범죄 사건 신고 시스템을 단순화하여 지역구 또는 법원에 사건이 전달되는 소요시간을 축소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학부모를 위해서 성범죄 예방 관련 자료를 접하고 그에 관해 배울 수 있는 온라인 사이트를 개설하여 사건 발생 시 학부모가 자녀와 어떻게 대화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교육자료 제공과 더불어 지역구에서는 학부모가 평소에 전반적인 성 평등 의식, 다양한 문화 및 그에 대한 존중, 합의된 행위의 중요성 등에 대해 자녀와 계속해서 대화하도록 권장한다.

 

 

시사점

 

미국의 성추행 및 성교육 예방 교육정책의 변화는 한국의 초·중등교육과정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첫째, 학생을 위한 성교육은 임신 및 피임 등의 기본적인 교육과정뿐만 아니라 학내 성추행 및 성폭행 예방을 위한 보다 구체적인 교육과정이 요구된다. 학생들에게 성추행에 대한 구체적인 개념 및 성범죄의 심각성을 일깨워주어 학생들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사고방식과 행동의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 또한 사건 발생 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 및 도움을 요청하는 방법 등에 대해 교육하여 피해 학생들이 즉각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중등교육과정에서 학생들에게 성범죄 대처법과 더불어 올바른 성 평등 개념을 정립해주어야 한다. 성범죄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반을 지배하는 남녀불평등이라는 사회문제에서 기인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학생에게 실제적으로 성 평등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이러한 교육은 학생들이 성인이 된 이후의 사고방식에도 영향을 주어 사회 전반의 성 평등 촉진 및 성관련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셋째, 전반적인 성교육과정 개발에 학생들 특히 피해 학생들의 의견 반영이 요구된다. 앞서 소개된 오클랜드 지역구의 예시는 학교가 학생의 의견을 존중하고 실제로 이들의 의견을 새로운 정책에 반영한 성공적인 프로그램개발 및 실시 사례를 보여주었다. 실제 성추행 및 성폭행을 겪은 피해 학생을 위해 학교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가해 학생에게는 어떠한 처벌 및 관리가 필요한지 등에 대한 의견이 성교육프로그램에 반영되어야 한다. 그래야 피상적 도움이 아닌 보다 실제적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는 한국과 미국 모두에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는 성추행 사건 조사과정 내의 2차 피해를 예방하는 데에 도움을 줄 것이다.

 

마지막으로, 교사 및 학부모에게 더욱 전문적인 성교육 및 성 평등 교육이 요구된다. 사건 예방과 해결 과정에서 학생과 직접 의사소통하는 담임교사와 학부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이에 교육부 또는 지역교육청에서 관련 교육과정들을 교사와 학부모에게 이수하도록 의무 또는 권장하여 전반적인 성 관련 의식을 높이고 범죄 예방 및 해결에 더욱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한다. 학교와 가정의 성의식 변화 및 성범죄예방교육은 학생의 성 평등 개념 정립 및 성범죄 예방에 긍정적인 변화를 줄 것으로 기대된다.

 

 


[참고문헌]

 

EdSource (2016, July 28). California Students Are Getting An Education On Sexual Assault. Huffington Post. Retrieved from https://www.huffingtonpost.com/entry/california-sexual-assault-law_us_579a2104e4b0d3568f8647eb

Guttmacher Institute (2018). Sex and HIV Education. Retrieved from https://www.guttmacher.org/state-policy/explore/sex-and-hiv-education

National Public Radio (2017). Students Drive New Policies As K-12 Sexual Assault Investigations Rise. Retrieved from https://www.npr.org/sections/ed/2017/08/08/541670513/students-pressure-reform-as-k-12-sexual-assault-investigations-rise

Planned Parental Hood (2014). Parents and Teens Talk About Sexuality: A National Poll. Planned Parenthood and New York University’s Center for Latino Adolescent and Family Health. Retrieved from https://www.plannedparenthood.org/files/2914/1322/5667/NationalPoll_09-14_V2_1.pdf

 

 

원고는 집필자의 전문적 시각으로 작성된 것으로 

교육정책네트워크 및 한국교육개발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권지혜 선생은 미국 인디애나대학교(Indiana University Bloomington)에서 고등교육(Higher Education and Student Affairs) 박사과정을 전공하고 있다. 인디애나대학의 고등교육 연구소(Center for Postsecondary Research)에서 연구조교로 일하고 있다.

필자
권지혜
소속
미국 인디애나대학교 박사과정
이메일
jihykwon@imail.iu.edu
발행일
2018.06.22